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보도…"이성적이란 믿음 없었다면 선제행동 했을 것"

북한 노동신문은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삼지연감자가루 생산공장을 현지지도했다고 6일 보도했다. /노동신문 뉴시스


미국의 정보기관과 군 당국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이성적 행위자(Rational actor)’로 평가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5일(현지 시각) 미국 정부 정보기관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김정은이 연이은 핵·미사일 도발을 이어가고 있지만 이는 분명한 목적과 이성적인 판단 아래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미 정보기관들은 김정은이 미국이나 동맹국을 공격할 경우 북한의 안위는 물론 자신의 권력 기반이 무너진다는 사실을 잘 이해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WSJ는 미국 정부가 경제 제재와 외교적 타협을 통해 북핵 문제를 해결하려는 이유 역시 김정은을 이성적 행동가로 보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지난 2일 레이건 국방포럼에서 “김정은은 국내외에서 자신의 입지가 얼마나 취약한지 잘 알지 못하는 것으로 생각한다”면서도 “우리 정보기관들은 김정은이 이성적이라고 말한다”고 언급해 이같은 분위기를 전한 바 있다.

이런 판단의 근거는 핵·미사일 개발과 관련해 김정은이 더 위험한 방식으로 행동할 수 있었는데도 매번 그런 위험까지는 감수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말폭탄’을 주고받으며 위기를 고조시키면서도 구체적인 행동을 하지는 않았고, 중국의 19차 당 대회와 트럼프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기간에 도발을 자제했다는 것이 대표적 사례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 순방에 맞춰 미국의 항공모함 3척이 한반도 인근에 배치된 기간에 미사일 발사 시험을 하지 않은 것은 합리적인 행동이라고 복수의 군 관료들이 평가했다.

한 미군 관계자는 북한의 ‘화성-15형’ 시험발사에 대해 “김정은은 더 일찍 시험발사를 할 수 있었지만 최적의 타이밍을 기다렸다”며 “(트럼프의) 순방 기간에 시험발사를 하는 위험을 감수하지 않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연합뉴스


미국이 김정은을 ‘합리적 행동가’로 평가한 것은 지난 2012년부터다. 집권 이후 첫 미사일 발사 시험을 하고 국제사회의 제재와 비난에 대응하는 모습을 보며 이성적 인물로 판단했다는 게 정보기관 관계자의 전언이다.

당시 김정은은 미국을 겨냥해 위협 수위를 올리다 갑자기 도발을 멈췄다. 이에 대해 정보기관 관계자는 “그가 뭔가를 배웠다. 불을 지폈지만 더 키우지는 않았다”고 했다.

아울러 북한이 병력을 증강 또는 이동하거나 미군 항공기·함정에 대해 도발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는 점 역시 김정은의 합리성을 보여주는 사례로 꼽혔다.

WSJ는 북핵 위협에 대한 미국의 대응 방식도 ‘김정은은 이성적’이라는 전제에 기초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국이 김정은을 비이성적 인물로 평가했다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한반도 병력을 증강했겠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폼페이오 국장과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최근 ‘미국의 노력은 경제와 외교적 수단에 의존한다’고 천명한 것도 이 같은 판단에 기반을 둔 것이라고 복수의 군 관계자들이 WSJ에 말했다.

오바마 행정부 출신의 한 전직 고위 관료는 “우리가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은 김정은을 협상이 가능한 상대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그런 믿음이 없었다면 지금쯤 선제적으로 뭔가를 했을 것”이라고 했다.

김정은의 합리성에 대해서는 한국 정부도 비슷한 결론을 내렸다고 WSJ는 전했다. 2014~2015년 대북 협상에 참여했던 한국 정부 최고위 관료 출신 인사는 WSJ에 “김정은 정권의 협상 접근법은 합리적이고 세심하게 계획돼 있다”며 “김정은의 리더십은 기대했던 것보다 낫다”고 평가했다.

WSJ는 “김정은이 합리적이라는 사실이 그가 잔인하지 않거나 도발적이지 않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12/06/201712060142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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