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본부서 탈북자 증언… 北인권, 4년연속 안보리 안건
 

"세 번째 북송(北送)됐을 때 마취도 없이 강제 낙태를 당해 작별 인사를 할 시간도 없이 아이를 떠나보냈습니다. 교화소에서는 메뚜기와 쥐 껍질을 벗겨 먹었고, 사람들은 설사로 인해 바싹 마른 상태에서 숨을 거뒀습니다."

11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북한 인권 토론회에 연사로 나선 탈북자 지현옥씨는 시종 낮지만 또박또박한 목소리로 참혹한 북한의 인권 실상을 증언했다. 회의장을 가득 메운 각국 외교관 등 청중들은 믿기 어려운 참담한 증언에 탄식하며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이날 유엔 본부는 북한 인권 문제 성토장이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북한 인권 문제를 4년 연속 정식 안건으로 채택해 논의했고, 뒤를 이어 강제 북송됐다 탈출한 탈북자들이 참석한 토론회가 열렸다.

1999년쯤 중국으로 탈북한 이후 3차례의 강제 북송과 4차례의 탈북을 거쳐 2007년 한국 땅에 정착한 지씨는 이날 탈북과 강제 북송 과정에서 겪은 경험을 상세히 증언했다. 지난달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통해 귀순한 북한군 병사에 대해서는 "탈북 병사의 질주 모습은 2500만 북한 주민의 자유를 향한 질주"라고 했다.

"무서워요, 거기 누구 없나요. 여긴 지옥인데 거기 누구 없나요. 아무리 애타게 불러도 아무도 저 문을 열어주지 않네요…"로 이어지는 자작시 '정말 아무도 없나요'를 울먹이며 낭독할 때는 토론장이 숙연해졌다.

이날 모임을 주도한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안보리 회의에서 "북한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전 세계가 알게 될 때까지 우리는 계속 말해야 한다"고 했다. 이날 북한 인권 회의는 미국·영국·일본 등 안보리 9개 이사국의 요청으로 열렸다. 중국과 러시아가 "안보리에서 개별 국가 인권 문제를 논의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반대했지만 절차 투표를 통해 15개 이사국 중 10개국의 찬성으로 북한 인권 문제를 정식 안건으로 채택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12/13/201712130033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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