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유사시 공조 논의… 중국, 美·北 긴장 완화 위해 6일 워싱턴에 특사 급파]

美·中, 해상봉쇄 논의 가능성… 美의회선 선제타격 발언 나와
WP "美·中, 북한정권 붕괴 때 핵미사일 안전관리 방안 논의

"美·北 강 대 강 대결 구도 속 일부선 협상 가능성도 제기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 대사가 6일(현지 시각) 미국 선수단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에 의문을 표시하면서 트럼프 행정부 수뇌부가 북한 위협을 2~3개월 안에 현실화할 수 있는 '임박한 위협'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미 본토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 도발을 '게임 체인저(판도를 바꿀 계기)'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정치권에서는 지금까지 미국 선수단의 평창올림픽 참가 자체가 문제가 됐던 적이 없었다.
 
지난달 29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 참석한 헤일리 대사.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 대사가 6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북한의 위협으로 인해 미국 선수단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 여부가 여전히 의문(open question)”이라고 말했다. 사진은 지난달 29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 참석한 헤일리 대사. /AP 연합뉴스

이 같은 분위기는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 있었던 지난달 29일부터 1박 2일간 워싱턴에서 열린 미·중 고위급 장성회의의 내용에서 엿볼 수 있다. 워싱턴포스트(WP) 칼럼니스트인 데이비드 이그나티우스는 6일 칼럼에서 "지난주 미·중 고위급 장성 간 회의에서 양측은 쿠바 미사일 위기에 대한 공동 사례 조사를 진행했다"고 했다. 이날 회의에는 미 합동참모부의 리처드 클라크 중장과 중국 중앙군사위 연합참모부 부참모장 사오위안밍(邵元明) 소장 등이 참석했다.

미·중 고위 장성들이 쿠바 미사일 위기를 논의했다는 것은 한반도 핵 위기 시 미·중의 소통 모델을 연구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두 강대국이 한반도 상황이 통제 불능에 빠질 것에 대비해 사태 수습 방안을 논의했다는 것이다. 중국 국방부도 "양국 군 연합참모부가 위기관리 시스템 개선과 소통 등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또 북한이 핵 개발을 가속화하면 쿠바 미사일 위기 때처럼 미·중 협력하에 해상봉쇄에 들어가는 방안이 논의됐을 가능성도 있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도 북한의 '화성-15형' 도발 후 "새로운 차원의 해상 차단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미·중은 북한의 급작스러운 붕괴 등에 대비해 북한의 핵미사일을 확보하는 방안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WP는 지난달 "11월 미·중 정상회담 당시 양국은 북한 김정은 정권이 무너질 경우 어떻게 핵무기를 안전하게 확보할지에 대해 고위급에서 비밀 대화를 계속했다"고 보도했다.
 
북한 '화성-15형' ICBM 도발 후 미국 주요 인사들의 강경 발언

미 의회에서는 북한에 대한 선제타격 가능성도 거론됐다. 코리 가드너 미 상원 아·태소위원장(공화)은 이날 미국의소리(VOA) 방송 인터뷰에서 "대북 선제공격을 가능케 하는 '임박한 위협'의 정의가 무엇인가"란 질문에 "북한의 핵무기 보유 자체가 임박한 위협"이라고 했다. 북한 김정은이 미국에 대한 핵무기 사용 의지를 밝힌 만큼 ICBM의 완성 여부와 상관없이 핵 보유 자체가 곧 심각한 위협이란 설명이다.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공화)도 최근 "선제공격을 의회에서 논의하고, 주한 미군 가족들을 철수시켜야 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6일 미국 고위 인사들의 대북 강경 발언을 조목조목 문제 삼으며 "미국이 조선반도(한반도)에서 핵전쟁을 광고하고 있다"며 "우리의 심장인 최고 지도부(김정은)까지 감히 걸고 들며 도발을 걸어온 것은 핵전쟁의 도화선에 기어이 불을 달려는 미국의 간교한 흉심의 노출"이라고 했다. WP는 북한이 핵 개발을 포기했다가 독재자들이 몰락한 리비아나 이라크의 전철을 밟지 않고, 어떤 희생을 치러서라도 인도·파키스탄처럼 핵 보유국 지위를 얻어 체제를 지키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해석했다. 하지만 헤더 나워트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북한의 핵 보유국 인정을 위한 협상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미국과 북한의 강 대 강 대결이 이어지자 중국은 이날 정저광(鄭澤光) 외교부 부부장(차관급)을 워싱턴DC에 특사로 파견했다고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가 보도했다. 그는 차기 주미 대사로 거론되는 인물로서 미국과 북한 간 긴장을 누그러뜨리는 임무를 갖고 미국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고 악시오스는 전했다.


☞쿠바 미사일 위기

1962년 10월 22일부터 11월 2일까지 11일 동안 소련 핵미사일의 쿠바 배치를 둘러싸고 미국과 소련이 핵전쟁 직전까지 갔던 상황 을 말한다. 당시 미국은 "소련이 미국에 대한 핵공격을 할 수 있는 기지를 쿠바에 건설 중"이라고 선언한 뒤 바로 해상 봉쇄에 들어갔다.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소련이 '미국이 쿠바를 침공하지 않는다는 것을 약속하면 미사일을 철거하겠다'고 제안하고, 미국이 이를 수락하면서 사태는 해결됐다. 이 사건을 계기로 미·소 간에는 '핫 라인(긴급 연락망)'이 개설됐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12/08/2017120800267.html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