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인터뷰 짜깁기식 보도… 외교통 "한·중 정상회담 예고편"]

25분 방송분량 대부분 사드 할애… "어떡할거냐"며 文대통령 압박
'다짐'을 '약속'으로 왜곡 번역도
 

중국은 13일부터 4일간 중국을 방문하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앞으로의 한·중 관계는 한국이 사드에 대해 다음 단계 조치를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다'며 압박할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지도부의 이런 입장은 지난 11일 밤 중국 국영 CCTV의 문 대통령 인터뷰 방송을 통해 드러났다. 방송은 "한국이 초심을 기억할 수 있을지에 따라 양국 관계가 '길고 어두운 터널'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결정된다"고 했다. 외교 소식통들은 "CCTV 인터뷰는 한·중 정상회담의 예고편"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이 직접 '3不' 답변하게 유도

인터뷰는 해설(내레이션), 앵커 질문, 대통령 답변으로 25분간 방영됐다. 인터뷰 내내 배경 화면에는 사드 반입 및 배치, 한·미 연합훈련이 등장했고, 긴박한 음악이 배경으로 흘렀다. CCTV는 처음부터 "사드 갈등으로 양국 관계가 역대 최저점으로 악화됐다"며 방송을 시작했다. 이어 10월 31일 '사드 합의'와 함께 사드 추가 배치를 하지 않고, 미국의 미사일 방어 체계(MD)에 참여하지 않고, 한·미·일 군사동맹을 하지 않는다는 이른바 '3불(不)'도 해설과 자막으로 소개했다. 중국 시청자들에겐 '3불'이 마치 한·중 간 합의처럼 보일 수 있게 편집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8일 청와대 본관 충무실에서 중국 국영 CCTV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날 CCTV 앵커 수이쥔이(水均益·왼쪽)는 문 대통령에게 사드 배치에 대한 입장을 반복해서 물었다. 문 대통령은 “서로 역지사지(易地思之)하면서 단숨에 해결할 수 없는 문제는 시간을 두면서 해결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8일 청와대 본관 충무실에서 중국 국영 CCTV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날 CCTV 앵커 수이쥔이(水均益·왼쪽)는 문 대통령에게 사드 배치에 대한 입장을 반복해서 물었다. 문 대통령은 “서로 역지사지(易地思之)하면서 단숨에 해결할 수 없는 문제는 시간을 두면서 해결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했다. /청와대

문 대통령 방중에 대한 기대감과 시진핑 주석에 대한 평가를 빼곤 프로그램 대부분이 사드 이야기였다. 해설과 자막에선 '초심을 잊지 말자'는 시 주석의 한·중 정상회담 발언을 소개했고, 앵커 수이쥔이(水均益)는 문 대통령에게 사드 입장을 계속 물었다. 문 대통령은 "서로 역지사지하면서 단숨에 해결할 수 없는 문제는 시간을 두면서 해결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자 앵커는 사드에 대한 '단계적' 조치를 어떻게 할 것이냐고 다시 물었다. 이는 '3불'을 언급하며 "양국은 사드의 단계적 처리에 합의했다"고 한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의 지난 9일 발언과 일치한다. '단계적' 처리는 사드가 '봉인'된 것이 아니라 한국이 사드에 대한 추가 조치를 해야 한다는 의미다.

중국이 결국 사드의 무엇을 트집 잡고 있는지는 "중국이 사드 레이더 성능 때문에 중국의 안보적 이익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것에 역지사지할 필요가 있다"는 문 대통령 답변을 통해 다시 확인됐다. 중국은 "우리 몰래 미국 사드 레이더를 현재의 종말 모드에서 (중국 본토까지 탐지할 수 있는) 전진 모드로 바꿀 수 있다는 의심을 기술적으로 해결해달라"며 우리에게 기술적 검증을 위한 사드 현장 실사를 요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문 대통령 답변 번역도 자신들 원하는 대로 했다. 문 대통령은 "사드가 중국의 안보적 이익을 침해하는 일이 없도록 각별히 유의하고 그 점에 대해 미국으로부터도 여러 번 다짐을 받았다"고 했는데, CCTV는 '다짐'을 '청눠(承諾)'라는 단어로 해석했다. 이는 중국말로 '약속'이란 의미다. 문 대통령이 '3불'에 대해 구체적인 답을 하지 않자 CCTV는 다시 "우리 수억명의 중국 시청자들을 위해 한국 정부의 입장을 구체적으로 말해달라"고 요구했다. 강경화 외교장관처럼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확인해달라는 취지였다.

◇'진심으로 사람 대하라' 훈계도

CCTV는 이날 북한에 대한 제재와 압박보다는 '군사적 해결 방식 반대'에 맞춰 방송을 진행했다. CCTV는 "한국의 사전 동의 없이 한반도에서 군사행동은 있을 수 없다고 미국 에 단호히 밝혔다"는 문 대통령 발언을 소개하며 "한반도 문제에서 한·중은 입장과 목표가 일치한다"고 했다. 앵커는 마지막에 청와대를 배경으로 선 채 "한국이 (사드에 대해) 진일보한 조치를 취해 모든 장애물을 제거하기 바란다. 이웃 간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진심으로 사람을 대하는 것(以誠相待)"이라며 훈계로 프로그램을 마무리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12/13/201712130033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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