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人 송영무'의 직선적 발언… 청와대는 조마조마]

文정부 정책기조와 다른 宋국방 잇단 발언에 與圈 곤혹

- 軍일부 "국방장관의 당연한 발언"
"韓·美동맹 중시, 對北 원칙발언 군인으로서 할 말하고 있는 것"

- 與圈일부선 "정무 감각 높여야"
"野의원 유도질문에 자꾸 넘어가… 10년 공백에 현안 파악도 문제"

- 文대통령의 신뢰는 여전
안보 공약 만드는 등 10년 인연… 文대통령은 '장관들 역할따라 다른 말할 필요도 있다' 생각
 

송영무 국방장관
청와대 등 여권(與圈)이 해상봉쇄나 전술핵 재배치 등 정부의 대북 정책 핵심 기조와 다른 발언을 계속하는 송영무〈사진〉 국방장관 문제로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장관이 정부 방침과 가끔 다른 말을 할 수는 있다. 하지만 송 장관은 그 빈도가 잦다. 청와대로부터 '경고'를 듣고도 같은 행위를 반복하고 있다. 군(軍)과 여권 일각에선 "군인 출신으로 정치적인 고려를 않고 본인 생각을 얘기하다 생기는 일"이라면서도 "현 정부와 기본 철학이 다른 부분이 있다면 함께 가기 힘든 것 아니냐"고도 하고 있다.

송 장관은 지난 1일 대북 '해상봉쇄' 조치와 관련해 '미국에서 요청이 오면 거부하지 않기로 정부 차원에서 결정했다'는 취지로 말했다. 그러자 청와대는 당일 "송 장관 개인 의견"이라고 수습에 나섰다. 지난달 23일 국회에서 김관진 전 국방장관이 석방된 것과 관련해 "다행이다"라고 했다가 여당 의원들이 반발했다. 여권 관계자들은 "댓글 사건이 가진 정치적 함의를 생각한다면 해선 안 되는 말이었다"고 했다. 송 장관은 지난 7월 취임 이후 국회 등 공식 석상에서 '전술핵 재배치 검토 용의' 등 일부 문제에선 보수 야당과 같은 입장도 냈다.

이 같은 송 장관 발언에 대해 군 관계자들은 "발언 뒤에 논란이 일면 본인도 '그게 그렇게 문제가 되느냐'고 한다"며 "정무적인 상황을 고려하기보다는 직업군인으로서 본인 생각을 숨기지 않고 말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장관'이 아닌 '군인' 감각으로 답할 때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권에서는 "전역한 지 10년이 지나다 보니 개별 현안에 대한 이해가 현역 때 같지 않은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청와대와 여당 일각에는 "송 장관 입장이 근본적으로 현 정부와는 배치되는 부분들이 있다. 이대로는 같이하기 힘들다"는 목소리도 있다. 군(軍) 내에서도 "청와대 일부 참모 그룹과는 사고방식이 달라서 걱정"이라고도 하고 있다. 다만 청와대 핵심 관계자들은 "문 대통령이 야당의 반대에도 '국방 개혁'의 적임자로 발탁한 만큼 경질하는 일은 당분간 없을 것"이라고 했다.

요즘 국회에서는 송영무 장관이 등장할 때마다 여야(與野) 분위기가 엇갈리는 일이 자주 벌어지고 있다. 여당에서는 "오늘은 또 무슨 새로운 문제를 만들지 우려된다"며 긴장감이 흐르고, 지명 당시에는 송 장관을 반대했던 야당에서는 "내각에서 송 장관 정도가 국민 상식을 반영하고 있다"며 '기대감'을 드러낸다.
 
여권과 청와대 참모진들 사이에서 송 장관에 대해 처음 '정부 방향과 맞지 않는 사람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온 건 '전술핵 발언' 때였다. 그는 지난 9월 4일 국회에서 "전술핵 재배치를 검토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전술핵 재배치 반대'가 공식 입장인 청와대와 여권이 '국방장관 개인의 발언'이라며 해명해야 했다. 이어 송 장관은 지난 9월 18일엔 국회 국방위에서 문정인 통일·외교·안보특보에 대해 "상대해서 될 사람이 아니다. 학자 입장에서 떠드는 것 같은 느낌"이라고 했다. 외교안보 라인 불화설로 번지자 청와대는 송 장관에게 '엄중 주의' 조치를 했다. 송 장관은 그 무렵 국회에 출석해 "참수 작전의 개념을 정립 중"이라며 "올해 12월 1일부로 부대를 창설해서 전력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를 두고 문 특보는 인터넷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아주 잘못됐다. 부적절한 표현"이라고 했고, 송 장관은 여기에 대해 "상대해선 안 될 사람"이라고 한 것이었다. 그러고 나서도 최근 다시 '김관진 석방은 다행' '해상봉쇄 검토' 발언이 나왔다.

송 장관이 왜 이러는지에 대해선 두 가지 분석이 있다. 우선 '정치인 송영무'가 아닌 '군인 송영무'가 보고 느낀 때로 말하고 있다는 것이다. 군 관계자는 "4성 장군 출신으로서 한·미 동맹을 중시하고 북한에 대해 공격적으로 말한 것 아니냐"며 "송 장관 말 중에 논란이 되는 말은 있어도 문제 될 발언이 뭐가 있느냐"고 했다. 진보 정부의 국방장관이기 때문에 이상하게 보이는 것일 뿐, 국방장관과 군인으로서 당연한 말을 하고 있다는 시각이다. 송 장관은 문정인 특보와 갈등 당시 "국방장관은 대통령에게 직언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하나는 10년 공백으로 인해 현안 파악과 정무적 감각에서 문제가 있다는 시각이다. 주로 청와대와 여권 시각이다. 민주당의 한 국방위원은 "10년 동안 국제관계와 한·미 관계가 크게 바뀌었는데 과거의 틀로 지금의 문제를 보고 있다. 업데이트가 필요하다"고 했다. 또 청와대 관계자는 "송 장관이 보수적인 것이 문제가 아니라 국회의원들의 유도 질문에 넘어가고 있는 것이 문제"라며 "직언을 하더라도 때와 장소를 가려주면 좋겠는데…"라고 했다. 어느 쪽이든 송 장관이 현 정부 정책에 어떤 근본적인 문제의식을 갖고 이런 발언을 계속하는 건 아니라는 데 이견이 별로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송 장관 문제에 대해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3일 본지 통화에서 "국회의원들 질문에 답하다 보면 이런저런 실수를 할 수 있는 것"이라며 "문 대통령은 송 장관의 국방 개혁에 대한 의지를 신뢰하고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선 문 대통령이 비교적 보수적인 송 장관을 주변에 두면서, 여론 운동장을 좌우(左右)로 넓게 활용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9월 27일 야당 대표들과의 회동 때 "통일부는 대화를, 국방부는 압박을, 또 외교부는 외교부 나름대로 목소리를 내면서 긍정적인 힘이 발휘되는 것"이라고 했었다. 또 송 장관은 군 출신으로선 드물게 문 대통령과 10년 가까운 오랜 인연을 갖고 있다. 지난 2006년 노무현 정부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이었던 문 대통령은 인사추천위원장 자격으로 송 장 관을 해군참모총장으로 추천했었다. 이후 송 장관은 2012년과 2017년 대선 모두 캠프에서 문 대통령을 도왔다.

그러나 북한은 송 장관에 대해 "범 무서운 줄 모르는 하룻강아지" "미국의 꼭두각시"라며 타깃으로 삼고 있다. 여기에 청와대 안팎의 '대북 유화파'들이 집단적으로 국방장관 교체를 요구할 경우 송 장관의 입지가 언제 흔들릴지 모른다는 관측도 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12/04/201712040015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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