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 前 영국주재 북한공사, 미국 전략국제문제硏 공개 강연
정권 교체 후 외부활동 줄였다가 본격 재개해 귀순 후 첫 訪美
"최대 압박, 최대 관여 병행돼야"
 

지난해 7월 한국으로 망명한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공사가 귀순 후 처음 미국을 찾아 공개 강연을 했다. 태 전 공사는 31일(이하 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북한은 변화의 대상이지 파괴의 대상이 아니다"라며 "(외부) 정보 유입과 인권 압박으로 북한의 변화를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태 전 공사는 "북한 체제는 공포정치와 강력한 외부 정보 통제에 의해서만 유지될 수 있다"며 "북한 김정은의 공포정치를 변화시킬 수는 없지만, 우리가 외부 세계의 정보를 북한 내부로 전달할 수는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 아이들이 게임과 영화를 담은 SD카드(휴대 전자 기기에서 사용되는 플래시 메모리 카드)를 '콧구멍 카드'라고 부른다. 몸수색 때 콧구멍 안에 숨길 수 있기 때문"이라며 "북한의 변화를 끌어내기 위해서는 북한 주민이 더 많은 남한 사회 정보를 얻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태영호(왼쪽) 전 영국 주재 북한 공사가 지난 31일(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서 열린 세미나에 참석한 모습.
태영호(왼쪽) 전 영국 주재 북한 공사가 지난 31일(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서 열린 세미나에 참석한 모습. /연합뉴스

태 전 공사는 "(트럼프 행정부의) 최대 압박 정책을 지지하지만, 최대 관여도 병행돼야 한다"며 "최대 관여에는 북한 주민도 포함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북 정책이 소프트 파워(협상)에서 하드 파워(군사행동)로 옮겨가고 있지만, 군사 행위에 앞서 소프트 파워를 사용해야 한다"고도 했다.

태 전 공사는 국제사회에서 북한 인권 문제가 부각된 것이 북한 내부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유엔인권이사회에 리수용 당시 외무상이 지난해까지 2년 연속 참석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라며 "북한이 인권 탄압 지적을 받지 않으려고, 국외 노동자에게 공사 현장에서 안전모를 착용하도록 지시했다"고 전했다.

태 전 공사는 1일엔 미국 연방하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서 '내부자가 바라보는 김정은 정권'을 주제로 공개 증언을 한다. 그의 첫 미국 방문은 에드 로이스(캘리포니아) 하원 외교위원장의 초청으로 이뤄졌고, 미 국무부 산하 전미민주주의기금(NED)에서 일정을 짠 것으로 알려졌다.

원래 태 전 공사는 올해 초 방미하려 했지만 지난 2월 북한 권력자 김정은의 친형 김정남이 북의 공작원들에 의해 암살되는 사건이 벌어지면서 미뤄졌다. 그는 지난해 말부터 "신변 위협을 무릅쓰고라도 대외 공개 활동을 하겠다"고 했지만, 지난 5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엔 강연 등의 외부 활동을 절반 이하로 줄였다. 그는 방미 직전 여러 지인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 "미국에 가서 무슨 얘기를 하면 좋을지 조언해달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익명을 요구한 국책연구소 관계자는 "태 전 공사가 영웅 대접을 받다가 정권이 바뀌면서 세상에서 버려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을 수도 있는데 다시 본격 활동을 재개키로 한 것이 이번 방미 "라고 말했다.

그러나 태 전 공사가 미국 강연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최대 압박'에 동의한다면서도 대북 대화 노력 등으로도 읽힐 수 있는 '최대 관여'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은 일정 정도 문재인 정부의 뜻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태 전 공사는 일주일가량 미국에 머물며 미 국무부를 비롯한 트럼프 행정부의 고위 관료들을 만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11/02/201711020020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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