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세상]

호주, 北 U-19 대표팀 입국 거부

- 核도발에 스포츠까지 대북 제재
호주 "北초청, 안보리 결의 위배"
정치 개입 금지해 온 FIFA… 국제여론 의식해 이례적 수용

12월 韓·中·日·北 동아시안컵 대회 주최하는 일본 입장에 주목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에 따른 전 세계적인 대북 제재 압박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제 스포츠에서도 북한이 '왕따'가 되어가는 분위기다.
 
축구판, 축구광 김정은에게 '레드카드'
11일 호주 시드니 모닝헤럴드 등 현지 언론은 "호주 정부가 내달 호주에서 경기를 펼치는 북한 U―19(19세 이하) 축구 대표팀 선수들에게 입국 비자를 발급해 주지 않기로 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대회를 채 한 달도 남기지 않은 상황에서 북한 축구팀 입국을 전격 거부한 것이다. 북한은 내달 4일부터 8일까지 호주 빅토리아주(州) 인구 6만의 소도시 셰퍼턴에서 열리는 2018 AFC(아시아축구연맹) U―19 챔피언십 예선에 참가해 호주·홍콩·북마리아나제도와 경기할 예정이었다. 축구는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강한 애착을 보이는 분야다. 김정은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팬으로, 월드컵을 빼놓지 않고 볼 만큼 축구를 즐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줄리 비숍 호주 외교장관은 북한의 입국 불허 방침을 밝히며 "북한을 초청하는 것은 호주 정부가 북한의 불법적인 핵·미사일 개발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는 것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일"이라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에 따라 외교적·경제적 압박 수위를 높이려는 우리의 노력과도 일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지난달 12일 북한으로의 유류(油類) 공급을 30% 차단하고 북한산 섬유제품 수입을 금지하는 것을 골자로 한 대북 제재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호주 정부의 전격적인 결정으로 홈에서 열리는 AFC 예선에 북한이 참가하지 못하게 되자, 호주축구협회는 제3국에서 대회를 열어 달라고 AFC에 요청했다. 호주축구협회 입장에선 제3국으로 옮기면 귀중한 홈 어드밴티지를 잃게 된다. 대회가 열릴 예정이었던 호주 소도시 셰퍼턴도 갑작스러운 대회 취소에 비상이 걸렸다. 디니 아뎀 셰퍼턴시장은 "이번 대회는 셰퍼턴에서 열리는 첫 메이저 스포츠 이벤트로 10억원 이상의 경제 효과를 기대했다"며 "아쉽지만 이해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AFC는 호주축구협회의 요청을 수용했다. AFC는 "현재 경기가 열릴 제3국을 알아보고 있다"며 "구체적인 장소와 시간을 곧 공지하겠다"고 밝혔다. 대한축구협회가 파악한 바에 따르면 AFC는 호주에 대한 페널티(벌칙)도 부과하지 않을 방침이다. 이는 FIFA(국제축구연맹)가 축구에 대한 정치 개입을 강력히 금지하는 것을 고려하면 매우 이례적이다. FIFA는 2015년 '쿠웨이트 정부가 체육 관련 단체의 행정에 개입할 수 있도록 법률을 개정했다'며 국제축구대회 출전 정지의 초강경 제재를 내린 바 있다. 이번엔 FIFA와 AFC가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여론을 의식해 호주의 결정을 수용했다는 말이 나온다.
 
지난 2014년 열린 아시아축구연맹 U-19 챔피언십(미얀마) 본선에 출전한 북한 선수들이 카타르전 킥오프 직전 도열한 모습.
북한이 국제사회에서 각종 제재를 받고 있는 가운데 호주가 북한 U-19(19세 이하) 축구대표팀에 비자 발급을 불허하는 조치를 취했다. 사진은 지난 2014년 열린 아시아축구연맹 U-19 챔피언십(미얀마) 본선에 출전한 북한 선수들이 카타르전 킥오프 직전 도열한 모습. /EPA 연합뉴스
북한 스포츠의 고립 양상은 다른 곳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지난달 말 북핵 긴장 고조를 이유로 자국민의 북한 여행을 전면 금지했고, 이에 따라 말레이시아 축구협회는 10월 5일로 예정됐던 북한과의 AFC 아시안컵 예선(평양 개최) 경기를 무기한 연기한다고 공개했다. 이 경기는 원래 지난 3월 치를 예정이었으나, 김정남 암살 사건을 계기로 양국 갈등이 깊어지면서 이미 수차례 미뤄진 상태였다. 이 경기는 후속 일정도 논의되지 않고 있다.

오는 12월 일본 도쿄에서 열릴 동아시안컵 축구 대회에도 불안한 시선이 쏠린다. 이 대회엔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과 북한·일본·중국 대표팀이 출전한다. 북한의 도발이 계속되는 가운데 대회 주최 측 인 일본이 북한에 어떤 입장을 취할지 관심이 쏠린다. 일본 도쿄스포츠는 "국제 정세에 따라 일본이 북한 대표팀의 입국을 불허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국제 스포츠계는 북한을 배제하는 분위기지만 한국 정부는 북한을 어떻게든 내년 2월 평창올림픽에 참가시킨다는 입장이다. 북한은 지난달 피겨스케이팅 페어 종목에서 렴대옥과 김주식이 평창올림픽 출전권을 따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10/12/201710120023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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