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법 조업 위해 고의로 끈 정황
선원 "조업중 경비함이 우리 추격, 잡힌 후에야 北경비정인 줄 알아…
'처우에 감사' 진술서 쓰고 풀려나"

- 선주측, 해경에 "안전하다" 거짓말
해경, 21일 실종 소식듣고 문의… 선주측, 22일 "선장과 통화… 안전"

- 해경, 실종 다음날 靑·총리실에 보고
野 "세월호 7시간엔 난리치더니… 6일동안 北나포 모른 것 國調해야"
 

북한에 6일간 억류됐다 10월 27일 풀려난 '391 흥진호'는 위치정보장치(GPS)를 끄고 북측 해역에서 조업하다 나포됐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확인됐다. 이 때문에 해경이 흥진호 위치를 파악하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북한에 붙잡혔다 풀려난 흥진호 선원 A씨는 31일 본지 인터뷰에서 "선장이 GPS를 끄고 조업하러 먼바다로 나간 것 같다. 선원들은 북한 해역에 들어간 줄을 몰랐다"고 말했다. 흥진호는 복어를 잡는 중이었다. 복어잡이 배는 더 많이 잡기 위해 북한과 남한 해역 경계선까지 가는 경우가 있다. 이때 해경 단속을 피하려 선박자동식별장치(AIS)나 선박자동입출항장비(V-PASS) 등 GPS 역할을 하는 장비를 일부러 끄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A씨는 "보통 어선들은 불법 조업 때 (단속 피하려) 선장이 GPS를 끄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단속 피하려 GPS 끄고 北 해역 간 듯"

北에 나포됐다 풀려난 ‘391 흥진호’ 사건
38t급 '391 흥진호'는 10월 16일 울릉도 저동항을 떠났다. 선장(47) 등 한국 선원 7명과 베트남 선원 3명 등 10명이 타고 있었다. 10월 21일 오전 1시 30분쯤 흥진호는 북한 해역에서 조업하다 무장한 북한 경비정 2척에 발각돼 나포됐다. 정부합동조사단은 31일 "흥진호는 한·일 공동어로수역인 대화퇴어장 밖 북한 해역 안으로 50마일(약 80㎞) 진입해 20여 시간 어업 활동을 하며 머물렀다. 선박자동입출항장비는 출항 때부터 끄고 사용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선원 A씨는 "조업을 하고 있는데 경비함정이 서치라이트를 비추고 추격해왔다"고 했다. 그는 "선장이 경비함을 피해 전속력으로 달아났지만 결국 붙잡혔다"며 "그제야 북한 경비정인 줄 알았다"고 했다. 흥진호는 나포 직전 해경에 신고하지 않고 구조 신호도 안 보냈다.

해경은 출항 닷새째인 10월 21일 밤 10시 20분쯤 포항어업정보통신국으로부터 흥진호 실종 신고를 접수하고, 선주 측에 상황을 문의했다. 선주 측은 "내일(22일) 아침에 위성전화로 선장과 통화해보고 연락하겠다"고 했다. 이튿날 오전 해경에 "배를 실제 운영하는 고모씨가 흥진호 선장과 위성전화로 통화했는데 독도 북동쪽에서 조업 중이며 안전에 이상이 없다고 한다"고 알렸다. 이는 거짓이었다. 해경은 이 말을 믿고 단순 조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10월 22일부터 24일까지 함정 한 척만 동원해 수색을 벌였다.

◇여관에 억류… "감사하다" 진술서 써

흥진호 선원들은 북한에 억류된 엿새 동안 강원도 원산항 인근 8~9층짜리 여관에서 지냈다고 한다. A씨에 따르면 북한 조사관들은 "바다가 보여서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곳"이라고 소개했다. A씨는 "식사는 하루 세끼 한식·중식 등이 방으로 들어왔다. 김치와 계란 프라이 등 7~8가지 반찬과 돼지고기 볶음 등이 나왔다"고 했다. 북 조사관들은 선원을 한 명씩 불러 하루에 2~3시간씩 조사했다. A씨는 "잘못했다고 시인하고 다시는 안 그러겠다고 말했다"고 했다.

선원들은 10월 27일 오전 "인도주의적 원칙에서 보내준다"는 얘기를 들었다. A씨는 "선원들은 '북한 체류 기간 동안 처우에 감사한다'는 내용의 진술서를 쓰고 풀려났다"며 "가혹 행위는 없었다"고 했다.

청와대는 10월 22일 오전 8시 2분 최초 상황 보고를 받은 이후 26일 선주 측이 거짓말을 털어놓기 전까지 모두 11차례 흥진호 관련 보고를 받았다. 모두 선주 측의 거짓 진술에 기반한 것이었다. 한국당 이은권 의원은 "선주 한 사람의 거짓말에 온 정부가 놀아난 셈"이라고 했다. 김학용 의원은 "(세월호 사고 때) 대통령 7시간 갖고도 난리를 치면서 엿새 동안 우리 국민 생사도 몰랐던 데 대해선 아무 일 없는 것처럼 하느냐"고 했다. 야당은 국정 조사를 요구했다. 송영무 장관은 이날 "해군 작전사령관은 그런 사안(어선 실종)이 많이 있어서 합참에 보고를 안 했다고 하더라. 저도 (해명이) 이해가 안 간다"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11/01/201711010032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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