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本紙 인터뷰]

외교안보 혼선·튀는 발언 지적에 "많은 靑사람 내 생각 동의할 것"
"대통령을 공격하기 위해 내게 공세… 한국당 시각으로 족쇄 채우지 말라"
 

문정인 통일외교안보특보
문정인 통일외교안보특보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는 28일 "난 대통령의 특보이지 자유한국당 특보가 아니다"라며 "자유한국당 시각으로 내 입을 막고 검열하려 들지 말라. 족쇄를 채우지 말라"고 말했다.

그는 북핵 위기 국면에서 대통령 특보이면서도 정부 공식 입장과 다른 발언들을 해서 여러 차례 논란을 일으켰다. 전날 국회의 한 토론회에서 "많은 분이 한·미 동맹이 깨진다 하더라도 전쟁은 안 된다고 한다"고 말한 것 때문에 이날도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와 관련, 문 특보는 이날 본지 통화에서 "자리와 성격에 따라 학자로서의 견해, 대통령 특보로서의 견해를 분명히 구분하고 있으며 그런 이중적 역할에 대통령도 동의해줬다"며 "대통령과 정부가 다 말하지 못하는 촛불 민심을 전하는 것이 내 역할"이라고 말했다. 또 문 특보는 "청와대 안보실 사람들은 나를 조금 부담스러워하겠지만, 청와대 다수는 내 말에 속으로 동의하지 않겠느냐"고도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본인은 '학자, 개인의 견해'라고 하지만 대통령 특보는 공적인 자리 아닌가.

"나는 봉급을 청와대에서 받는 것이 아니고 연세대(명예특임 교수)에서 받는다. 특보가 공식 정책 라인이라면 당연히 신중하게 행동하고 말해야겠지만 이 자리는 비상근직이다. 즉, 나는 특보이면서 학자라는 이중적 지위가 있고 학자로서 자유롭게 말할 수 있다. 대통령도 내 역할을 그렇게 정리해줬다."

―야당에서는 대통령 특보직 해촉을 요구하고 있다.

"야당이 나를 공격하는 것은 대통령을 공격하기 위해 나를 끌어들이는 정치 공세에 불과하다. 자신들이 집권했을 때의 특보는 '대통령의 복심'이고 '숨은 실세'이고 했겠지만 지금 정부의 특보는 그런 역할이 아니다. 나는 지금도 택시 타고 지하철 타고 다니지 공무가 아니면 공무 차량도 이용하지 않는다."

―그래도 청와대와 정부에 '문정인 라인'이 많아 기밀 정보도 많이 알고 영향력도 행사하지 않나.

"그냥 사제(師弟) 관계의 인사들이 정부의 외교·안보 일을 하고 있을 뿐이다. 나는 비밀 취급 인가증도 없다. 내가 가진 정보라는 것이 별게 아니다."

―그럼 미국이 '사드 배치 안 하면 미국이 주한 미군을 철수한다'고 했다거나,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강경화 외교장관에게 남북 군사회담 제안에 불만을 전했다는 말은 무슨 뜻인가.

"언론 보도 보고 하는 말이다. 그리고 주한 미군 철수 이야기는 지난 6월 미국에 갔을 때 마이클 그린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선임 부소장이 한 말이다. 대통령이나 청와대 참모들이 나에게 무슨 독점적 정보를 주는 게 아니다."

―특보의 역할이 뭐라고 생각하나.

"나의 임무는 결국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해준 촛불 민심이 원하는 외교·안보 정책을 대변해주는 것이다. 그것은 대통령과 정부의 외교정책과 다소 다를 수 있다. 청와대도 나를 위촉할 때 학자로서 자유롭게 마음대로 말할 수 있다고 했었다. 심지어 대통령에게 반대되는 의견도 말할 수 있다."

―정부 정책과 혼선이 생길 수 있지 않나. 그게 국익과 대통령에 도움이 되나.

"국가적으로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왜 우리가 미국에 맹목적으로 충성해야 하나. 내가 '한·미 동맹 깨지더라도 전쟁은 안 된다'고 했다. 동맹은 전쟁을 막기 위한 것인데 전쟁을 지원하기 위해 동맹이 존재하나. 우리 국익은 전쟁이 아니라 평화 아닌가. 내 발언은 철저히 국익을 중심에 두고 있다."

―외국 언론은 문 특보 말을 대통령 생각이라는 식으로 보도한다.

"그건 그들의 해석이지 사실과는 다르다. 대통령이 누굴 대신 내세워 자신의 속내를 우회적으로 전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송영무 국방장관과 충돌했었고,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에 대해선 '친미적'이라고 비판한다고 들었다.

"나는 송 장관을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 그래서 그분이 날 비판했을 때 다소 의외였다. 그리고 정의용 실장의 정책과 노선에 나는 100% 동의한다. 그분 역할은 위기 상황을 관리하는 것이 아니냐. 나도 그 자리에 있으면 그렇게 했을 것이다. 촛불 민심을 반영해야 하는 특보로서의 내 역할과 청와대에서 상황 관리를 해야 하는 정 실장의 역할은 다르다."

―청와대와 정부에서 문 특보의 '튀는' 발언을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다.

"내가 절대 '오버'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비판적으로 발언하는 것을 트럼프 대통령이 제대로 들어야 한다. 안보실 사람들은 조금 부담스러워하겠지만 많은 청와대 사람이 내 생각에 속으로 동의할 것이다."

문 특보는 독일 아데나워재단 초청 강연을 위해 이날 독일 베를린으로 출국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9/29/201709290022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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