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과업체 오리온이 지난달 13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넘다가 총상을 입어 구사일생한 귀순 병사 오청성(25)씨에게 초코파이 평생무료시식권을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장시간의 응급수술 끝에 목숨을 건진 오씨가 최근 의료진에게 ‘초코파이를 가장 먹고싶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13일 오리온 (25,850원▼ 1,300 -4.79%)관계자는 “이 소식을 듣고 지난 5일 초코파이 100박스를 아주대 병원으로 보냈다. 오씨가 아직 미음밖에 먹지 못하는 것으로 알고 있어 먼저 그를 돌봐주는 병원 직원들에게 성의 표시를 하기 위해 보낸 것”이라며 “회사 내부에서는 오씨에게 평생무료시식권 등을 선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의 한 장면. / 유튜브 캡처
▲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의 한 장면. / 유튜브 캡처

◆ 개성공단이 낳은 최고 인기 상품 ‘초코파이’…북한 당국, 직접 ‘짝퉁’ 만들기도

“내 꿈은 말이야. 언젠가 우리 공화국이 남조선보다 훨씬 더 맛있는 과자를 만드는 거야. 알겠어?”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에서 북한 병사로 나온 배우 송강호와 신하균은 초코파이를 먹으며 이렇게 말한다. 영화에 나온 내용이지만 초코파이는 실제로 북한 사회에서 많이 알려진 과자다. 지난달 24일 경기 수원시 아주대병원 일반병실로 옮긴 북한 귀순 병사 오씨는 ‘초코파이를 어떻게 아느냐’고 묻는 의료진에 “개성공단에서 많이 나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초코파이는 2004년 개성공단 입주 초기 근로자 모두에게 하루 1인당 2개씩 간식용으로 지급되면서 북한 주민들에게 알려졌다. 근로자 대부분은 초코파이를 집으로 가져간 것으로 전해졌다. 따뜻한 물에 넣고 죽처럼 녹여 먹으면 북에서 주는 배급빵보다 맛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이내 초코파이는 암암리에 암시장에서 유통되기 시작했고, 어느 순간 북한 최고의 인기상품이 됐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지난 2013년 “초코파이가 북한 주민을 새로운 맛의 세계로 인도하며 평양에서 거의 ‘전설적인 지위(legendary status)’에 올랐다”고 보도했다.

초코파이의 인기가 날로 치솟자 북한 당국은 급기야 개성공단 측에 “북한 근로자에게는 초코파이를 주지 말라”는 조치를 내리기에 이르렀다. 초코파이가 공산주의 사상 교양에 방해된다는 것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당시 암시장에서 거래되는 초코파이의 가격은 개당 10달러에 달했다. 영국 데일리 메일에 따르면 당시 개성공단 노동자의 평균 월급은 100~200달러였다. 먹지 않고 내다 판 초코파이로 한달 월급보다 몇 배나 벌 수 있는 상황이었다.

 

 북한에서 생산된 ‘짝퉁’ 초코파이. / 국민통일방송 제공
▲ 북한에서 생산된 ‘짝퉁’ 초코파이. / 국민통일방송 제공

그러나 배급 금지 조치에도 불구하고 초코파이의 인기가 식을 줄 모르자 북한 당국은 아예 자체적으로 ‘짝퉁’ 초코파이 만들기에 나섰다. 2015년 6월부터 개성공단 노동자들에게 공급하기 시작한 ‘쵸콜레트 단설기’다.

◆ “초코파이, 러시아에서는 없어서 못 먹어”

초코파이는 북한뿐 아니라 러시아에서도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지난 2010년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참석차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당시 러시아 대통령이 방한했을 때의 일이다. 모 경제지에서는 이명박 당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취재하기 위해 청와대를 찾은 러시아 기자들이 테이블에 놓인 초코파이를 앞다투어 집어들었다는 보도했다. 이날 청와대 측은 추가로 초코파이 2~3 박스를 구입해 비치했으나 몇 분 지나지 않아 금새 동이 났다고 전했다.

이에 오리온은 러시아 기자단과 관계자 200여명이 머물고 있는 서울 중구 밀레니엄 힐튼 호텔에 초코파이를 비롯한 과자 선물세트 200개를 전달했다. 오리온 측은 “러시아인들은 차와 함께 초콜릿, 케이크, 마쉬멜로우를 즐겨먹는 식문화를 갖고 있어 초코파이가 현지인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고 설명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전(前)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2011년 모스크바 인민우호대학을 방문해 초코파이와 함께 차를 마시고 있다. / 로이터 제공
▲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전(前)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2011년 모스크바 인민우호대학을 방문해 초코파이와 함께 차를 마시고 있다. / 로이터 제공

초코파이는 1990년대 초반 러시아 보따리 상인들에 의해 전파된 것으로 알려졌다. 오리온은 1993년부터 러시아에 초코파이를 직접 수출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러시아 뜨베리와 노보시비리스크 2곳에 초코파이 생산시설을 가동하고 있다. 오는 2020년까지 기존 뜨베리 공장을 신공장으로 이전한다.

오리온 관계자는 “러시아에서 초코파이 판매량은 최근 5년간 연 20% 이상 고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연간 판매량은 6억개를 돌파했다”며 “신공장 완공 이후 초코파이 공급량을 연간 10억개 이상으로 늘려 유라시아 시장 공략을 본격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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