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이 대공(對共)수사권을 통째로 다른 기관으로 이관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하는 국정원법 개정안을 29일 공개했다. 국가보안법상 '찬양·고무죄' 및 '불고지죄'와 관련된 정보수집도 검경 등 다른 수사기관이 할 수 있다며 업무 범위에서 제외키로 했다. 국정원 이름도 '대외(對外) 안보정보원'으로 바꾼다. 진보 좌파 인사가 다수인 '국정원 개혁위' 권고안을 거의 그대로 받아들인 내용이다.

국정원이 간첩 수사 과정에서 증거 조작 등을 저질러 신뢰도에 스스로 먹칠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간첩 수사에 대한 전문성에서 국정원만 한 조직은 어디에도 있을 수 없다. 정보 수집과 수사를 분리할 경우 간첩 검거 역량의 이탈과 누수를 막을 수도 없을 것이다. 국정원에 대한 정권 차원의 불신이 국정원의 근간을 해체키로 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올 수 있다.

수사 기능을 이관한다고만 했지 어디로 보낸다는 얘기는 없다. 정권 측 누구도 말을 않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때 '국가경찰 내 안보수사국'을 만들어 이곳에 간첩 수사 기능을 넘기겠다고 공약했다. 이 공약대로 가겠다는 것인지 아닌지 밝히지 않는다. 여권 내에선 경찰을 미국의 FBI와 비슷한 국가경찰과 지방자치경찰로 나눈 뒤 국가경찰에 대공수사권을 넘긴다는 소문만 나돌 뿐이다. 국정원법을 연내에 통과시켜달라고 했는데 간첩 수사기관 없이 국정원이 수사권만 내려놓으면 어떻게 되나. 경과 규정이 있는지 어떤지도 알 수 없 다.

국정원 수십 년 역사에서 그늘도 많았지만 안보의 한 축을 맡아온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우리는 북한이라는 최악의 폭력범죄 집단과 대치하고 있다. 그들이 핵까지 가지려 한다. 이런 상황에서 정보기관을 근본적으로 바꾸려면 설득 과정이 있어야 하고 국민적 동의도 얻어야 한다. 지금이 국가 정보기관을 두고 실험을 할 때냐는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11/29/201711290351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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