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북핵 해법 엇갈린 발표]

트럼프 "쌍중단 과거 지속 실패… 시진핑, 수용할 수 없는데 동의"
中 외교부 "쌍중단 가장 합리적… 무력으로 북핵 해결 안돼" 반박
시진핑 대북 특사 오늘 평양 방문… 비핵화 협상 단초 될지 주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5일(현지 시각)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과거 지속적으로 실패했던 것과 같은 이른바 '쌍중단(freeze for freeze·雙中斷)' 합의는 수용할 수 없다는 점에 동의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아시아 순방 보고회에서 "시 주석은 북한의 핵 보유가 중국에 중대한 위협이란 점을 인식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쌍중단은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과 한·미 군사훈련을 동시에 중단하자는 것으로 중국이 주장해온 북핵 문제 해법이다.

그러나 중국 외교부는 16일 "중국의 쌍중단에 대한 입장은 명확하게 일관돼 있다"며 즉각 반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나온 지 12시간 만이었다. 미국 대통령과 중국 외교부가 쌍중단 문제를 놓고 정면 충돌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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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병째 마신다… 대선때 루비오 조롱하더니 -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 시각) 백악관에서 아시아 순방에 관해 설명하던 도중 병에 담긴 물을 마시고 있다. 이 장면이 TV 전파를 타면서 대선 당시 경선 상대였던 루비오 상원의원을 조롱했던 트럼프의 행위가 재조명되며 인터넷을 달궜다. 오른쪽 위 사진은 루비오 의원이 2013년 TV 연설 도중 병째 물을 들이켜는 모습이고, 오른쪽 아래 사진은 트럼프가 지난해 2월 이를 흉내 내며 비꼬는 모습이다. /EPA 연합뉴스 유튜브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이 북한에 대한 유엔 제재를 충실히 이행할 것과 한반도 비핵화라는 공통 목표 달성을 위해 북한 정권에 대한 엄청난 경제적 영향력을 사용할 것을 약속했다"며 "우리는 (북핵 위기 해결을 위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모든 옵션이 테이블 위에 있다"고 했다. 경제·외교 압박이 통하지 않으면 군사적 수단을 쓸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중국 외교부 겅솽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중국의 북핵 문제 해법으로 쌍중단이 가장 합리적인 방안이며 중국의 입장은 일관되고 명확하다"며 "한반도 비핵화, 평화와 안정, 대화와 협상을 통한 문제 해결을 견지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계속 전면적으로 성실하고 엄격하게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 결의를 이행했다"며 "북핵 문제는 대화를 통해서만 각국의 우려를 균형 있게 해결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또 "평화적인 회담의 조건을 만들기 위해 쌍중단은 첫발일 뿐 종착점이 아니다"며 "무력을 사용하는 것은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 옵션이 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 각국의 공동 인식"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쌍중단 관련 발언뿐 아니라 군사행동을 언급한 발언까지 비판한 것이다. 중국 관영 매체들도 이날 외교부 발표가 나올 때까지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을 전혀 보도하지 않았다.

이 같은 중국의 반응을 볼 때 지난 8~9일 미·중 정상회담에서 양측의 의견 차가 생각보다 컸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지난 9일 미·중 정상회담 관련 브리핑에서 "미·중은 북한 비핵화에 대해 전혀 이견이 없으며, 양국 정상은 북한 노예 노동 문제부터 중국 내 북한 사업장까지 상세하게 의견 교환을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 주석은 정상회담 기자회견에서 "미·중 간 이견이 있는 것은 이상하지 않으며 제일 중요한 것은 통제 및 관리하는 데 있다"며 "서로 주권과 영토, 사회제도를 존중하고 구동존이(求同存異·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같은 점을 찾는 것)를 추구해야 한다"고 했다. 이는 미·중 정상이 북한 비핵화라는 큰 틀에선 합의를 봤지만, 구체적인 행동 방안에 대해선 여전히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는 뜻으로 볼 수도 있다.

아시아 순방 중 북한에 대한 자극적 표현을 자제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북한을 '불량 정권' '악마적 범죄를 저지른 정권' '뒤틀린 독재국가' 등으로 부르며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그러면서 "뒤틀린 독재자(북한 김정은)가 전 세계를 핵 인질로 잡고 협박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는 현 시점의 대북 정책 목표는 제재와 압박에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한국 방문에 대해서도 "(평택의) 캠프 험프리스에서 미군, 한국군 수뇌부와 함께 군사 옵션 및 북한의 도박과 공격에 대응하는 준비 태세를 논의했다" 고 했다. 이날 연설에선 관심이 쏠렸던 북한의 테러 지원국 재지정 여부는 언급되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쑹타오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이 시 주석의 특사로 17일 평양을 방문하기로 하면서 북한 비핵화 협상의 단초가 될 수 있을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중국은 북한이 비핵화 대화에 나오지 않으면 더 강한 대북 제재에 동참할 수밖에 없다고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11/17/201711170036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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