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간첩조작사건 수사방해" 국정원관계자, 검찰·민변에 제보
개혁위 "규명 한계" 결론낸 사건, 한달 만에 뒤집고 수사선상 올려
 

검찰은 2014년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 당시 국정원이 가짜 사무실을 만드는 등의 방법으로 검찰 수사를 방해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수사에 착수했다고 7일 밝혔다. 검찰은 "익명의 제보자로부터 이런 의혹이 담긴 진정서가 접수돼 사건을 공안2부에 배당했다"고 했다.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은 북한에서 태어났지만 중국 국적의 화교로 서울시 계약직 공무원이었던 유우성(본명 류자강)씨를 2013년 2월 검찰이 국내 탈북자 200여 명의 정보를 북한에 넘긴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하면서 불거졌다. 재판 과정에서 검찰과 국정원이 유씨가 간첩이라며 증거로 제출한 중국 공안 당국의 문서가 '위조'로 드러났고, '유씨가 간첩이 맞는다'고 했던 동생 유가려씨도 진술을 바꿨다. 유씨는 2015년 10월 대법원에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가 확정됐다.

검찰 등에 따르면 한 국정원 관계자는 최근 검찰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에 익명으로 보낸 편지에서 "2014년 3월 검찰이 조작 사건 수사를 위해 대공수사국 해당 팀 사무실을 압수 수색했을 때 국정원은 칸막이를 새로 설치하고 블라인드를 세우는 방식으로 위장 사무실을 만들고 허위 서류를 제출하는 등 수사를 방해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당시 국정원 간부들이 압수 수색에 대비해 현안 회의를 열었고 세부 계획도 짰다"고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진정서 내용을 파악해 관련자 조사에 나설 계획이다.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은 국정원 개혁위가 지난달 이 건과 관련한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사실상 일단락됐다. 개혁위는 "의심스러운 정황은 있으나 진상 규명에 한계가 있었다"며 이 사건 관련자는 1명도 수사 의뢰하지 않았다.

그러자 민변 등에서는 "국정원과 검찰이 제 식구를 보호하기 위해서 제대로 된 진상 조사를 하지 않았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유씨의 동생에게 유리한 진술을 받기 위해 가혹행위를 했는지, 중국 공안의 문서를 위조한 경위 등을 하나도 조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익명의 제보자가 '검찰 수사 방해'라는 새로운 의혹을 제기하면서 이 사건은 또다시 수사선상에 오르게 됐다. 검찰이 이 사건의 실체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수사 방해 목적으로 회의를 했다고 지목된 국정원 간부들에 대한 조사가 불가피하다. 사실상 국정원을 대상으로 한 또 하나의 사건이 추가된 셈이다.

검찰 안팎에서는 익명으로 진정서가 접수된 과정에 대해 석연치 않다는 말도 나온다. 국정원이 수사 의뢰를 하면 검찰이 수사하는 것에 대해 '하명(下命) 수사'라는 비판을 일자 진정서라는 새로운 방식을 찾아낸 것 아니냐는 것이다. 검찰 출신 변호사는 "진정인이 누구인지도 모르는 진정 사건에 대해 수사에 착수하는 경우는 흔한 일이 아니다"라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12/08/201712080015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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