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나치즘, 테러와 싸워… 그 결의 의심했던 체제는 버림받아"
北 군사 위협은 물론 인권 문제 정면 거론하며 '국제 여론전'
"한국의 부유함은 금전적 가치 그 이상" 찬사 속 혈맹 확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국빈 방한 이틀째인 8일 오전 11시 서울 여의도 국회를 방문해 연설을 갖고, 미국에 핵보유국 지위 인정과 평화 협정 등을 요구하며 핵·미사일로 위협하는 북한을 향해 "우리를 과소 평가하거나 시험하지 말라"며 "미국을 유약하게 생각하면 치명적 오산이 될 것이다. 김정은의 협박이 결코 성공할 수 없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국 대통령으로선 24년만에 가진 우리 국회 연설에서 이같이 밝히고 한미 동맹이 그 어느 때보다 굳건하게 대응할 것을 재천명했다.

그는 이날 "미국은 그동안 나치즘, 전체주의, 테러와 계속 싸우며 승리했다"며 "앞으로도 (미국을 향한 도전을 응징하는 것에 대해)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또한 "역사에는 버림받은 체제가 많다. 그들의 공통점은 어리석게 미국의 결의를 시험하고 의심했던 체제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과 동맹국에 대한 위협·공격을 불허할 것"이라며 "평화를 원한다면 강력해야 한다. 늘 강력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동안 계속 실패한 북핵 협상을 거론, "변명의 시대는 끝났다. 이제는 힘에 의한 평화를 이뤄야 한다"고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먼저 6·25 한국전쟁을 언급, "우리 동맹은 전쟁의 시련에서 싹텄고 역사를 통해 강해졌다. 함께 싸우고 함께 승리했다. 1953년 혈전을 통해 공산군으로부터 수도 서울을 재탈환했다. 한미 장병은 70년 가까이 함께 한반도를 지켰다"며 말문을 열어 '혈맹(血盟)'의 의미를 되새겼다.

이어 "한국이 전쟁의 참화를 딛고 일어나 지구상 가장 부강한 국가의 반열에 올라선 데 대해 경의를 표한다"면서 한국의 구체적 경제·사회적 발전상을 언급했다.

그는 이어 최근 미국의 경제 호황과 중동의 테러 집단 이슬람국가(IS) 퇴치, 한반도 주변 핵잠수함 등 미 첨단 전략자산 증강 배치 등 외교·안보 성과를 설명하면서 "미국은 힘의 우위를 바탕으로 평화를 이루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북핵 안보 위협에 비교되지 않을 만큼 한·미 동맹이 여전히 강력하고 부강함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의 부유함은 금전적 가치 그 이상으로, 매우 정신적인 것"이라며 세계에 알려진 한국인들의 근면함과 교육열, 열정, 그리고 세계적 기여에 찬사를 보냈다.

이 부분에서 트럼프는 한국 출신의 세계적 음악가들과 US오픈에서 우승한 박성현 등 한국 골프 선수들의 실명을 거론하며 열정적인 제스처를 취하기도 했다.

트럼프는 이어 전후 한국과 극단적으로 달라진 현재 북한의 모습을 묘사했다. 그는 "100만명 이상의 북한 주민이 기근으로 숨지는 동안 거액을 들여 독재자의 동상을 세우고 있고, 독재자에 대한 비뚤어진 충성도를 자의적으로 평가하고 등급을 매겨 자원을 배분하며, 10만명이 수용소에서 강제 노역을 당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북한의 일본인·미국인 납치 등 숱한 인권 유린 사례를 열거했다.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 사망과 천안함 폭침 등을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국제 무대에서 북핵 등 군사적 도발 뿐 아니라 독재정권의 인권 유린 문제를 정면 거론한 것은 처음으로, 안보 문제에서 이견이 큰 중국·러시아 등을 압박하기 위한 본격적 '국제 여론전'을 시작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북한이 대외 비핵화 약속을 깨고 주민의 인권과 민생을 담보로 비밀리에 핵 개발 실험을 계속해온 것을 언급하며 비판했다.

이어 김정은을 향해 "현재 핵개발에만 몰두하는 북한은 당신의 할아버지(김일성)가 꿈꿨던 지상낙원이 아니다"라며 "총체적이고 검증 가능한 비핵화를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강력히 요구한 무역 불균형 해소와 한미 FTA 재개정 등 통상 분야는 이날 국회 연설에서 일체 언급하지 않았다.

우리 국회에서 미국 대통령이 연설한 것은 역대 7번째로, 지난 1993년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이후 24년만에 처음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첫 아시아 순방에서 방문 국가 국회에서 연설하는 것은 한국이 유일하다. 외국 정 상의 국회 연설은 일방적 성명이나 정상회담과는 달리 방문국의 국민들과 직접 소통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이 같은 국회 연설의 중요성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본회의장 입장 전까지 연설문을 고심하며 수정한 것으로 알려져, 연설 시작이 예정보다 20여분 지연되기도 했다. 또 당초 20여분 예정이던 연설은 40여분으로 두 배 늘어났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11/08/201711080151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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