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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평중] 문재인 정부, 진리 정치에 함몰되다
조선  |  @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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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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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적으로 우월하다는 생각에서 상대를 惡으로 보는 인식 싹트고 상호 비판과 자기 성찰을 거부해
"내가 진리"라는 진리 정치로는 협치 불가능하니 민주주의엔 敵
현실 정치에 절대적 진리는 없어
 

윤평중 한신대 교수·정치철학
윤평중 한신대 교수·정치철학
문재인 정부는 도덕적 정당성에 대한 자기 확신이 넘친다. 자신들이야말로 촛불 혁명의 대의를 구현한다고 믿는다.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여당 핵심 인사들은 시시때때로 진정한 민주주의를 향한 소명 의식을 강조한다. 적폐 청산을 정권 차원의 최대 과제로 앞세우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고공 행진 중인 대통령과 여당 지지율을 정의의 길을 역주(力走)하는 데 대한 당연한 보답으로 여긴다.

정치 발전과 사회 진화 잣대로 볼 때 지난 10년 보수 정부 시절이 졸렬한 퇴행 시기였던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사회경제적 불평등이 심해졌다. 특히 너무나도 시대착오적이었던 박근혜 정부는, 헌법 절차에 따른 대통령 파면 결정이 상징하듯 역사적으로 총체적 파산선고를 받았다. 따라서 시민 주권의 촛불 정신을 준거 삼아 보수 정부의 잘못을 고치는 일은 불가피한 역사적 과업이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국정을 정상 궤도로 복원하는 데 필요한 적폐 청산의 적정선(適正線)을 넘어섰다. 국가 운영 전체를 선악 이분법으로 재단하는 행보가 분명한 증거이다. 자유한국당의 수구적 행태가 문재인 정부의 이분법적 대결 정치를 부추기는 현상은 참담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미래 비전을 말하기는커녕 이미 폐기 처분된 박근혜 정부의 유산을 정리하는 데도 쩔쩔매는 것이 자유한국당의 궁상(窮相) 어린 현실이다. 다수 시민에게 조롱받는 제1야당이 집권을 꿈꾸는 건 어불성설일 터이다.

선악 논리로 현실 정치를 가를 때 발화(發話) 주체인 현실 권력이 선과 정의의 대변자가 되기 마련이다. 바로 문재인 정부가 채택한 전략이다. 우리 사회에서 이런 흐름이 굳어지면 정치 영역에 강력한 진리 주장을 부과하는 진리 정치가 뿌리를 내리게 된다. 진리 정치는 정치적 실천의 진리성이 객관적으로 판별될 수 있다고 강변한다. 그 결과 정치적 진리를 아는 쪽과 그러지 못하는 쪽이 칼같이 나뉘게 된다. '두 국민 전략'을 채택한 문재인 정부의 정책 방향과, 도덕적 우월감으로 가득한 정권 핵심 인사들의 날 선 언행이 보여주는 그대로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 소회의실에서 수석 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뉴시스
진리 정치는 민주주의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진리를 독점한 진리 정치가 민주주의의 본질인 자유로운 상호 비판과 자기 성찰을 적대시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플라톤이 만든 진리 정치 이념은 정치사상사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서양에서 진리 정치는 마르크스주의에서 정점에 도달하며, 동아시아 전통에서는 국가 철학으로 기능한 유교가 진리 정치의 모델이었다. 도그마가 된 플라톤·마르크스주의·유교는 모두가 비판과 이견에 적대적이었다. 유교적 진리 정치를 거역하면 사문난적(斯文亂賊)으로 추방되었고 서양적 진리 정치의 반대자들은 역사의 공적(公敵)으로 정죄당했다. 따라서 촛불 혁명 계승자를 자처하는 문재인 정부가 진리 정치의 유혹에 빠지는 것은 위험천만한 사태가 아닐 수 없다.

정치적 반대자를 단죄하는 진리 정치는 민주주의를 위협한다. 자유 토론과 상호 비판을 먹고 자라는 것이 민주주의이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와 그 지지자들은 소득 주도 성장론에서 북한 핵 대응책에 이르기까지 견해가 다른 이들의 도덕성을 거칠게 비난하고 반대 논변의 정당성을 난폭하게 힐난한다. 문재인표 경제정책을 비판하면 분배 정의를 반대하는 특권 세력이라고 몰아붙인다. 문 정부 평화 정책의 일면성을 지적하면 전쟁을 부추기는 논리라고 공격한다. 문재인 정부에 적극적으로 호응하지 않을 때엔 온건하고 합리적인 비판에 대해서조차 적폐 세력에 부역하는 기회주의라고 매도한다. 협치와 통합 정치가 들어설 자리를 문재인식 진리 정치가 원천 봉쇄하는 셈이다. 실제로 전체 국회의원의 법안 공동 발의 숫자에 기초한 입법 네트워크 통계 분석 결과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정당 간 입법 교류와 협치가 위축되고 있음을 실증했다.

문재인 정부의 진리 정치는 숙의(熟議) 민주주의의 꽃인 신고리 원전 5·6호기 공론화에도 커다란 흠집을 냈다. 문 대통령이 탈원전이야말로 국가 에너지 정책의 진리라고 이미 공언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특정 정책을 진리로 선포하면 모든 비판과 이견에는 허위라는 주홍글씨가 붙 게 된다. 그러나 현실 정치에는 절대적 진리가 존재하지 않는다. 정치의 근본은 나라를 지키고 시민의 삶을 편안하게 하는 것일 뿐, 투명한 진리를 실현하는 데 있지 않다. 과거를 향한 문재인 정부의 열정을 현재와 미래로 돌려야 할 이유다. 진리 정치라는 허위의식은 민주주의의 적(敵)이다. 문재인 정부가 진리 정치의 미망(迷妄)을 벗어 던져야 대한민국이 산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10/19/201710190318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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