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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근] "남조선 정부가 없어지는 것이 진정한 평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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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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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核으로 美의 개입 막고 자기 방식대로 통일하겠다는 것
우리 운명 북 손아귀에 넘어가도 전쟁보다 평화가 낫다고 한다면
맞지 않으려고 주인에 굴종하는 노예의 평화와 다를 게 뭔가
 

이춘근 한국해양전략연구소 선임연구위원
이춘근 한국해양전략연구소 선임연구위원

러시아의 문호 톨스토이는 '전쟁과 평화'라는 역사에 남은 문학작품을 남겼고 프랑스의 지성 레몽 아롱은 '평화와 전쟁' 이라는 역사에 남은 국제정치학 책을 저술했다. 이후에도 수많은 사람이 '전쟁과 평화' 혹은 '평화와 전쟁'이라는 제목의 책들을 저술했다. 이렇게 전쟁과 평화라는 두 용어가 병렬적으로 사용되다 보니 수많은 사람이 평화와 전쟁의 진짜 의미에 대해 오해하게 되었다.

보통 사람들이 오해하는 것은 문제 될 게 없지만 국가의 안보를 책임진 최고위급 공직자들이 전쟁과 평화에 대해 오해한다면 그것은 국가 안보를 파탄 나게 할지도 모를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6·25전쟁 휴전 이후 그 어느 때보다 한반도의 안보 상황이 엄중한 오늘, 전쟁과 평화의 개념에 대한 올바른 이해는 더욱더 절실하다.

전쟁과 평화라는 개념을 서로 반대되는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전쟁과 평화라는 개념은 '춥다-덥다' '크다-작다' '높다-낮다'식의 반대 개념이 아니다. 전쟁과 평화는 각각 명사이지 형용사가 아니다. 전쟁과 평화는 마치 밤과 낮, 아빠와 엄마처럼 대칭적인 개념일 수는 있지만 반대 개념은 아니다. '전쟁을 한다'라고 말할 수 있지만 '평화를 한다'라는 말은 없다. 마찬가지로 '평화를 이룩한다'라고 말할 수 있지만 '전쟁을 이룩한다'라는 말은 존재하지 않는다. 평화는 좋은 것이고 전쟁은 나쁜 것이라고 생각하며 '전쟁과 평화' 중 하나를 택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전쟁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국가끼리 전쟁을 치르는 중요한 목적 중 하나를 평화라고 말한다. 국가들은 각 나라가 원하는 평화를 지키기 위해 혹은 이룩하기 위해 전쟁을 한다. 노예가 주인한테 대들지 않음으로써 매를 맞는 않는 상태를 평화 상태라고 말할 수 없는 것처럼 한 국가가 상대방의 힘에 눌려 기를 펴지 못하고 사는 것, 혹은 상대국의 악행을 눈감아 줌으로써 유지되는 상태를 평화라고 말할 수 없다. 2차 세계대전 직전인 1938년 영국 총리 체임벌린은 히틀러에게 체코슬로바키아를 양보하고 얻게 된, 자신과 히틀러의 사인이 쓰인, 종이를 흔들며 "이것이 우리 시대의 평화올시다!"라고 외쳤다. 처칠은 체임벌린의 평화지상주의 정책을 비판하며 지금이야말로 독일과 전쟁을 각오할 때라고 목청을 높였다.

북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2차 전원회의가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참가한 가운데 평양에서 진행됐다고 8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연합뉴스
후세 학자들은 체임벌린 총리의 평화지상주의야말로 오히려 히틀러로 하여금 전쟁을 결심하게 만든 중요한 원인을 제공했다고 분석한다. 체임벌린의 유화정책 때문에 체코슬로바키아의 군수공장을 활용한 히틀러는 더욱 막강하게 무장했고 연합국들은 훨씬 더 어렵고, 처절하며, 긴 전쟁을 치르게 되었다.

김정은이 원하는 바는 무엇일까? 미국까지 도달하는 핵무기를 만듦으로써, 유사시 미국의 한반도 사태 개입을 차단하는 것이다. 즉, 김정은의 목표는 미국과 전쟁하지 않는 것이다. 미국이 한반도에 개입하지 못하게 될 경우 김정은은 대한민국을 어떻게 할까? 항복하겠느냐 혹은 핵폭탄의 공격을 받고 파멸당할 것이냐를 강요할 것이다. 파멸당하기보다는 김정은 치하에서라도 살아남는 게 차라리 나은 일이라 생각해서 대한민국이 항복한다면 김정은이 원하는 방식으로의 평화 통일이 이루어질 것이다. 김정은의 핵전략은 결국 미국과도 싸우지 않고, 한국과도 싸우지 않은 채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이루는 게 목표다. 북한 핵의 궁극적 목표는 북한이 생각하는 평화를 성취하는 것이다. 김정은의 할아버지 김일성은 "남조선 정부가 없어지는 것이 진정한 평화"라고 말한 바 있다.

전쟁은 '진정한 평화'라는 고상한 목적을 이룩하기 위해 사용되는 최후의 수단이다. 평화는 전 쟁이라는 수단을 써서라도 이룩해야 할 목표다. 전쟁은 수단이지만 평화는 안보 정책의 결과다. 마이클 하워드 교수는 '전쟁과 평화의 연구'라는 책에서 "전쟁은 필요악이다. 그러나 전쟁이라는 수단을 거부한 자는 자신의 운명이 그렇지 않은 자의 손아귀에 들어가게 됐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의 운명이 북한의 손아귀에 들어가게 할 수는 없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10/22/201710220167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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