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SA 귀순 병사를 통해 본 북한의 감염병 실태]

잇단 수해로 수인성 전염병 급증… 상수도 개선·영양 증진 이뤄져야
탈북 청소년 36% 기생충 감염
구충약 먹으면 쉽게 낫지만 감염고리 끊으려면 적어도 5년
"통일 대비 적극적 의료지원 필요"
 

JSA 귀순 북한 병사의 질병 상태가 공개된 것을 계기로 그동안 베일에 가려져 있던 북한의 감염병 실태가 드러났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북한의 감염병 문제는 미래 통일 한국의 문제"라며 통일과 남북 교류에 대비해 북한 주민의 감염병 퇴치가 급선무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북한 아동 사망 원인의 19%가 '설사'

B형간염은 1990년대 한국에서도 보균자가 10%에 달해 간염이나 간암으로 진전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백신이 개발돼 보급되면서 현재 30세 이하는 0.1~0.5%로 대폭 낮아졌다. 간암 사망자도 크게 줄고 있다. 진범식 국립중앙의료원 감염병센터장은 "엄마 감염자로부터 태어날 때부터 감염되는 수직 감염자가 절반"이라며 "B형간염 백신 지원이 시급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한때 북한에 결핵약 지원이 많이 이뤄졌으나, 북한의 관리 시스템 미비로 결핵약을 먹다 말다 하면서 오히려 내성균이 더욱 증가했다는 평가도 있다. 북한에 지원을 하더라도 감염병 관리 시스템을 심어야지, 어설프게 약만 줘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남북한 주요 건강 지표 비교 그래프

특히 5세 미만 북한 어린이들의 감염병 실태도 심각하다. 깨끗한 물을 사용하지 못해 발생하는 수인성 전염병이 많아 "5세 미만 아동의 사망 원인 중 설사가 18.9%를 차지한다"고 기모란 교수는 밝혔다. 2013년과 2016년 수해(水害)로 설사병 환자가 급증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5세 미만 아동은 영양 상태가 안 좋아 저체중이 15%, 발육 부진 28%라는 UN 조사 결과도 있다. 수인성 질환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당장은 수액 공급 시설을 지어주고 자체 생산할 수 있도록 하면서, "상수도 시설 개선과 급수 관리, 영양 증진을 통한 면역력 상승 등 인프라 구축 같은 근본적인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탈북 청소년 36%가 기생충 감염

북한 주민들의 기생충 감염 실태는 한국의 70년대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은 곡물 재배에 인분을 사용하기 때문에 회충·촌충 등 흙 관련 기생충이 많고, 민물고기를 날로 먹으면서 기생충 감염이 발생하기도 한다. 탈북 주민 대상 조사에서도 청소년의 35.5%, 성인의 24.6%가 기생충에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기생충은 다른 감염성 질환과 달리 구충약을 먹으면 해결된다"면서 "국제기구를 통해 구충약 지원이 이뤄지지만 대부분 한 번씩 먹는데 그쳐 여전히 많은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기생충 감염 고리를 끊으려면 적어도 5년 이상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북한은 1960년대에 시·군-도-평양으로 이어지는 의료 전달 체계와 무상 의료 등 의료 체계를 선보였다. 70년대엔 "한국은 치료를 받지 못해 죽는 사람이 많다"며 자신들의 의료 체계를 선전하기도 했다. 한국도 이에 의료보험 제도를 도입하면서 현대적 의료 체계를 구축해왔다. 그러나 북한은 90년대 고난의 행군 시절을 지나면서 의료 체계가 사실상 붕괴되고 약품·의료기기 부족 사태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말라리아는 북한의 황 해도, 개성 등에서 매년 1만명 이상 발생하면서 2012년 피크를 이뤘다. 이후 국제기구와 한국 정부의 지원으로 2015년에는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 상태다. 한국은 1970년대 말라리아 환자가 많았으나 지금은 거의 퇴치됐다. 그러나 북한 남부지역 등지에서 창궐한 말라리아가 남쪽으로 10㎞를 이동하면서 경기도·강원도 일부 지역에서 다시 발생하고 있는 중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11/24/2017112400286.html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