[오늘의 세상]
예고없이 발사해 격추될 위험… 러시아 뺀 다른 나라들 우회

미국 서부서 한국으로 오는 길, 북한 비행구역 항로가 가장 빨라
17개국 34개 항공사가 다녔지만 2년새 러시아 7개 항공사로 줄어
40분 더 걸리는 일본 항로 선택… 항공사마다 연간 수백억 손실
 

북한의 잇따른 미사일 발사로 안전 우려가 커지자, 해외 항공사들이 미주 지역 등에서 한국을 오가는 최단거리 경로인 평양 비행정보구역(FIR) 통과 항로를 포기하고 우회 항로를 이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때문에 운항 시간이 30~40분 정도 늘어나고 유류 비용이 증가해 항공사마다 연간 수십억~수백억원 손실을 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은 지난해 2월까지는 미사일 발사 당시 ICAO(국제민간항공기구)에 미사일 발사 일자와 시각, 미사일 낙하 예상 지점 등을 대체로 통보했지만, 그 이후로는 아무런 사전 예고 없이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

안전 우려해 최단거리 항로 포기

12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지난 2015년 17개국 소속 34개 항공사가 북한이 관할하는 평양 FIR을 지나는 항로를 이용해 우리나라를 오갔는데, 지난달 기준으로는 러시아 항공사 7개만 이 항로를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항로를 이용하는 항공사는 2015년 34곳에서 2016년 25곳, 올해 초 16곳에서 현재 러시아 항공사 7곳으로 줄어들었다. ICAO는 전 세계 하늘을 분할해 각국에 FIR을 지정해줘, 각 구역에서 운항 안전과 관련된 정보를 제공하고 항공기 사고 등이 발생할 경우 대응하도록 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올해 초까지만 해도 미국, 캐나다, 프랑스 등 5개국 항공사들이 평양 FIR 통과 항로를 이용했는데, 최근 들어선 이 항로를 사실상 포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 항공사들은 2010년 '5·24 대북 제재 조치' 이후 북한의 공격 등을 우려해 이 항로를 이용하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미주 지역(주로 미국 서부)을 최단거리로 오가려면 러시아 캄차카반도를 통과하거나 북태평양 지역을 경유하게 된다. 특히 미주 지역에서 우리나라로 올 때 평양 FIR을 거쳐서 오는 것이 일본 열도를 통과하는 항로에 비해 운항 시간도 30~40분 정도 단축되고, 그만큼 연료비도 절약할 수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예를 들어 미국 LA에서 인천공항까지 올 때 이 항로를 이용하면 12시간 50분~13시간 정도 걸리는데 다른 경로를 이용하면 13시간 30분 정도 걸린다"고 말했다.

유류비 등 피해 커져

북한이 지난해 2월 미사일 발사 이후로는 ICAO 측에 사전 통보 없이 미사일을 쏘자 국제기구와 각국 정부, 항공사들은 비상 대응에 나섰다. ICAO 측은 북한에 항의 서한을 전달하고, 북한 미사일 낙하가 우려되는 지점에 2개의 위험 지역(danger area)을 지도상에 표시해 각국 항공 당국에 알리고 있다. 미국 연방항공청(FAA)도 지난달부터 미국 항공기의 평양 FIR 통과를 금지하고 있다.

이에 앞서 싱가포르항공은 북한 미사일 시험 발사에 대비하는 차원에서 지난 7월부터 인천공항~미국 LA 노선의 항로를 변경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싱가포르항공이 강원도~동해~일본 중부를 통과하는 일반적인 항로보다 좀 더 남쪽에 있는 항로를 이용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로이터통신도 지난 8월 "(북한 미사일 발사 때문에) 에어프랑스가 도쿄나 오사카를 오가는 운항 시간이 10~30분 정도 증가하는 것을 감수하면서, 북한 인근 하늘에 자체적으로 설정한 '비행 금지 구역(no-fly zone)'을 확대했다"고 보도했다. 영국 BBC 등 외신들은 관련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민간 항공기가 북한 미사일에 맞을 확률은 무척 낮지만 그런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고 전했다.

이처럼 사실상 '하늘길'이 막히면서 항공사의 피해도 커지고 있다. 국회 외교통일위 원장인 심재권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올해 국정감사에서 "평양 FIR을 통과하지 못해 우리가 입는 피해가 연간 200억원 정도"라고 주장했다. 해외 항공사들도 연간 수십억~수백억원 상당의 피해를 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국토부는 "국방부와 외교부 등 관련 부처와 정보를 주고받으며 필요시에는 항로 조정이나 운항 시각 조정 등 안전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12/13/2017121300318.html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