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공사가 동북아 전력 대동맥(大動脈)을 구축하는 '슈퍼그리드' 실현을 위한 첫 결실을 보았다. 동북아 슈퍼그리드는 한국, 일본, 중국의 전력망을 연결해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전력수급체계를 구축하는 사업이다. 한전은 한국, 일본, 중국 3국에 그치지 않고 몽골과 러시아까지 확대해 각 지역의 풍부한 에너지 자원을 활용하는 동북아 에너지 벨트를 조성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조환익 한국전력 사장은 7일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갈루쉬카 알렉산드로 러시아 극동개발부 장관을 만나 한-러 전력망연계사업을 적극적인 추진하기 위해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한전 제공
▲ 조환익 한국전력 사장은 7일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갈루쉬카 알렉산드로 러시아 극동개발부 장관을 만나 한-러 전력망연계사업을 적극적인 추진하기 위해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한전 제공
조환익 한전 사장은 지난 7일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알렉산드르 갈루쉬카 러시아 극동개발부 장관을 만나 '한·러 전력망 연계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이 사업은 극동시베리아의 청정에너지로 만든 값싼 전기를 직류송전망으로 한국까지 연결해 공유하는 프로젝트다. 양국은 이 프로젝트를 통해 경제적 이익 창출과 미세먼지 감축 효과를 낼 수 있을 뿐 아니라 동북아 지역의 긴장완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한전 관계자는 "동북아 슈퍼그리드의 계획의 첫발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 韓 조환익·日 손정의 손잡고 에너지 영토확장 나서

한전은 러시아와 협력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2015년 '한-러 전력연계 예비타당성조사 공동연구' MOU를 체결했다. 2016년 3월에는 한-중-일-러 4국간 '계통연계 예비타당성 공동연구'를 위한 MOU를 맺었다. 일본은 손정의 소프트뱅크 사장의 제안으로 동남아와 인도까지 확대하는 아시아 슈퍼그리드를 구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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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그리드 사업은 2012년 일본의 동일본 대지진 이후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러시아와 몽골의 풍부한 신재생에너지원을 국경을 넘어 지역 내 최대 전력 수요처인 한·중·일에 공급해 활용하자"고 제안해 4개국 정부 연구기관과 민간기업들 사이에서 논의되기 시작했다. 동북아 슈퍼그리드가 구축된다면 국가간 전력융통을 통해 전력수급의 안정화를 이룰 수 있다.

이 프로젝트는 문재인 정부 들어 급물살을 타고 있다. 문 대통령은 2012년 민주당 상임고문 당시 손정의 회장을 만나 슈퍼그리드 프로젝트의 필요성에 논의했다. 지난 9월 러시아 순방 때에는 동방경제포럼 기조연설을 통해 "동북아의 모든 지도자에 다자안보체제까지 전망하는 큰 비전을 갖고 슈퍼그리드 구축을 위한 협의를 제안한다"고 밝혔다.

◆ “슈퍼그리드 경제성 자신”…북한 참여 관건

한전은 슈퍼그리드를 통해 내수 의존도를 줄이고 해외 진출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조 사장은 "국내에서 전기만 독점적으로 팔아서는 승산이 없다"며 "동북아 전력망 연결을 통해 해외로 진출해 에너지 신산업 주도권을 잡겠다"고 말했다.

한전은 슈퍼그리드의 경제성을 자신한다. 조환익 사장은 지난 1일 광주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자체 타당성 검토 결과 경제·기술적으로 가능하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말했다.

관건은 북한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슈퍼그리드가 실질적인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북한의 참여가 필수적이라고 지적한다. 중국·러시아·몽골 등지에서 생산된 전력이 한국과 일본 등에 전달되기 위해서는 북한에 대규모 송전시설이 설치돼야 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송전로가 지나가는 북한 역시 전력공급의 혜택을 받기 때문에 만성적인 전력난을 해결하는 계기를 만들 수 있다.

조 사장은 "우리는 사업자 입장이기 때문에 이 사업에 대한 진전을 이루려면 정부 간 협의가 있어야 한다"며 "외교적인 진전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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