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째 中대사관 앞 외로운 싸움]

국내 탈북민·종교인 함께 모여 시진핑에게 매주 항의 편지도
중국, 10명 북송 소식 알려지자 아내·네살 아들 기다리던 아빠
"강제 북송은 살인 행위" 눈물
 

29일 오후 2시 서울 명동 중국대사관 앞. 영하의 날씨에도 20여명이 모여 '중국 정부는 탈북난민 강제 북송 중단하라!'고 쓰인 플래카드를 들었다. 손에는 '400번째 외침'이라고 쓰인 팻말을 들었다. 이날 열린 집회는 '탈북난민 강제 북송 중지 호소 수요집회'. 40~50대 종교인 모임인 '선민네트워크'와 탈북인들 모임인 '탈북동포회'에서 주최했다. 첫 시작은 2008년 9월 3일. 이날로 400번째 집회였다. 매주 수요일 중국대사관 정문 앞에서 중국 정부의 탈북민 북송(北送) 방침에 항의하는 집회를 열어 왔다.

이날 중국에서 탈북민 10명이 강제 북송됐다는 뉴스가 영국 BBC방송을 통해 전해졌다. 중국 공안에 체포된 탈북자들이 중국 단둥을 거쳐 평안남도 신의주로 끌려갔다는 것이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이태원(가명·28)씨의 아내와 네 살짜리 아들도 포함돼 있었다. 지난 4일 탈북한 가족들이 중국 공안에 잡혀갔다는 소식을 들은 이씨는 BBC, CNN 등에 중국 시진핑 주석과 미국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송을 막아달라고 호소하는 영상을 보냈다. 하지만 지난 17일 끝내 북송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씨는 "네 살짜리 아들이 감옥에 있을 생각을 하면 숨이 쉬어지지 않는다"며 울먹였다. 그는 "탈북민들을 북한으로 돌려보내는 것은 사실상 살인 행위"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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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서울 명동 주한 중국대사관 앞에서 열린 ‘제400차 탈북난민 강제 북송 중지 호소 수요집회’ 참가자들이 ‘400번째 외침’이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있다. ‘탈북민들의 강제 북송을 중지하라’는 글귀가 한국어·중국어·영어 3개 국어로 적혀 있다. /성형주 기자

김성은 갈렙선교회 대표 목사는 "우리 정부가 탈북자 문제를 거론했을 때 분명히 중국 외교부가 알아보겠다 하고는 아무 말도 없이 북송시켰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국제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에 따르면 중국 공안이 지난 7~8월에만 북한으로 돌려보낸 탈북민이 최소 49명이다. 중국에서 공안에 잡힌 탈북민 중 한국으로 입국을 시도했던 사람들의 경우 정치범수용소나 노동교화소로 보내진다고 한다.

'강제 북송 중지' 수요집회의 시작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이 계기가 됐다. 당시 탈북민들이 한국에서 있었던 올림픽 성화 봉송 행사 때 탈북자에 대한 중국의 가혹한 대우 등에 항의하며 할복과 분신을 기도했었다. 선민네트워크 대표 김규호 목사는 "중국도 인권 문제에 신경을 써야 한다는 의미에서 중국대사관 앞 집회를 열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김 목사는 "2003년 산둥성 옌타이항에서 보트를 이용해 한국과 일본으로 밀항하려던 탈북자 82명이 중국 공안에 적발돼 강제 북송되어 처형된 적이 있었다"며 "그때부터 탈북자 인권에 관심을 가졌다"고 말했다.

집회마다 참가자들은 플래카드를 들고 모여 중국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주석에게 보내는 편지'를 우편함에 넣어놓는다. 처음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에게 보내던 편지는 어느새 시진핑(習近平) 주석에게 보내는 편지로 바뀌었다. 김 목사는 "그때나 지금이나 주석에게 보내는 편지 내용은 대동소이(大同小異)하다. 씁쓸한 일이다"고 했다.

집회 평균 참가자 수는 5명 안팎이다. '탈북동포회' 회원들이 고령인 경우가 많다 보니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아 열지 못하는 날도 있다. 적을 때는 단 두 명이서 집회를 이어가기도 했다. 김 목사는 "적은 수의 사람이라도 누군가는 이 문제에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는 경각심을 주고 싶어 꾸준히 이 어갔다"고 했다. 399번째 집회는 지난 14일 세계 평화를 상징하는 뉴욕 유엔본부 앞에서 열렸다.

'선민네트워크'와 '탈북동포회' 외에도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 '북한인권단체연합회' 등의 단체에서 강제 북송에 반대하는 집회를 비정기적으로 열고 있다. 북한인권단체연합회도 30일 오전 10시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11/30/201711300020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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