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콧 지속 땐 궐석재판 가능성… 17일 이어 18일에도 유영하 접견
최순실 "약으로 버티는 상황… 나도 웜비어처럼 힘들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변호인단이 일괄 사퇴한 이후 처음으로 열린 19일 재판에 출석하지 않았다. 건강을 이유로 불출석한다는 자필 사유서를 냈다.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김세윤)는 이날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국선(國選)변호인 선임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박 전 대통령 사건은 변호인이 반드시 있어야 재판이 가능한 '필수적 변론 사건'이다. 재판부는 "변호인이 모두 사임했고 새 변호인을 선임하지도 않고 있어 재판 진행을 위해 더 이상 국선변호인 선임을 늦출 수 없다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국선변호인을 선임한 뒤 그 변호인들이 사건 기록을 읽고 변론 준비를 마치면 재판을 다시 열겠다고 했다.

박 전 대통령 사건은 수사 기록 등 서면 기록이 10만쪽이 넘는다. 재판은 18가지 혐의에 대해 진행되고 있다. 이 때문에 법원이 국선변호인을 동시에 여러명 선임하고, 이들이 사건별로 나눠서 담당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올 초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박 전 대통령의 탄핵 재판 때도 국회 측과 박 전 대통령 변호인단이 이런 방식으로 재판을 진행했다.

박 전 대통령은 국선변호인이 선임되더라도 구치소에서 만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도 재판 불출석을 고수할 가능성이 크다. 박 전 대통령이 출석하지 않은 상태에서 변호인만으로 재판하는 궐석(闕席) 재판 가능성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 17일과 18일 유영하 변호사와 구치소에서 접견했다고 한다. 유변호사 이외의 인사는 만나지 않고 있다. 수용실에서 주로 책을 읽으며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고 한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 13일 구속 연장이 결정된 뒤 구치소장과 면담하면서 "석방을 기대했는데 실망스럽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통령이 불출석하면서 재판은 최순실씨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만 피고인석에 앉아 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 증인 신문을 들었다. 박 전 대통령이 발언했던 16일 법정에는 방청객이 100명 이상 들어찼지만, 이날은 10여 명만 있었다.

안 전 수석이 증언하기 전에는 최순실씨가 할 말이 있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최씨는 "구속된 지 1년이 돼 가는데 한 평 (넓이) 방에서 감시당하면서 화장실도 다 오픈돼 있어 감당하기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약으로 버티고 있는데 고문이 있었다면 웜비어 같은 사망 상태가 될 정도로 정신적으로 힘들다"고 말했다. 작년 1월 북한을 방문했다가 17개월 만에 의식불명 상태로 석방되고, 석방 6일 만에 사망한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씨에 자신을 비유한 것이다. 최씨는 "돈 한 푼 없는데 외국에 재산이 많다는 둥 의혹이 계속 나오는데, (이런 상황에서) 재판이 더 늦어지면 삶의 의미를 갖기 힘들다"고도 했다.

최씨 측 이경재 변호사도 "최씨가 1년 동안 124번 재판을 받았다"며 "살인적 재판 일정을 견디기 어려우니 3차 구속영장 발부는 피해달라"고 요구했다. 이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 변호인단이 사퇴하자) 주변에서 나도 사임하라는 권유가 있었지만 재판에 계속 임하기로 했다"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10/20/201710200024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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