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을 보유한 북이 연평도나 대청도를 가장 먼저 노릴 수 있다는 취지의 국방장관 발언이 12일 나왔다. 송영무 장관은 이날 국회의 국방부 국정감사에서 "북한이 핵무기를 가지면 가장 먼저 빼앗고 싶은 것이 백령도와 연평도라고 전문가들이 입을 모은다"는 자유한국당 의원 발언에 "맞는다"고 답했다. 송 장관은 북이 2010년 연평도 포격 같은 도발을 다시 저지르는 상황에 대해 "국지전일 수도 있고 전면전으로 확전할 수 있는 개연성이 있다"며 "만약 그런 상황이 재발하면 현장에서 확실한 대응 조치를 할 것"이라고 했다.

북이 백령·연평도 등 우리 서북 도서를 눈엣가시처럼 여긴다는 얘기는 군과 안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상식처럼 통하는 얘기다. 북은 6차 핵실험 일주일 전인 지난 8월 26일 백령도와 연평도 점령 훈련을 대대적으로 벌였다. 김정은이 참관했고 그 사진을 조선중앙통신이 전했다. 합참의장과 각군 참모총장이 최근 서북 도서 상황을 수시로 점검하고 있는 것도 상황의 심각성을 알기 때문일 것이다.

7년 전 북이 핵을 갖지 않았는데도 북의 연평도 포격을 우리는 확실히 응징하지 못했다. 전면전으로 비화할 우려 때문이었다. 이제 북은 핵을 가졌다. 송 장관 말처럼 '확실한 대응 조치'를 할 수 있겠는지 의문이다. 청와대 인사들은 '한미 동맹이 깨지더라도 전쟁은 안 된다'는데, 북한 내 지휘 거점 폭격과 같은 대응 조치가 이뤄질 것으로 믿기 어렵다. 실제 상황이 되면 지휘부 결심 장애로 손발이 아예 묶일지도 모른다. 북의 공격이 현실화될 가능성은 낮다. 그러나 최악 상황에 대비하는 것이 안보다. 이런 가장 기본적 의문에 대해 분명한 답이 없는 채 흘러가는 것이 우리 안보가 처한 현실이다.

북은 며칠 전 노동당 전원 회의라는 것을 열어 핵·경제 병진(倂進)과 자력갱생을 강조했다. 주민들이 굶어 죽는 한이 있더라도 핵을 안고 가겠다는 얘기다.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지난 11일 평양에서 러시아 언론을 만나 "미제의 압살 정책이 근원적으로 사라지지 않는 한 핵무기가 대상이 되는 어떤 협상에도 절대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북 처지에선 이 전략이 합리적이기 때문에 허풍이라고 할 수 없다. 주한 미군 철수가 동반되는 평화협정 체결이 아니라면 이제 대화로는 핵과 미사일 동결도 쉽지 않을 수 있다. 평양에선 10만 명이 넘는 주민을 동원해 군중대회를 열어 '결사 항전' 분위기를 다지고 있다.

이런 북이 핵 포기를 전제로 한 대화에 나설 것이란 기대는 이제 접어야 한다. 북이 대화로 나올 때는 대한민국이 정말로 위험해질 거래가 임박한 상황이라는 뜻이다. 최악 경우를 상정한 다양한 군사·외교적 대비책을 마련하고 점검해야 한다. 그 과정이 국민을 하나로 뭉치게 할 수 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10/12/201710120375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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