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사이버 공격능력, 폄하하지 말아야"

전 세계의 이목이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발사에 쏠려 있는 동안, 북한이 조용히 사이버 해킹 능력을 괄목할 만한 수준으로 발전시켜 세계를 위협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5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북한의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발사 실험에 대해서는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등 다양한 제재가 가해지고 있지만, 북한의 사이버 해킹 공격에 대해서는 제약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NYT는 전문가들이 과거 북한의 핵개발 프로그램을 폄하했던 것처럼 북한의 사이버 공격 능력에 대해서도 비슷한 시각이 존재했지만, 지금은 북한이 해킹 공격을 ‘거의 완벽한 무기(an almost perfect weapon)’로 발전시켰다는 데 전문가들도 동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군 간부들에게 둘러싸여 컴퓨터 모니터를 보고 있는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조선중앙통신
게다가 북한은 해킹 공격에 대해선 서방이 군사적 보복 대응을 취하기 어렵다고 보고 이에 더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으로 NYT는 분석했다.

미국 국가안보국(NSA) 부국장을 역임한 크리스 잉글리스는 최근 케임브리지 사이버 서미트에서 가진 연설에서 “사이버(공격)는 북한인들에게는 안성맞춤 격 힘의 도구(a talor-made instrument of power)”라며 “진입 비용이 적게 들고 익명성이 있는데다가 한 국가의 인프라와 민간 인프라를 위기에 처하게 만들 수 있고 수입원도 된다”고 말했다.

북한은 1990년대부터 사이버 공격 역량을 키워왔다. 김정일은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 후 “지금까지 전쟁이 총알과 석유에 관한 것이었다면, 21세기 전쟁은 정보에 관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2011년 권력을 이어받은 후 강탈, 교란, 정치 여론전 등으로 사이버 공격의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북한은 2014년 8월 평양에서 납치된 영국 핵 과학자에 대한 시리즈를 방영하려던 영국 방송국 채널4에 해킹을 시도했다. 또 같은 해 9월에는 김정은을 희화화한 영화 '인터뷰' 제작사 소니픽처스를 해킹, 랩톱과 컴퓨터의 70%를 파괴했다.

NYT에 따르면 정보당국자들은 북한이 랜섬웨어와 온라인 비디오게임 해킹, 한국 비트코인 거래소 해킹 등으로 연간 수억 달러를 벌어들이는 것으로 보고 있다. 영국의 한 전문가는 북한이 연간 수출 실적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약 10억 달러를 매년 해킹을 통해 버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사이버안보 전문 기업인 리코디드 퓨처에 따르면, 북한 해킹팀은 최근 인도, 말레이시아, 네팔, 케냐,모잠비크, 인도네시아 등에서 활동하고 있다. 특히 현재 북한 사이버 공격의 거의 5분의 1이 인도 등에서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의 해킹 공격을 누가 주도하고 있는 지는 미스터리이지만, 일본 언론들은 최근 장길수란 인물을 지목한 바 있다. 노광철 인민무력부 제1부부장이라는 설도 있다.

NYT는 김정은이 미사일을 쏘지 않고도 미국을 공격하는 방법으로 사이버 해킹 공격에 주력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 전문가는 “모두가 (핵)구름에 집중하는 동안 또 다른 종류의 파국 고조를 위한 잠재력이 대폭 커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10/16/201710160124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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