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파들이 석방 요구하는 19인… 감옥에서 보낸 편지 보니]

"文대통령, 트럼프 다리 밑 기어… 진보 자처하며 식민지 근성"
"北 '고난의 행군' 정신 알것같다"
 

"반미(反美) 대전의 싸움 마당이 펼쳐지고 있는데 그 싸움터에 함께하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

2015년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구속된 김성윤 목사가 지난 9월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양심수후원회(이하 후원회)' 앞으로 보낸 편지의 일부 내용이다. 김 목사는 회합 통신과 이적표현물을 소지한 혐의로 3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그는 편지에서 "촛불 혁명 덕에 권력을 갖게 된 현 집권자가 가족을 불구렁으로 몰아가고 있다. 그에게 양심이라는 게 있겠으며 양심수 석방이 들리겠느냐"고 했다.

김씨는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 한상균 민노총 위원장 등과 함께 '양심수 석방 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가 특별사면을 요구하는 19인 명단에 올라 있다. 후원회는 이들 중 일부가 감옥에서 쓴 편지를 홈페이지에 올리고 있다. 후원회는 고(故) 문익환 목사가 1989년 창립한 것으로, 비전향 장기수 송환운동 등을 해왔다.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민노총 소속 조합원들이 문화제를 열고 한상균 민노총 위원장,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 등을 석방하라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들은 한 위원장과 이 전 의원 등을 양심수라고 칭한다.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민노총 소속 조합원들이 문화제를 열고 한상균 민노총 위원장,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 등을 석방하라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들은 한 위원장과 이 전 의원 등을 양심수라고 칭한다. /장련성 객원기자
'왕재산 사건'의 총책으로 2011년 7년형을 선고받은 김덕용씨는 지난달 편지에서 "박근혜·이명박 정부 감옥 생활 6년보다 문재인 정권 아래 감옥 생활 7개월이 더 가혹하고 잔인하다"고 했다. '왕재산 사건'은 "남조선 혁명을 위한 지역 지도부를 구성하라"는 김일성의 교시를 받고, 지하당인 '왕재산'을 조직한 것이다. 그는 지난 9월 편지에선 "문재인 정부의 희망 고문에 남은 수감 기간 동안 느긋하게 지내기로 했다"고 적었다.

한준혜씨는 지난 7월 '8·15 특사 없다'는 신문 기사를 인용하며 "문재인 정부의 통일 의지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한씨는 2016년 이적(利敵) 단체 판결을 받은 '자주통일과 민주주의를 위한 코리아연대(이하 코리아연대)' 회원이다. 이 단체 회원들은 다수가 인터넷 카페 등에 북한의 선군 정치를 옹호하는 '김정은 찬양' 게시 글을 쓴 혐의로 구속됐다. 한씨와 함께 구속된 최민씨는 지난 9월 "민중을 위한 정치는 어림없어 보인다. 아직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높아 보이지만 얼마나 갈까 싶다"고 했다. 지난해 5월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구속된 이영수씨도 같은 달 "민족 문제 해결을 위한 마지막 정점을 향해 치닫고 있는데, 자기 방향을 잡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면서 정권의 한계를 너무 쉽게 드러내고 있다"고 적었다.

이들은 편지에 지난 1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을 앞두고 연달아 열린 반미(反美) 시위에 참가하지 못한 아쉬움을 적었다. 최민씨는 "미 제국주의 트럼프의 최후 발악이 아주 볼만하다. 문재인 역시 참으로 가련하다"고 했다. 김덕용씨는 9월 "문재인 대통령이 트럼프의 가랑이 밑을 기고 짖기까지 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한국은 소위 진보라고 자처하는 부류들도 식민지 근성이 뼛속까지 박혀 있는 나라라고 느꼈다"고 했다.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지난해 5월 구속된 김경용씨는 지난 10월 보내온 글에서 2005년 자신의 금강산 여행에 대해 얘기했다. 그는 "내가 금강산에서 만난 것은 동포들의 얼굴, 정신 사상이었다. 그들이 보고 싶고, 그들이 이길 것이다"고 했다. "이 정신과 이 힘으로 '고난의 행군'을 이겨냈구나"라고 적었다. 지난 6월 보내온 편지에선 "대한민국은 미국의 현대판 식민지다. 외세 강점의 역사에 종지부를 찍고 남북 민족 공조로 나아가야 한다"고 했다.

이석기 전 의원은 후원회 측에 따로 보내온 서신이 없다. 이 전 의원과 같은 내란선동 혐의로 구속된 김홍열 전 통진당 경기도당위원장은 올해 7월 "말과 생각을 처벌하는 건 21세기 문명국의 수치"라고 했다. 한상균 위원장은 지난 1월 글에서 "박근혜를 단죄하고 있으니 후련하다. 사드, 개성공단, 통일 문제도 같은 방식으로 풀어가자"며 "분노한 노동자와 민중을 무섭게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12/13/201712130025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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