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 김관진·임관빈 잇단 석방… 검찰 일각서도 "무리한 수사"

- 檢 "사이버司는 정치개입용"
"反정부 세력을 종북 세력 규정, 정부 비판 단체도 敵으로 판단

- 金·林 "적법한 사이버戰 활동"
"중립 강조, 정치개입 지시 안해… 문제 댓글 8862건 본적도 없다"
 

법원이 군(軍) 사이버사령부의 '정치 댓글 공작' 사건과 관련해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에 이어 24일 임관빈 전 국방정책실장까지 석방하자 검찰은 큰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중요 사건에서 구속된 피의자가 연이어 구속적부심을 통해 풀려난 것은 전례가 거의 없는 일이다. 특히 법원은 두 사람을 석방하면서 "범죄 성립 여부에 대해 다툴 여지가 있다"고 했다. 사실상 피의자 구속의 첫째 조건인 '범죄 소명'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증거가 확실하다"고 했던 검찰로선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법원이 두 사람을 석방한 것은 무엇보다 김 전 장관과 임 전 실장의 정치 개입 혐의에 대한 입증이 충분하지 않다고 봤기 때문이다. 법원 관계자는 "재판부가 두 사람의 지시가 정치 개입 지시였는지, 아니면 대북 사이버전(戰) 지시였는지 명확하지 않다고 본 것 같다"고 했다.

김 전 장관 등의 주요 혐의는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사이버사령부에 여당 승리를 위해 댓글 공작을 지시해 정치에 개입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사이버사령부가 2011년부터 2013년까지 작성한 댓글 78만여 건 중 1% 조금 넘는 8862건이 정치 중립을 어겨 위법하다고 봤다. 문제의 댓글은 한·미 FTA, 제주 해군기지 건설, 천안함 폭침 등의 이슈에 관한 것이다. 당시 야당이 반대하는 제주 해군기지 건설에 대해선 '좌파들에 의해 제주 해군기지가 죽도 밥도 아닌 것이 되겠구나'라는 댓글을, 문재인 대통령의 2012년 총선 당시 부산 출마를 두고는 '문재인이 부산에? 개박살 나겠군요'라는 댓글 등을 달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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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석방된 김관진(왼쪽) 전 국방부 장관에 이어 군 사이버사령부의 ‘정치 댓글 공작’에 관여한 혐의로 지난 11일 구속됐던 임관빈(오른쪽) 전 국방정책실장이 지난 24일 수감 중이던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오고 있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24일 임 전 실장 구속적부심에서 “일부 혐의에 관해 다툼의 여지가 있고, 증거인멸 염려가 없다”며 석방을 결정했다. /뉴시스·이태경 기자
검찰은 이런 '댓글 공작'이 애초부터 정치 개입을 위한 것이었고, 김 전 장관과 임 전 실장도 대북(對北) 사이버전이 아닌 국내 정치 개입을 목적으로 사이버사령부를 운영하면서 관련 지시를 내렸다고 봤다. 검찰은 김 전 장관의 구속영장에 '김 전 장관은 반(反)정부 세력을 종북 세력으로 규정하고, 정부에 비판적인 야당, 시민 단체 등을 사이버전의 적(敵)으로 판단했다'며 '총선과 대선에서 여당이 승리하는 것을 2012년 사이버사령부의 기조로 삼았다'고 적었다.

그러나 김 전 장관 측은 "검찰은 김 전 장관이 총선과 대선 등 정치에 개입하려는 목적이 있었다고 단정 짓고, 북한의 선전·선동에 대응하는 사이버사령부 활동을 정치 개입으로 몰아갔다"고 반박했다. 김 전 장관은 수차례 사이버사령부에 '정치 중립'을 강조했고 특정 정치적 이슈에 대해 구체적인 대응 지시를 내린 적도 없다는 것이다. "김 전 장관은 사이버사령부 활동에 대한 개략적인 현황만 보고받았을 뿐 문제가 된 댓글 8862건을 직접 본 적도 없다"고도 했다.

양측 주장이 이렇게 맞서 있는 상황에서 법원은 검찰이 김 전 장관이 정치 댓글 공작을 지시했다는 부분을 제대로 입증하지 못했다고 본 것이다.
 
검찰이 '정치 댓글'로 지목한 사이버사령부 댓글
검찰은 김 전 장관이 석방됐을 때는 "법원 결정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며 반발했지만 임 전 실장 석방 때는 따로 입장을 내지 않았다. 그러나 수사팀 내부에서는 "법원이 수사를 가로막고 있다"는 불만이 팽배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팀 관계자는 "이태하 전 사이버사령부 심리전단장이 1·2심 재판에서 정치 개입 혐의로 이미 유죄 판결을 받았다"며 "그 지휘 라인에 있는 장관이나 국방정책실장이 모든 걸 지휘했다고 보는 게 상식 아니냐"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법원이 법과 원칙이 아니라 정치적으로 사건을 해석해 판단한 것 같다"고 했다.

그러나 검찰 안팎에서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 부장검사는 "범죄 소명이 부족하다는 건 확실한 증거가 없다는 얘기"라며 "애초부터 수사팀이 너 무 무리하게 수사한 것 아니냐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고 했다.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검찰이 법원에 김 전 장관과 임 전 실장을 구속시켜 달라고 하면서 '청와대 수사를 위해 구속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이는 적절한 이유가 될 수 없다"며 "김 전 장관이 개인 비리나 파렴치한 범죄를 저지르지 않은 이상 불구속 수사 원칙을 지키는 것이 맞는다"고 말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11/27/201711270029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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