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 "文정부가 DMZ 방문 반대", 靑 "우리가 막은 적이 없다"
문정인 특보 등은 긴장고조 이유로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져
WP "美 행정부內서도 찬반 논란"
부시·오바마 정부때 외교전문가들 "가지 않는 것은 바보 같은 행동"
 

미국 정부가 다음 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일정에 비무장지대(DMZ) 방문을 포함할지를 두고 고민하고 있다. 최근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내달 아시아 순방을 "대북 압박 투어"라고 설명했지만, 정작 대북 압박의 상징적 장소인 DMZ 방문 계획은 밝히지 않아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다. 이처럼 백악관의 결정이 늦어지는 데 대해 워싱턴포스트(WP)는 18일(현지 시각) "문재인 정부가 내달 7~8일 트럼프 미 대통령의 방한 기간에 DMZ를 방문하는 것을 반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청와대는 "트럼프 정부가 아직 결정을 못 하는 것"이라며 "우리가 막은 적이 없다"고 했다.

WP는 "트럼프 대통령이 DMZ를 방문할지를 놓고 미 행정부 내에서 찬반 논란이 일고 있다"며 "백악관은 한국 문재인 정부와 미 국무부의 반대에 부딪혔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DMZ 방문이 북한 김정은과 긴장을 더 고조시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WP는 "문 대통령 참모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DMZ 방문이 군사 대치를 촉발하는 북한의 오판 가능성을 높이거나, 의도치 않은 결과를 가져오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며 "(의도치 않은 결과란) 아시아 금융시장에 타격을 주거나 평창 동계올림픽 계획에 지장을 받는 것"이라고 했다. 여기에다 한국 정부는 앞으로 있을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의식해 트럼프 대통령이 평택의 미군 기지 '캠프 험프리스'를 방문하는 것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정부는 세계 최대 미군 해외 기지로 꼽히는 캠프 험프리스 건설 비용의 절반 이상인 8조9000억원을 부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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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7월 방한한 빌 클린턴(왼쪽 사진) 미국 대통령이 비무장지대(DMZ) 내 올렛 초소를 방문해 북측을 바라보고 있다. 2002년 2월에는 조지 W 부시(가운데 사진) 대통령이 김대중 대통령과 함께 DMZ 인근을 방문했고, 2012년 3월에는 버락 오바마(오른쪽 사진) 대통령이 DMZ를 찾았다. /연합뉴스
그러나 WP는 부시 행정부와 오바마 행정부의 외교 전문가들을 인용해 "DMZ에 가지 않는 것은 바보 같은 행동"이라며 "DMZ를 방문하는 것은 한국군과 미군뿐 아니라 북한에 대해서도 중요한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고 했다. DMZ는 북한 핵·미사일 위기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한·미 동맹의 굳건함을 보여줄 수 있는 장소란 것이다. 실제 1983년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의 방한 이후 DMZ를 찾지 않은 미국 대통령은 조지 H W 부시(아버지 부시) 전 대통령이 유일하다. 그러나 아버지 부시 대통령도 레이건 행정부의 부통령 시절 DMZ를 찾았었다. 1993년 DMZ를 방문한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한다면 그들은 종말을 맞을 것"이라며 1976년 이른바 '도끼 만행 사건'이 벌어졌던 '돌아오지 않는 다리'까지 걸어가기도 했다. 2002년엔 조지 W 부시(아들 부시) 대통령이, 2012년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DMZ를 찾았었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도 지난 4월 두 딸과 함께 판문점을 방문했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방한 중 DMZ를 방문할 가능성도 있다. '깜짝 쇼'를 즐기는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선 대북 메시지를 보내는 데 DMZ만큼 극적인 효과를 낼 수 있는 곳도 없기 때문이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의 내달 8일 일정은 오전 여의도 국회 연설을 빼놓고는 알려진 것이 없다. 마음만 먹으면 이날 오후 중국으로 출발하기 전까지 충분히 DMZ를 다녀올 수도 있다. 외교 소식통은 "현재로선 트럼프 대통령이 DMZ를 방문한다, 안 한다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갑자기 DMZ를 가겠다고 하면 가는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6일 기자들이 'DMZ에 갈 의도가 있느냐'는 질문에 "현 시점에서 세부 일정을 정하지 않았다"고 했었다.

이와 관련, 청와대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일정은 미국이 결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가 찬반 입장을 낼 성격이 아니다"며 "정상회담 등 주요 행사를 제외한 나머지 일정은 아직 (미국으로부터) 통보받은 것이 없다"고 했다. 청와대 경호처 관계자도 "DMZ 방문에 대해선 아직 논의되지 않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 등 청와대 참모 일부는 한반도 긴장 고조 가능성 등을 이유로 트럼프 대통 령의 DMZ 방문을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소식통은 "DMZ 대신 캠프 험프리스를 방문하는 것이 불필요한 긴장도 줄이고, 한·미 동맹의 굳건함을 보여주는 데도 더 효과적인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대북 대화파가 'DMZ에 가는 건 좋지 않은 선택'이라는 의견을 전달 미국 측에 전달했을 것"이라는 얘기도 나왔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10/20/201710200030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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