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 前 駐중국 대사관 공사
최진 前 駐중국 대사관 공사

국가정보원법을 바꾸어 국정원의 직무 중 대공 수사권을 이관·폐지하자는 '국정원법 개정안'이 발표되자 전문가들의 반대 여론이 들끓고 있다. 현재 북한 핵과 미사일이 완성 단계에 이르러 '6·25 이래 최대의 국가 위기'라는데 대북 정보·수사 전쟁의 최일선에 있는 국가정보원의 대공 수사권을 폐지하는 것이 과연 현명한 일인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지금 문제가 되는 전직 국정원장들과 그 지시를 받은 직원들의 일탈 행위 혐의는 국정원의 수사권 때문에 생긴 것이 아니다. 정치적 경향이 강했던 국정원장들이 자신을 국정원장에 임명한 대통령의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무리수를 둔 것이다. 그러므로 대공 수사권 이관·폐지가 아니라, 국정원장 임명 방법을 개선하면 될 일이다. 정치색이 약한 정보·수사 전문가를 임명해서 국정원의 정치 간섭을 배제하는 것이다. 현재처럼 대통령 선거 캠프에 있던 사람 중에서 국정원장까지 임명하는 관행이야말로 사라져야 한다.

그러면 어떻게 임명할 것인가. 검찰총장이나 각 군 참모총장 임명 방식을 참고하면 좋을 것이다. 다음과 같이 제안한다. 최근 10년간 국정원장을 지낸 사람들로 '국정원장 추천위원회'를 구성, 비밀투표해 두 후보로 압축한 뒤,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비밀투표로 최다 득표자를 선출한다. 대통령은 그를 국정원장에 임명한다. 그리고 임기는 검찰총장이나 참모총장처럼 일정 기간(예컨대 3년)을 보장한다. 그러면 대통령 임기와 국정원장 임기가 일치하지 않는다. 이렇게 국가정보원법을 개정하는 것이다. 또한 국가정보원법을 개정하면서 이 기회에 국정원 컴퓨터 메인 서버에 대한 압수 수색, 그리고 외부 인사에 대한 자료 공개도 금지해야 한다. 이는 세계 어떤 나라에도 없는, 정보기관의 생명을 죽이는 행위이다.

그리고 국정원의 국내 정치 관여를 금지하기 위해서는 '수사권 이양·폐지' 가 아니라, 대공 수사와 무관한 국내 정보 사찰을 금지하면 된다. 이는 현행법으로도 충분하다. 그간 국정원장들이 대통령의 선거 캠프에서 나오는 바람에 '여권 또는 대통령 관심 사항'에 무관심할 수 없었기에 무리하게 국내 정보 사찰을 해온 것이다. 모두가 알다시피 국가정보원은 북한 노동당의 대한민국 적화 전략에 맞서 국체를 수호하고, 국익을 지키는 전사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12/06/201712060333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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