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공영방송 TV ‘채널 4’가 기획한 북한 소재 드라마를 준비하던 스튜디오 컴퓨터를 북한 해커들이 공격했다고, BBC 방송이 17일 보도했다. BBC는 또 영국 정보 당국이 이를 알면서 전혀 북한에 대한 제재에 나서지 않아, 영국 기업들과 정부에 대한 북한의 해킹 능력과 영국 정부의 ‘무(無)반응’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고 보도했다.

영국의 ‘채널 4’는 2014년 8월, 북한을 소재로 한 “대담하고 도발적인” 드라마 시리즈를 시작하겠다고 발표했다. ‘맞수(Opposite Number)’라는 제목의 이 드라마는 북한에 포로로 잡힌 영국인 핵과학자를 둘러싼 얘기로, 대본 작가로는 미국 아카데미상을 받은 매트 차먼이 선정됐다.
드라마 '맞수'의 작가로는 2015년 오스카상 수상을 받은 '브리지 오브 스파이즈'의 작가 매트 차먼이 선정됐다./BBC


하지만 북한 측은 ‘채널 4’의 발표가 있자 크게 반발하고, “중상모략적인 헛소리”라며 이 시리즈를 중단시키라고 영국 정부에 요구했었다. 이어 제작사 ‘매머스 스크린’사의 컴퓨터가 북한 해커들의 거듭된 공격을 받았다고 BBC는 밝혔다.

현재 이 ‘맞수’ 시리즈는 충분한 자금을 확보하지 못해 보류된 상태다. 매머스 스크린과 배급 파트너인 ITV 스튜디오 측은 함께 제작할 ‘국제 파트너’를 찾았으나 여의치 않았고, 펀딩(funding)에서 실패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BBC는 “이 드라마 제작 관계자들이 이 같은 자금 및 국제 파트너 확보 실패가 북한의 사이버 공격과 관련이 있는지는 전혀 언급하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이 해킹 사건은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북한이 ‘채널4’ TV 방송사를 해킹했다고 처음 보도했으나, BBC는 ‘채널4’가 아니라, 스튜디오 제작사에 대한 해킹이었다고 보도했다. ‘매머스 스크린’에 대한 해킹 자체는 큰 피해가 없었으나, 영국의 한 TV 방송사 간부는 “북한 해커들이 항상 도사리고 있다”는 것은 ‘경고’라고 BBC에 말했다.
소니 픽처스의 '인터뷰' 포스터
2014년 11월에는 미국의 ‘소니 픽처스’가 북한 김정은의 암살을 소재로 한 ‘인터뷰’라는 제목의 코미디 영화 개봉을 앞두고 상당한 규모의 사이버 공격을 당했다. 이메일 내용이 다 노출되고, 컴퓨터 네크워크의 상당 부분이 파괴됐다. 해커들은 ‘평화의 수호자들’이라고 했지만, 미국은 배후를 북한으로 지목했고 오바마 행정부는 제재를 언급했다.

BBC 방송은 지난 5월 영국의 국가의료서비스(NHS) 컴퓨터도 북한이 저지른 랜섬웨어 ‘워너크라이(Wannacry)’의 공격을 받았다며, 비록 ‘소니 픽처스’와는 피해 규모가 훨씬 덜 하지만 북한 해커들의 소행에 침묵하는 것은 앞으로도 영국 정부가 어떻게 반응할지에 대한 우려를 낳는다고 비판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10/17/201710170102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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