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아시아 순방]
아베와 정상회담… 주변상황과 상관없이 자신의 생각 밀어붙여

트럼프 "日, 무기 더 사면 더 안전… 美는 더 많은 일자리 갖게 된다"
트럼프 "北에 전략적 인내 끝났다", 아베 "日의 독자적 대북 제재 발표"
 

6일 오전 11시 30분 일본 도쿄 고쿄(皇居·일왕이 사는 곳). 백악관 풀기자단에 따르면 아키히토 일왕을 만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악수를 한 뒤 왼손으로 일왕의 팔을 가볍게 두드렸다.

아시아 순방 이틀째인 6일은 '트럼프 스타일'이 명확하게 드러난 날이었다. 주변 상황과 상관없이 자신의 생각과 어젠다를 그대로 밀어붙이는 것이다. 이 같은 모습은 7일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그대로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오후 미·일 정상회담 기자회견장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서로를 "도널드"와 "신조"라고 부르며 친근감을 과시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그 직후 기자회견 의제를 통상 문제로 돌리면서 친구 '신조'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아베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텍사스 총격 사건에 유감을 표한 뒤 "미·일 정상회담에서 압도적으로 중요했던 것은 북한 문제"라며 "모든 옵션이 테이블 위에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에 100% 동의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1994년 제네바 합의나 2006년 6자 회담 합의도 결국 북한의 핵 개발 시간만 벌어줬다"며 "대화를 위한 대화는 전혀 의미가 없다"고 했다. 아베 총리는 "내일 (일본 정부가) 독자적인 대북 제재를 발표하겠다"고도 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 대한 나의 발언이 너무 강하다고 하는데, 지난 25년간 약한 발언으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보라"며 "오늘 일본인 납북자 가족을 만났다. 미국에서도 (북한에 억류됐다 풀려난 뒤 숨진) 오토 웜비어 사건이 있었다. 다시는 그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그는 "(오바마 전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의 시대는 끝났다"면서도 "북한 김정은이 그 (납치된) 사람들을 돌려준다면 특별한 일이 시작되는 시그널"이라고 했다. 납치자 문제 해결이 미·북 간 대화 재개 조건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안보 문제를 통상 문제로 돌리면서 아베 총리의 허를 찔렀다. 그는 '미국이 일본 방위에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란 질문에 "일본이 다양한 무기를 미국에서 구입할 것이고, 그러면 (북한의) 미사일을 신속하게 격추할 수 있다"며 "일본이 미국으로부터 많은 무기를 구입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했다. 미·일 동맹과 일본의 안보를 높이기 위해 미국 무기를 더 사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무기를 더 사면) 일본은 더 안전해지고, 미국은 더 많은 일자리를 갖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자 아베 총리는 "(첨단 전투기인) F-35A와 SM3 미사일 등을 미국으로부터 도입하기로 돼 있다"며 "북한 미사일 요격을 위해 미·일이 긴밀히 연계할 것"이라고 했다.

일본 언론은 정상회담 전 두 정상이 '자유롭게 열린 인도·태평양 전략'이란 공동의 외교 전략을 밝힐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정작 정상회담에선 아베 총리만 이를 강조했을 뿐, 트럼프 대통령은 직접적으론 거의 말을 하지 않았다.

아베 총리는 모두 발언에서 "아시아 태평양에서 인도양을 거쳐 중동·아프리카에 이르는 인도·태평양 지역은 세계 인구 절반 이상이 있는 세계의 성장 센터"라며 "자유롭고 개방된 해양 질서 유지는 이 지역의 평화와 번영에 사활이 걸린 문제"라고 했다. 이는 남중국해 문제 등에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공식 기자회견에선 인도·태평양 전략을 공식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인도·태평양 지역의 첫 방문지로 일본을 선택했다"는 정도로 선심성 발언을 했다.

한편 이날 만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아베 총리가 나와 친하려고 정말 열성"이라고 했다. 그는 지난해 11월 대통령 선거 직후 아베 총리가 가장 먼저 뉴욕을 방문해 자신과 만났던 것을 거론하며 "아베는 정말로 적극적이고 터프한 사람인데 그게 장점"이라며 "대통령에 취임하고 나서 만나려 했는데, 아베가 벌써 뉴욕 비행기에 탔다"고 했다.

아베 총리는 "반세기가 넘은 미·일 동맹에서 양국 정상이 이렇게 깊은 신뢰 관계를 가진 것은 지난 1년밖에 없다"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11/07/201711070029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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