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외교협회 '세계위협 순위' 발표]

美공무원·전문가 7000명에 설문, 발생 가능성·충격파 감안해 평가
북한, 작년·재작년 4위서 1위로… 2위는 러시아, 나토 충돌 가능성
이란핵 3위, '남중국해' 중국 4위… 미국은 테러당할 우려로 5위에
이스라엘 '트럼프 선언' 반영안돼 팔레스타인 갈등은 2등급 분류
 

미국외교협회(CFR)는 11일(현지 시각) 내년 미국과 세계 안보의 최대 위협으로 북한과 군사 충돌할 가능성을 꼽았다. 이 협회가 이날 홈페이지에 실은 '2018년 예방 우선순위 조사' 보고서는 표지에 지난 8월 30일 조선중앙통신에 보도된 북한의 '화성-12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사진을 담았다. 외교협회는 "지난 11월 초 미국 공무원과 외교·안보 전문가 약 7000명에게 설문지를 보내고, 이들의 답 400여 건을 받아 2018년 글로벌 위협 요소들을 평가했다"고 밝혔다. 위협은 발생 가능성, 미국과 세계에 미칠 충격파를 감안해 1~3등급으로 구분했다.

미국외교협회는 워싱턴 DC의 대표적 외교 안보 싱크탱크이다. 조지 부시 행정부 국무부 정책실장 출신으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 스승이라는 리처드 하스가 회장을 맡고 있다.

미·중·러 등 강대국 모두 화약고

1등급 위협 중 첫째로 선정된 것은 북한이다. 핵·미사일 개발과 계속된 도발로 북한, 러시아, 중국 등이 미국과 충돌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북한은 지난 2014년 조사 때부터 매년 1등급 위협으로 분류됐다. 다만 2014년엔 1등급 중 다섯째 순위였지만, 2015년과 2016년엔 넷째로 뛰어올랐고, 2017년엔 첫 순위가 됐다. 지난해 발간된 같은 조사의 보고서 표지는 북한의 군사 행진 장면이었다.

북한 다음으로 임박한 위협으로는 러시아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간 고의적 또는 우발적 충돌 가능성이 꼽혔다. 러시아는 지난 9월 벨라루스에서 냉전 이후 최대 규모인 10만명을 동원해 대규모 군사훈련을 벌였고, 나토는 이에 대응해 에스토니아 등 발트 3국과 동유럽 폴란드 등에 수천 병력을 추가 배치하면서 양측 간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셋째 위협 요인으로는 일촉즉발 위기로 치닫고 있는 중동 정세가 선정됐다. 이란은 핵 개발 문제로 미국과 갈등을 빚고 있으며, 사우디와 패권 경쟁도 벌이고 있다. 또 중국과 필리핀·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국가 간에 벌어지고 있는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아프가니스탄 테러 조직인 탈레반 세력의 발호, 시리아 내전 등도 1등급 위협으로 꼽혔다. 세계 테러 조직들의 미국에 대한 테러 공격과 사이버 공격 가능성도 심각한 위협으로 선정됐다.

지난 2013년 조사 때만 해도 미국외교협회가 분류한 1등급 위협은 중동과 북한, 미국에 대한 테러 위협 정도였다. 하지만 2014년에 남중국해 문제로 중국이 들어왔고, 지난해 조사부터는 러시아도 나토와 벌이는 갈등으로 합류해 전 세계 강대국이 모두 1등급 위협 대상이 됐다. 갈수록 세계 안보가 점점 더 위험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중동과 아프리카 끝없는 분쟁

2등급 위협으로는 중국과 일본의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 영유권 분쟁이 첫 순위로 거론됐다. 충돌 가능성은 낮지만, 실제 충돌했을 경우에 충격파가 크다고 본 것이다. 또 마약 조직 범죄가 횡행하고 있는 멕시코, 우크라이나 정부와 친러시아 민병대의 충돌, 이라크 정부와 쿠르드 자치정부 간 충돌 격화 가능성 등도 세계적 위협 요인으로 거론됐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문제도 2등급 위협 중 하나로 선정됐는데, 이는 이번 조사가 지난 11월 실시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한 이후 상황이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 밖에 라이벌 국가인 인도·파키스탄의 정치적 갈등, 남미 베네수엘라의 정치 불안, 예멘과 소말리아의 내전, 미얀마의 소수민족 로힝야족 탄압 문제 등도 거론됐다.

3등급 위협으로는 나이지리아, 리비아, 남수단, 콩고민주공화국, 케냐, 짐바브웨, 중앙아프리카 공화국 등 아프리카 국가들의 내전이나 정치적 혼란이 선정됐다.

미국외교협회는 보고서에서 "세계적으로 무력 충돌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면서 "미국은 잠재적 군사 충돌 위험을 피하기 위해 전 세계 어느 곳에 주목하고 자원을 분배해야 하는지 현명하게 선택해야 한다"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12/13/201712130032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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