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통신 "중앙영도자 회견" 애매하게 언급… 면담 불발 가능성]

- 이번처럼 면담여부 불확실한 적 없어
외교가 "北이 언급하지 않은 건 중국이 核포기 종용하고 유엔제재 동참한 것에 대한 분풀이"
"한반도문제 의견 교환했다" 표현도… 전혀 의견 접근 못봤다는 의미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특사로 북한을 방문했던 쑹타오(宋濤) 중국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이 3박 4일간의 일정을 마치고 20일 오후 귀국했다. 그러나 그가 베이징에 도착한 이후에도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만났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이날 "쑹타오 특사가 방북 기간 북한 노동당 중앙영도자와 회견, 회담을 진행했으며 양당·양국 관계와 한반도 문제 등 공동의 관심사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 보도했다. 쑹타오 부장은 이번에 최룡해 북한 정치국 상무위원 겸 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 리수용 노동당 중앙위 외교담당 부위원장과 만났다.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는 두 만남을 '최룡해 부위원장, 쑹타오 특사와 회견' '쑹타오 특사, 리수용 부위원장과 회담'이라고 구분했었다. 하지만 북한 조선중앙통신과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는 김정은 위원장과 쑹타오 부장의 만남 여부에 대해서는 이날까지 아무런 언급이 없었다.

중국은 역대 당대회 때마다 북한에 특사를 보냈는데, 북한 최고 지도자와 면담 여부에 대해 이번처럼 모호하게 표현한 경우는 없었다. 앞선 2012년 11월 18차 당대회 때는 리젠궈 전인대 부위원장이 방북 이틀 만에 김정은 당시 국방위 제1위원장을 만났다. 신화통신은 '김정은, 리젠궈 회견'이라고 보도했다. 2007년 10월 17차 당대회 때도 류윈산 당 중앙선전부장이 방북해 이틀 만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났고, 이때도 보도가 나왔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특사로 북한을 방문한 쑹타오(맨 오른쪽)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이 20일 중국 베이징 서우두국제공항으로 귀국해 지재룡(오른쪽에서 둘째) 주중 북한대사의 마중을 받고 있다. 쑹 부장은 방북 기간 중 최룡해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과 리수용 노동당 국제담당 부위원장을 만났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특사로 북한을 방문한 쑹타오(맨 오른쪽)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이 20일 중국 베이징 서우두국제공항으로 귀국해 지재룡(오른쪽에서 둘째) 주중 북한대사의 마중을 받고 있다. 쑹 부장은 방북 기간 중 최룡해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과 리수용 노동당 국제담당 부위원장을 만났다. /연합뉴스

반면 쑹타오 특사는 방북 첫날과 이튿날 최룡해, 리수용을 각각 만났을 뿐 사흘째인 19일에도 김정은 위원장을 못 만난 것으로 보인다. 쑹 특사 일행은 이날 김일성·김정일 동상에 대한 헌화와 참배, 조중우의탑 및 6·25 참전 중국군 묘역 참배 등으로 종일 돌아다녔다.

베이징의 한 외교 소식통은 "북한이 시 주석의 특사와 면담을 미루고, 그 여부조차 발표하지 않은 것은 중국에 대한 강한 불만을 표시한 것"이라고 했다. 중국이 유엔의 대북 제재에 동참해 북한을 압박하고, 쌍중단(雙中斷·북한은 핵·미사일 개발 중단 한·미는 군사훈련 중단)을 주장하며 핵 포기를 종용하는 것에 대한 분풀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북한은 쑹타오 특사의 방북 당일인 17일 주제네바 한대성 북한 대사가 나서 "미국의 호전적 정책이 계속되는 한 협상은 있을 수 없다"고 말 했다. 쌍중단 방안에 대해서도 "현실성 없다"고 일축했다. 또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은 20일 미국과 한국, 일본을 맹비난하는 논평을 무더기로 쏟아냈다. 여기에 이번 쑹타오 특사가 17·18차 당대회 특사(정치국원)보다 낮은 중앙위원급이라는 점에 대한 불쾌감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베이징의 한 대북 소식통은 "쑹타오 특사가 김정은 앞에서 북핵 관련 이슈에 대해 입을 열기 쉽지 않은 분위기를 조성했을 것"이라고 했다. 중국이 이처럼 모호한 표현을 쓴 것은 김 위원장을 아예 못 만났거나, 시 주석의 북핵 관련 메시지를 전할 틈도 없을 만큼 형식적 만남에 그쳤기 때문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결국 쑹타오 특사는 손에 쥔 것 없이 돌아왔을 가능성 이 큰 것으로 보인다. 쑹 부장의 귀국 1보에서 북핵 관련 대목이 '한반도 문제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 표현된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이 표현은 외교가에서 '양측이 전혀 의견 접근을 보지 못한 채 각자 의견을 주장했다'는 의미로 사용된다. 쑹 부장이 북한 인사들로부터 북핵과 관련해 어떤 의미 있는 메시지를 전달받지 못했음을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11/21/201711210028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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