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주 건너편 중국 무역 도시인 단둥에서 북쪽으로 30㎞쯤 가면 바싼(八三) 유류 저장소가 나온다. 대북 송유관이 시작되는 곳이다. 여기서 평안북도 정유 시설인 봉화화학 공장까지 연결된 30.3㎞의 송유관으로 연간 100만t가량의 원유가 흘러들어 간다. 중국이 이 송유관을 몇 달만 잠가도 북한은 큰 타격을 입는다. 북핵 문제는 달라질 수 있다. 그런데 중국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미국 자유아시아방송은 3일 "북한 경유 가격이 지난달 초보다 60%, 휘발유 가격은 25% 떨어졌다"고 보도했다.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에 성공한 이 마당에도 중국은 여전히 대북 송유관에는 손대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중국 공산당과 세계 정당 간 고위급 대화'에 참석한 추미애 민주당 대표가 1일 시진핑 주석과 같이 사진을 찍는 자리에서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한 노력에 대해 감사하다"고 말했다. 북한이 핵·미사일 관련 부품을 밀수해온 주요 통로가 중국이다. 북한이 무슨 도발을 해도 김정은의 살길을 계속 열어주는 게 중국이다. 그러면서 방어용인 한국 사드에 대해선 막가는 보복을 한다. 중국의 어떤 노력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는지 궁금하다. 
 
[만물상] '新 事大'?

▶추 대표는 3일 이 행사의 기조연설에서 "'신시대 설계사'인 시진핑 총서기께서 주창하신 '중국의 꿈'이 세계 평화와 번영에 공헌할 것으로 확신한다"고도 했다. '중국몽(中國夢)=중화민족의 부흥'이다. 이른바 중화 민족주의 아래 우리 민족이 어떤 피해를 당해왔는지 안다면 이런 말은 못할 것이다. 시진핑 시대 중국의 중화 부흥 앞에 이웃 나라 주권은 쉽게 희생될 수 있다. 전 세계가 중국몽을 경계하는데 우리 집권당 대표는 중국몽이 빨리 이뤄지길 바란다.

▶지난 5월 대통령 특사로 이해찬 의원이 시 주석을 만났을 때 시 주석은 테이블 상석에 앉고 이 특사 일행은 시 주석이 주재하는 회의에 참석한 모양새였다.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때만 해도 방중 특사는 시 주석과 나란히 앉아 대화했다. 이해찬 특사단의 자리 배치는 시 주석이 홍콩 행정장관을 접견할 때와 같았 다.

▶문 정부 들어 중국은 우리를 아래로 보는 행태를 더욱 노골화하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여당은 항의는커녕 주눅 든 사람들 같은 태도를 보인다. 추 대표가 중국 지도부 앞에서 사드 보복에 대한 우리 입장을 당당하게 말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럴 줄은 몰랐다. 신(新)사대(事大)인가. 여당이 강조하는 '당당한 외교'에 중국은 예외인가 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12/03/201712030168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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