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북한 봐주기" 비판… 정부 "2015년부터 기권 입장, 日원폭피해만 강조한 내용도 문제"

- 정부, 核결의안 3건 중 2건에 기권
'핵실험 금지' L42호에만 찬성표
미국이 반대한 '핵 군축' L19호, 우리 정부는 기권표 던져
'핵무기 전면 철폐…' L35호엔 美 찬성표 던졌는데 우린 기권
 

유엔총회 제1위원회(군축·국제안전 담당)가 27일(현지 시각) 가결한 핵무기 관련 결의안 3건 중 2건에 대해 우리 정부가 기권표를 던져 논란이 일고 있다. 야당은 "북핵 규탄 등이 포함된 결의안에 기권한 것은 북한을 위한 굴욕적 외교"라고 비난했다. 반면 외교부는 "북핵 문제는 일부만 포함된 결의안으로, 우리 정부는 결의안의 구체적 내용을 고려해 2015년부터 동일한 표결 입장(기권)을 유지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우리 정부가 기권한 결의안은 일본이 발의한 '핵무기 철폐를 향한 공동 행동'을 주제로 하는 결의(L35호)와 '핵무기 금지 협약 강화를 통한 핵무기 없는 세계를 향하여' 결의(L19호)다. 이날 함께 채택된 '포괄적 핵실험 금지 조약' 관련 결의(L42호)는 우리 정부도 찬성했다.

논란이 된 것은 이 중 L35호로, 미국 등 144국이 찬성했고, 북한·중국·러시아·시리아 등 4국만 반대했다. 우리나라 등 27국은 기권했다. 결의안의 기본 내용은 유엔 총회가 전 세계의 안전 증진을 위해 세계 각국에 핵무기의 완전 철폐를 위해 좀 더 실질적이고 효과적으로 행동하도록 촉구하라는 것이다. 북한의 핵 도발에 대한 강력한 비판도 담겨 있다.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는 이와 관련해 "L35호 결의안은 북한이 국제 의무를 준수하고 핵·미사일 후속 도발을 삼가기를 촉구하는 내용이 골자임에도 문재인 정부는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기권했나"며 "과거 2007년 문재인 대통령이 노무현 정권 비서실장 재임 시절 유엔 대북 인권 결의안을 북한 김정일에게 물어보고 기권한 사건과 오버랩되는 게 저만의 걱정은 아닐 것"이라고 했다.
 
우리 정부는 한·일 간의 역사적 문제 등 결의안에 담긴 다양한 내용을 종합 검토한 결과 찬성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29일 "핵무기 전면 철폐에 대한 결의인데, 특정국(일본)의 원폭 피해만 강조돼 있어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한국인 원폭 피해자 문제 등이 빠진 것과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한 유엔 소식통은 "일본이 국제 무대에서 원폭 피해자라는 뜻의 일본어 '히바쿠샤(被爆者)'를 지나치게 강조하면서 공용어처럼 만들려 하는 것이 주변국의 반발을 사고 있다"며 "중국이 이 결의안에 반대한 이유도 이런 사정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은 '히바쿠샤'라는 단어가 들어간 북핵 결의안을 지난 2015년부터 계속 상정하고 있다.

그렇지만 북한의 핵 도발을 강도 높게 비난한 내용이 포함돼 있고 미국 등 우방이 찬성한 결의안에 우리 정부가 기권한 것이 옳은 판단인지는 논란이 될 수 있는 상황이다. 특히 북한이 이 결의안을 강력히 비판한 후 우리 정부가 기권표를 던져 북한 봐주기라는 오해를 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 외무성의 리인일 대표는 27일 유엔 총회장에서 열린 제1위원회 회의에 참석 표결에 앞서 "L35호 결의안은 일본이 불의한 정치적 의도를 갖고 상정한 것"이라며 "북한의 이익을 심각할 정도로 위태롭게 한다 "고 주장했다.

우리 정부는 L19호에도 기권했지만 이는 큰 논란거리가 될 사안은 아니라는 게 대체적 분석이다. 정부는 "L19호는 핵무기 금지 협약과 관련된 것으로 이 결의안에 찬성하는 것은 우리나라에 대한 미국의 핵우산 제공 공약과 상호 배치되는 측면이 있다"고 기권 이유를 설명했다. 미국을 비롯해, 영국·프랑스·러시아 등 핵보유국은 L19호에 반대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10/30/201710300023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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