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전시(戰時)에 주요 기관과 군을 지휘하는 국가지도통신망이 핵EMP(전자기파) 공격에 무방비인 것으로 드러났다. 핵폭탄이 고도 30~100㎞에서 터지면 강력한 EMP를 발생시켜 광범위한 지역의 모든 전자기기를 망가뜨린다. 전력과 통신이 끊어지고 수돗물과 지하철 등이 멈춘다. 자동차, 항공기, 배가 고철이 된다. 한마디로 나라를 석기시대로 되돌릴 무서운 무기다. 북은 이미 핵EMP 공격을 위협하고 있다. 그런데 무슨 나라가 군 최고사령관의 지휘 시설까지 무방비로 방치해 놓고 있었다는 것이다. 아무리 우리가 '설마 공화국'이라고 하지만 정말 '이게 나라냐'고 스스로 묻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2000년 비상사태 대비용으로 전국 95개 거점 지휘소에 국가지도통신망을 만들었지만 북한의 EMP 공격을 막는 장치는 없었다. 국방연구원과 전문가들이 오래전부터 북의 EMP 공격에 대비해야 한다고 했지만 2015년이 돼서야 정부 예산이 반영됐다. 현재 EMP차폐(遮蔽) 시설이 완비된 곳은 아직 한 군데도 없다. 제일 빠른 곳이 내년에야 완공된다. 지금 당장 북이 핵EMP 공격을 하면 탱크, 자주포, 미사일, 전투기 등 컴퓨터칩이 들어간 모든 무기가 고철이 된다. 그 상태에서 대통령이 명령도 내리지 못한다니 기가 막힌 일이다.

북이 핵EMP 공격을 하면 예금, 대출 기록 등 모든 금융 기록이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 사회 붕괴를 피할 수 없다. 금융 당국과 은행들은 이제서 야 관련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설마 북이 공격을 하겠나' '설마 북이 핵폭탄을 터뜨리겠나' '설마 핵EMP 공격이 있겠나' '공격을 당해도 설마 석기시대가 되겠나'는 등 우리 사회는 '설마'로 타성적인 일상을 보내고 있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북핵 위기는 과거와는 차원이 완전히 다른 문제인데도 '설마 공화국'에서는 대비나 준비가 아니라 '설마'가 대세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9/28/201709280325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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