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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문] 불명예스러운 고립
조선  |  @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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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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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 마거릿 미첼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서지문 고려대 명예교수
서지문 고려대 명예교수

마거릿 미첼의 소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남 주인공 레트 버틀러는 미국 남부 전통 사회의 신사도, 격식, 품위 따위를 모조리 비웃는 '파락호'로 악명 높다. 남북전쟁이 임박한 어느 날, 남부 '신사'들은 "북부의 '상놈(yankee)'들이 남부에 도전하면 보기 좋게 한 방에 나가떨어질 것"이라고 큰소리를 쳐댄다. 그러자 버틀러는 신사들에게 "남부는 북부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고 여러 현실적 상황을 들어 반박해 그 자리에 있던 신사들의 격분을 산다. 그러나 그는 막상 전쟁이 발발하자 링컨의 해안 봉쇄 (naval blockade)를 뚫는 용감한 선장으로 일약 남부의 영웅이 된다. 물론, 그가 군수물자나 생필품보다 사치재를 들여와 떼돈을 번다는 수군거림도 있다.

해안 봉쇄는 고대부터 수많은 전쟁에서 적국의 숨통을 조이기 위해 사용된 기본 전술이었다. 나폴레옹 전쟁에서 프랑스와 영국은 서로 해안 봉쇄령을 발동했는데, 손해를 더 본 쪽은 나폴레옹의 프랑스라는 것이 역사의 판정이지만 영국도 후유증을 오래 앓았다. 국토에 비해 농지가 적었던 영국은 프랑스에서 수입하는 곡물에 크게 의존했는데, 대륙에서 곡물을 수입할 수 없게 되자 지주들에게 늪지를 말려 농지로 개간하라고 권장했다. 그 어마어마한 경비에 대한 보상으로 '곡물법'을 제정해 곡물 가격이 어느 수준에 이르기 전에는 곡물 수입을 금하기로 약속했다. 그에 따른 높은 곡물가 때문에 기아에 허덕이는 노동자들의 폭동이 빈발했다. 이 악명 높은 곡물법은 30년 이상 존치되면서 영국 사회 갈등의 으뜸 원인이 됐다.

우리나라도 북한에 대한 해안 봉쇄에 참여할 것이라는 송영무 국방장관의 국회 답변에 청와대가 즉각 송 장관의 개인적 견해일 뿐이라고 해명했다고 한다. 현 상황에서 북한 핵의 가장 확실하고 직접적인 예상 피해자는 대한민국인데 어째서 한국 정부는 대북 경제 제재, 한·미 항모 훈련 등 북한 옥죄기를 주도해야 할 텐데 국제 공조에 동참하는 것조차 회피하는 걸까. 내 자식 때리는 남의 자식을 감싸는 것은 숭고한 박애정신일 수 있다. 그러나 내 나라를 파괴하고 내 국민을 몰살하려는 국제 무법자를 옹호하고 원조하려는 것은 미덕이 아니라 죄악·반역임을 우리 위정자들은 어째서 모를까.

1957년작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한 장면.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12/04/201712040310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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