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 외교부장·인민일보 文대통령 방중 앞두고 거론]

中 "안보리 제재 벗어난 독자 행동은 수용못해"
 

중국 왕이 외교부장과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가 9일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문제에 대한 한국 측의 '3불(不)' 표명을 다시 한번 거론하며 한국을 압박하고 나섰다. 문재인 대통령 방중을 앞두고 '3불 대못 박기'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왕이 부장은 이날 베이징에서 열린 '국제 형세와 중국 외교심포지엄' 개막식 연설에서 "한·중 관계는 사드 문제로 한동안 냉각됐지만 (한국은)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대중 우호협력을 선택했다"면서 "대외적으로 사드 추가 배치를 고려하지 않고 미국 미사일방어체계(MD)에 참여하지 않으며 한·미·일 군사동맹을 발전시키지 않는다고 표명하면서 양국은 사드 문제의 단계적 처리에 합의했다"고 했다. 지난달 22일 강경화 외교장관과 가진 한·중 외교장관회담 때에 이어 다시 '3불'을 거론한 것이다.

인민일보도 이날 '한국 대통령의 방중을 어떻게 보는가'라는 해외판 기사에서 "한·중 관계의 회복이 곧 사드 문제의 완전 해소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며 "양국 관계의 미래는 한국이 사드 관련 3불 약속을 잘 지키고 이행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했다.

중국 외교부 산하 국제문제연구원 양시위 연구위원은 인민일보에 "중국이 문 대통령을 초청한 것은 양국이 사드 문제에 대한 단계적 처리에 공동 인식을 달성했기 때문"이라며 "이번 정상회담은 사드와 관련해 한국이 표명한 입장을 이행하도록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양시위 연구위원은 "이번 방중 때 한국의 입장이 더욱 명확해지고 이를 계기로 양국 군 당국이 조기에 대화를 시작한다면 양국 관계가 사드의 부정적인 영향에서 벗어나 건강한 발전 궤도로 돌아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같은 연구원의 롼쭝쩌 부원장은 "국가 전략 이익에 관한 한 중국은 확고한 입장을 지킬 것"이라고 했다.

왕이 부장의 이날 연설은 올 한 해 중국 외교의 각 부문별 성과를 돌아보고 이를 정리하는 성격을 가지고 있다. 그런 연설의 한국 관련 대목에서 '3불' 얘기부터 꺼내 한국으로부터 이 조치를 끌어낸 것이 올 한 해 중국의 대한(對韓) 외교의 대표적인 성과라는 인식을 드러낸 것이다.

인민일보도 중국 외교부 산하 국제문제연구원 소속 학자를 동원해 '3불 이행'을 강조하고 나섰다. '방중 때는 사드 문제가 거론되지 않기를 바란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바람과 달리, 시진핑 주석이 '3불 대못 박기'에 나설 것임을 예고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왕이 부장은 이번 연설에서 북핵 문제와 관련해 "중국은 군사적인 옵션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또 대북 제재와 관련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에 부합하지 않는 요구를 제기하거나 결의를 벗어난 조치, 나아가 일방적 제재 행동에도 중국은 결코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북핵 문제를 대립의 블랙홀에서 빼내고 대화와 협상을 위한 필요조건과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며 또다시 쌍중단(雙中斷·북한 핵·미사일 도발과 한·미 연합군사훈련 동시 중단) 수용을 주장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12/11/201712110015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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