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기밀문서 속 '1998년 DJ·페리 對北조정관 대화' 공개]

뉴스위크 2006년 보도에선 "전쟁땐 100만명 이상 사망"
 

윌리엄 페리 미 대북정책조정관
1998년 12월 7일 김대중 당시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방한 중인 윌리엄 페리〈사진〉 미 대북정책조정관을 맞았다. 절기상 대설(大雪)이었지만, 창밖 서울 하늘은 잔뜩 흐렸다.

김 대통령은 페리 조정관에게 "북한은 지금 전쟁과 개혁·개방의 기로에 서 있다"며 "북한이 강하게 나오는 것은 정말 강한 것이 아니라 경제 사정이 나빠서 위협적으로 나오는 것"이라고 했다. 또 "(금창리) 지하 시설이 핵무기를 위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완성에 4~5년이 걸릴 것"이라며 "포용 정책(햇볕정책)을 버리고 제재할 단계는 아니다"고 했다.

이에 페리 조정관은 "내가 국방부 장관이던 (1994년 1차) 핵 위기 당시 (북한과) 전쟁할 계획을 짰다"며 "물론 한국과 미국의 전력을 합치면 우리가 의심할 여지 없이 전쟁에서 이길 수 있지만, 그 과정에서 많은 사상자를 내는 것으로 나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전직 국방장관으로 나는 누구보다 전쟁 위험성을 알고 있고, 전쟁을 피하려고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대통령 생각을 대북 정책 재검토에 반영하겠다"고 했다.

이런 두 사람의 대화는 미국 조지워싱턴대 부설 국가안보문서보관소가 8일(현지 시각) 공개한 미국 정부 기밀문서에 들어 있다. 미 국무부는 청와대의 대화록을 토대로 이 문건을 작성했다고 한다.

지난 2006년 미 시사 주간지 뉴스위크 보도에 따르면 1차 핵 위기 당시 미 국방부의 모의실험 결과, 한반도에서 전쟁이 터지면 한국군 49만명과 미군 5만2000명을 비롯해 100만명 이상이 숨지고 610억달러의 전쟁 비용이 들 것으로 추산됐다. 미국은 또 1차 핵 위기 당시 북한의 핵 시설이 있던 영변을 폭격하기 위해 군함 33척과 항공모함 2척을 동해에 배치하기도 했다.

김 대통령과 페리 조정관이 만난 후 20년 가까이 흘러, 북한은 수소폭탄 개발까지 선언했고 미국 전역을 사거리에 두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 완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미국은 대북 군사행동을 자제했지만, 당시에도 미국 본토에 도달하는 ICBM 개발은 사실상 금지선으로 여겼던 것으로 나타났 다. 1999년 6월 베이징에 있는 주중 미국 대사관이 국무부에 보고한 문서에 따르면 페리 전 조정관은 그해 대북 특사로 평양을 방문했을 때 "미국 본토에 도달할 수 있고 한국과 일본을 위협하는 장거리 미사일은 용납할 수 없는 위협"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핵 프로그램을 계속 강행하면 북·미 관계에 심각하고 부정적 악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북한에 경고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12/11/201712110019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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