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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석조] 쿠웨이트도 등 돌린 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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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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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석조 국제부 기자
노석조 국제부 기자

지난달 말 중동 걸프 국가 쿠웨이트에 다녀왔다. 국제사회가 대북 제재에 적극 동참하면서 중동에서 북한 노동자들이 쫓겨나는 현장을 취재했다. 그들은 평양으로 돌아가기 전 쿠웨이트 시내 약국에 들러 '귀국 선물'로 구충제·비타민 등을 샀다. 이런 모습을 지켜보다가 마음이 착잡해졌다. '저들은 그저 생활고에서 벗어나고자 없는 돈 모아다가 뇌물 바쳐 겨우 외화 벌이에 나온 북한 어느 가정의 가장일 텐데…'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국제사회의 경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잇따른 핵·미사일 도발을 벌이는 김정은 때문에 피해는 '인민'이 보고 있었다.

취재를 마치고 시내를 돌아다니다 히말라야의 작은 왕국 부탄 대사관 문패를 우연히 보았다. 알아보니 쿠웨이트에는 우리에게 이름도 낯선 남미의 가이아나, 아프리카의 베냉·레소토·보츠와나 같이 인구 수십 만에 불과한 소국 대사관이 수두룩했다. 부탄은 인도·태국·벨기에·방글라데시 등 세계 딱 다섯 나라에만 대사관을 두고 있는데 그중 한 곳이 쿠웨이트였다. 내전 끝에 수단에서 2011년 독립한 신생국 남수단의 대사관도 있다. 경상북도보다 작은 쿠웨이트(1만7800㎢)에 130여 나라가 대사관을 두고 있다고 한다.

쿠웨이트가 '친구 많은 나라'가 된 배경엔 전쟁의 아픈 역사가 있었다. 쿠웨이트는 1990년 8월 2일 이른 새벽 독재자 사담 후세인이 이끄는 이라크의 침략을 받았다. 이틀 만에 수도를 빼앗겼다. 자력으로는 주권을 되찾을 길이 없었다. 쿠웨이트의 자베르 알사바 국왕은 간신히 사우디아라비아 사막으로 피신한 뒤 "도와달라"며 각국 대사관을 돌았다.
카타르 수도 도하의 외국인 노동자들 주로 찾는 사파리 쇼핑몰에서 귀국 선물 사는 20대 북한 노동자들. 군인을 직원으로 쓰는 남강 건설 소속으로 추정. /노석조=카타르 도하
유엔이 나섰다. 이라크 점령군의 즉각 철수를 골자로 한 결의안을 통과시켰고, 7개월 지나도록 대화가 통하지 않자 무력 개입을 추진했다.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연합군이 구성됐고, 한 달간 전투 끝에 국토를 수복하는 데 성공했다. 국제사회 덕에 알 사바는 8개월 망명 생활을 마치고 고국에 돌아갈 수 있었다.

쿠웨이트는 이후 외교를 최우선으로 하는 나라가 됐다. 다섯 부총리 중 수석을 외무장관으로 정했다. 미국 등 우방국과 맺은 관계를 기본으로 삼으면서도 중립 외교를 표방하며 대외 관계를 넓혔다. 1인당 GDP가 800달러인 베냉같이 재정이 넉넉지 못한 나라엔 대사관 건물을 내주고 운영비도 대줬다. 외교가에서 쿠웨이트의 별명은 '스몰 스테이트, 빅 하트(크기는 작지만 마음은 큰 나라)'가 됐다.

이런 나라가 지난달 말 서창식 북한 대사를 추방하고 북한에 비자 발급을 전면 중단하 는 결정을 내렸다. 김정은에게 매년 선물로 주던 악어 등 열대 동물도 올해부터는 주지 않기로 했다. 핵·미사일 도발을 일삼는 북 정권에는 어떤 도움과 편의도 제공해선 안 되겠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북한이 핵을 개발하지 않고, 한 발에 1000만달러에 이르는 미사일만 쏘지 않았어도 빅 하트의 나라 쿠웨이트에서마저 북한 노동자들이 쫓겨날 일은 없었을 것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10/19/201710190317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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