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국감]

국정원 "풍계리 핵실험후 3차례 지진… 2번 갱도 거의 붕괴
전방위 경제 압박에 北 내년 5% 마이너스 성장할 수도"
 

국가정보원은 2일 국회 정보위원회의 국정감사 업무보고에서 "(북한 함경북도) 풍계리 핵실험장의 2번 갱도는 6차 핵실험이 끝나고 8분 후 여진이 있었으며 이후에도 후속 지진이 세 차례나 발생해 손상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거의 붕괴 상태"라고 밝혔다. 지난 9월 북한의 6차 핵실험 이후 국내외 전문가들과 언론이 풍계리 핵실험장의 안전 문제를 제기하고 있지만, 우리 정보 당국이 이를 공식 확인한 것은 처음이다.

◇추가 핵실험 위해 새 갱도 파는 北

국정원은 북한이 노동당 창건일(10월 10일)과 중국 당대회(10월 18일) 등 정치적 기념일에 도발을 하지 않은 것과 관련, "북한이 추가 핵실험을 하긴 해야 하는데 (핵실험에 민감한) 중국 때문에 상당히 부담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 정보위원은 "북한이 연말이나 내년 초에는 추가 시험을 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갖고 있다고 국정원이 분석하더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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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내곡동 청사에서 2일 열린 국가정보원 국정감사에서 서훈(가운데) 원장 등 국정원 관계자들이 강석호 국회 정보위원장의 발언을 듣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국정원은 또 "풍계리 핵실험장의 3번 갱도는 언제든지 핵실험이 가능한 상태"라며 "4번 갱도는 최근 굴착 공사를 재개했고, 핵실험이 가능한 정도로 굴착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했다. 2번 갱도가 5차례(2~6차) 핵실험을 통해 더 이상 사용할 수 없는 상태로 훼손됐기 때문에 추가 핵실험을 위해 3·4번 갱도를 정비하고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추가 핵실험이 이뤄지면 대규모 방사능 유출 등이 우려된다는 경고도 나온다. 남재철 기상청장은 지난달 30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종합감사에서 '핵실험을 한 번 더하면 풍계리는 완전히 무너지고, 엄청난 방사능 물질이 한반도 주변으로 확산될 가능성'을 묻는 말에 "위성 자료를 분석한 내용에 의하면 풍계리 만탑산 밑에 60~100m의 공동(空洞)이 있다고 평가되기 때문에 만약 추가 핵실험을 한다면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
풍계리 주변이 6차 핵실험으로 이미 방사능에 오염됐을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정황들도 속속 포착되고 있다. 미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지난 1일 "핵실험 직후 길주군과 화성군이 통제구역으로 지정됐다"며 "두 달이 지나도록 통제구역 해제가 되지 않아 주민들 사이에 의문이 확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 아사히신문도 지난달 31일 "황해북도 중화군의 군 병원에서 방사능 피폭 치료가 이뤄지고 있으며, 폐쇄 구역으로 지정된 풍계리 실험장에서 일하는 군인과 그 가족이 치료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北, 경제 악화로 선택의 기로"

북한의 경제 상황과 관련, 국정원은 "북한이 김정은 집권 이후 경제·핵 병진노선을 추진해 왔으나 실제로는 핵·미사일 개발에 체제 역량을 집중해왔다"며 "대북 제재가 철저히 이행되면 내년 이후 '고난의 행군' 수준의 경제난이 도래해 김정은 정권의 정치적 부담이 가중될 것이고 경제성장률은 2016년 3.9%에서 2018년 최대 마이너스 5%까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지금까진 각종 대북 제재에도 '그럭저럭 버티기'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올해 채택된 2건의 고강도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와 미국 중심의 단독 제재 조치들이 상승효과를 일으키며 북한 경제의 숨통을 본격적으로 조이게 될 것이란 얘기다. 국정원이 언급한 '고난의 행군' 기간(1990년대 중·후반) 북한은 극심한 경제·식량난으로 최소 수십만, 최대 300만명이 아사(餓死)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은 "북한이 정찰총국을 앞세워 전 세계 금융기관들을 상대로 해킹에 몰두하는 것도 각종 제재로 말라붙은 외화를 보충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했다.

국정원은 또 "경제 사정이 견디기 어려울 정도로 악화할 경우 북한은 비핵화 협상에 호응해 제재 완화를 도모할지, 정반대로 더욱 강력한 통제로 내부 불만을 억누르며 핵 무력 완성도를 지속, 높여 나갈지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것"으로 내다봤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11/03/201711030022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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