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핵무력 완성" 선언]

초기 비행·낙하 속도 빨라져… 탄두 재진입 능력 향상된 듯
서훈 국정원장 "北이 쏜 ICBM급 미사일 중 가장 진전됐다"

- 화성-15형은 화성-14형 개량형
비행 고도 750㎞ 높아지고 비행시간도 6분 더 길어져
"500~600㎏ 탄두 싣고 1만㎞ 이상 날아갈 수 있어"
 

북한이 29일 새벽 발사한 '화성-15형'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은 미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최대 사거리 능력을 보여줬다. 특히 진전된 대기권 재진입 능력을 갖췄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더 위협적이 됐다. 이날 미사일은 최대 고각(高角)으로 발사돼 4475㎞까지 올라갔다. 정상 궤도로 비행할 경우 최대 사거리는 미 본토 전역을 사정권에 넣는 1만3000㎞에 달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초기 비행 및 낙하 속도도 지금까지 발사된 북 중장거리 미사일 중 가장 빨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탄두(彈頭) 재진입 능력도 향상된 것이다. 서훈 국정원장은 이날 국회 정보위에 출석해 "그동안 세 번에 걸쳐 발사된 ICBM급 중 가장 진전된 것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화성-15형은 화성-14형 개량형인 듯

북한은 이날 '정부 성명'에서 '화성-15형'이란 이름을 처음 언급했다. 성명은 "화성-15형은 미 본토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초대형 중량급 핵탄두 장착이 가능하고, 지난 7월 시험 발사한 화성-14형보다 전술 기술적 제원과 기술적 특성이 훨씬 우월한 무기 체계"라고 했다. 화성-14형과는 다른 새로운 ICBM이라는 것이다. 북한은 지난 4월 열병식에서 트레일러형 등 신형 ICBM 3종 세트를 처음 등장시켰으며, 지금까지 2종은 시험 발사하지 않아 왔다.
 

그러나 군 당국과 전문가들은 화성-15형이 화성-14형의 개량형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국정원은 국회 정보위 보고에서 "기존 화성-14형보다 최대 고도와 속도가 높다는 점에서 개량한 ICBM급일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정부 소식통도 "미 정찰위성이 북 미사일을 발사 전에 포착했는데 화성-14형과 (모양이) 유사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화성-15형이 화성-14형의 2단 로켓 엔진 추력(推力)을 높여 500~600㎏의 탄두를 1만㎞ 이상 운반할 수 있도록 개량됐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날 발사된 화성-15형은 지난 7월 28일 발사된 화성-14형에 비해 고도는 750여㎞ 높아지고 비행시간은 6분여가 길어졌다. 당시 고각 발사된 화성-14형은 고도 3700여㎞까지 올라가 총 47분간 비행했다.

미국 미사일 전문가 데이비드 라이트는 "북 미사일이 도달 거리를 최대화하는 정상 고도로 비행했다면 사거리가 1만3000㎞를 넘겼을 것"이라고 밝혔다. 제프리 루이스 미 비확산센터 선임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플로리다 별장인 '마러라고 리조트'까지 날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선 북한이 이번에 실제 핵탄두 무게에 훨씬 못 미치는 가짜 탄두를 장착해 늘어난 사거리 능력을 보여줬을 가능성도 있다면서 신중론을 펴고 있다.

日 방위상의 다탄두(多彈頭)설 해프닝

일부 외신은 이날 오전 오노데라 이쓰노리 일본 방위상이 "(북 미사일이) 여러 개로 분리돼 낙하한 것으로 보아 다탄두 가능성을 부정할 수 없다"고 답했다고 보도해 한때 북한이 다탄두 미사일을 시험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하지만 오노데라 방위상은 뒤에 "(다탄두가 아니라) 다단식(多段式)"이라고 정정했다. 다단식은 2~3단 로켓을 의미하는데 화성-14형이나 그 개량형은 2단 로켓 미사일이다. 우리 군 당국과 전문가들도 북한의 기술 수준을 감안할 때 다탄두 미사일을 시험했을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보고 있다.

대기권 재진입 시험은 북 ICBM 개발의 마지막 관문으로 평가돼 왔는데 이번에도 성공 여부는 아직 정확히 확인되지 않고 있다. 다만 재진입 속도가 지금까지 중장거리 미사일 시험 중 가장 빨랐던 것으로 알려져 진전 가능성은 거론된다. ICBM은 보통 마하 24~25의 초고속으로 대기권에 재진입해 탄두 부분에 7000~8000도의 고열이 발 생한다. 일본 방위상이 언급한 '여러 개의 조각'은 탄두가 쪼개진 것이 아니라 탄두 자세를 제어하는 추진체(PBV) 등이 분리돼 생겼을 가능성이 있다.

핵탄두 크기와 중량을 줄여 미사일에 장착하는 소형화 문제는 지난 9월 북한이 6차 핵실험에 앞서 공개한 장구 형태의 수소탄 탄두 무게가 500㎏ 미만일 것으로 분석됨에 따라 별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평가된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11/30/201711300027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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