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SA 귀순' 영상 공개]

의료진 "한국민 피 1만2000㏄로 살았다"… 귀순병 "감사합니다"

- 법학도가 꿈이었던 25세 운전병
의사 "악수할때 해군 UDT 느낌"
빠르면 이번 주말 일반 병실로
 

귀순 과정에서 폐·복부 등에 총상과 관통상을 입고 무의식 상태에서 두 차례 수술받은 북한 병사가 의식을 찾고 의료진과 대화할 정도로 회복하면서 그의 신상과 심정 등이 속속 알려지고 있다. 가벼운 농담까지 나눌 정도로 빠르게 안정을 찾아가는 북한 병사는 이르면 이번 주말 중환자실에서 일반 병실로 옮겨질 것으로 보인다.
 
주치의인 아주대병원 중증외상센터 이국종 교수는 22일 기자회견을 열고 "병사와 악수를 하는데, 수술 후 회복 중임에도 해군 UDT 대원 같은 단단한 근육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며 "본인이 먼저 요구하는 것도 없고 불평도 하지 않는 배우 현빈을 닮은 건장한 청년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의료진 등에 따르면 북한 병사는 25세로 성이 오(吳)씨다. 키는 170㎝, 몸무게는 60㎏ 정도다. 북한 청년 평균 키보다 5~6㎝ 큰 편이다. 본인 의사로 귀순을 결심했으며, 한국에 긍정적 기대를 갖고 있다고 의료진은 전했다. 구체적인 귀순 동기에 대해서는 알려지지 않았다. 운전병이 주특기로 군에는 8년째 복무 중이다. 애초에는 법학도를 꿈꾼 것으로 전해졌다. 의료진이 "대량 출혈 치료 과정에서 대한민국 국민의 피가 1만2000cc 이상 들어가 전체 피가 세 번 이상 바뀌며 전신을 돌아 (당신이) 살 수 있었다"고 하자 오씨는 "감사하다"고 답했다고 이 교수는 전했다.

의료진은 오씨의 감각을 자극하기 위해 병실에 TV를 설치해 영화를 보여주고 한국 가요도 들려주고 있다. 또 심리적 안정을 위해 병실 벽 곳곳에 태극기도 걸어두었다. 중환자실에서 환자를 깨울 때 자극을 주기 위해 음악과 TV를 활용하기도 한다. 이 교수는 "오씨에게 소녀시대의 노래 'Gee' 오리지널 버전, 록 버전, 인디밴드 버전을 들려줬다"며 "어느 노래가 좋으냐"고 물었더니 "소녀시대의 원곡이 좋다"고 전했다. 이 교수는 오씨가 걸그룹을 좋아해 음악 얘기를 많이 나눴고, 야구도 소재가 됐다고 했다. 오씨는 TV에서 영화 '트랜스포터'를 보면서 "나도 운전을 했다"는 얘기도 했다. 북한으로 들어온 한국 자동차 갤로퍼도 운전해봤다고 한다. 북한의 고향이나 부모 얘기는 자극할 우려가 있어 묻지 않고 뉴스도 보여주지 않고 있다.

오씨는 지금은 물만 마실 수 있지만 묽은 미음부터 시작해 점차 음식물 섭취를 늘려갈 예정이다. 이 교수가 오씨에게 "얼마나 아프냐. 견딜 만하냐"고 물었더니 "총 맞아서 아 팠는데 지금은 안 아프다"고 대답했다. 장 속에서 발견된 기생충 감염은 오씨가 지난 19일 일요일부터 물을 먹기 시작하면서 구충제를 투약해 해결된 걸로 의료진은 보고 있다. 이 교수는 "총상 입은 소장 여러 곳을 절제 수술해 몇 개월 후에 장폐색을 유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의료진은 팔 등에 난 상처가 크기 때문에 추가 수술이 필요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11/23/201711230021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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