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중의원 해산, 내달 22일 총선… 아베·고이케 양자 대결 양상]
北風 타고 지지율 반등한 아베, 장기 집권·개헌 발판 노려

- 아베 겨누는 '고이케 돌풍'
2선에 머무를 거란 관측 깨고 "직접 깃발 들고 정권교체" 선언
日언론 "나흘만에 정계 흔들어"

"일본 헌법 7조에 따라 국회를 해산한다."

28일 정오, 도쿄 나가타초 국회의사당에서 오시마 다다모리 중의원 의장이 아베 신조 총리가 올린 한 줄짜리 국회 해산 공문을 낭독했다. 자민당 의원들은 관례에 따라 "반자이(萬歲)!"를 세 번 외쳤다. 5분이 채 안 걸렸다. 이 순간을 기점으로 아베 총리가 이끄는 자민당과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도지사가 만든 희망의당이 다음 달 22일 총선까지 25일에 걸친 정면 승부에 돌입했다.

아베 총리는 지난 5월 정권 실세들이 총리 친구가 운영하는 사학법인에 특혜를 줬다는 '가케학원 스캔들'이 불거져 7월 말 한때 지지율이 20%대까지 폭락했다. 그러나 대규모 개각으로 반대파를 등용하고, 북한 도발에 강력하게 대응하면서 최근 지지율이 최고 50%까지 반등했다. 아베 총리는 이 기회를 활용해 총선에서 승리해 장기 집권과 개헌의 발판을 다지겠다는 의도다.
 
일본 중의원 정당별 의석 분포도

이날 여야 의원들 얼굴엔 긴장과 흥분이 뚜렷했다. 지금까지 일본 중의원은 '골리앗 자민당(287석·60%)'과 '그 밖의 군소정당들' 구도였다. 야당 중 제일 큰 민진당(87석·18%)도 자민당의 3분의 1이 채 안 됐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22~24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자민당을 찍겠다"는 사람(44%)이 민진당(8%)·희망의당(8%)을 찍겠다는 사람의 5배가 넘었다.

이런 구도가 지난 24일부터 급격히 요동쳤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고이케 지사는 "도쿄도지사가 도쿄올림픽 준비를 팽개치고 총선에 끼어든다"는 비판이 나올까 봐 신당 창당 준비를 참모들에게 일임했다. 유세전이 본격화한 뒤에도 고이케 지사가 전면에 나서지 않을 것이란 시각이 많았다.

고이케 지사는 최근 이런 예상을 잇달아 깨뜨렸다. 휴일인 24일, "내가 (당대표를 맡아) 직접 깃발을 들겠다"고 발표했다. 이튿날인 25일에는 "세금을 더 걷어 복지에 2조엔을 풀겠다"는 아베 총리에 맞서, "세금을 동결하겠다"는 정반대 공약을 내놨다. 아베 총리가 이번 총선이 "북한의 위협에 어떻게 대응할지 묻는 국난 돌파 선거"라고 하자, 고이케 지사가 "이대로 '아베 1강'을 질질 끌지, '에지 있는 개혁'을 할지 묻는 정권 교체 선거"라고 받아쳤다. 일본 언론은 "고이케 지사가 나흘 만에 일본 정계를 흔들어놨다"고 분석했다.

고이케 지사가 과감한 행보로 미디어와 대중의 관심을 한몸에 받자, 최대 야당인 민진당의 위기감이 커졌다. 결국 마에하라 세이지 민진당 대표가 지난 26일 비밀리에 고이케 지사와 만났고, 이튿날 "민진당은 이번 총선 때 후보를 공천하지 않겠다. 원하는 사람은 희망의당에 공천을 신청하라"는 폭탄선언을 했다. 민진당 의원들은 이날 국회 해산 직후 의원 총회를 열고 이 제안을 정식으로 받아들였다. 한때 자민당을 제치고 집권했던 정통 야당이 아직 골격도 덜 잡힌 신당에 흡수되듯 합류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마이니치신문은 "사실상 민진당 해체"라고 보도했다.

일본 언론은 이런 식으로 야당이 뭉쳐 정권 교체를 시도하는 게 1993년 호소카와 모리히로 총리가 '일본신당'을 만들어 자민당과 공산당을 제외한 나머지 모든 정당을 한데 묶은 뒤 24년 만이라고 전했다.

이번 선거는 아베 총리가 제안한 소비세 인상분의 복지 예산 투입과 평화헌법 개정, 북핵·미사일 대응 문제 등이 최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고이케 지사의 신당이 실전에서 어느 정도 성적을 거두느냐에 따라, 아베 총리의 개헌 구상에도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아베 총리는 '내년 9월 자민당 총재 3선에 성공해 총리 임기를 연장한 다음, 도쿄올림픽 전에 평화헌법 개헌을 완료하겠다'는 구상을 여러 차례 밝혔다. 그러려면 이번 총선에서 수성에 성공해 개헌 발의 정족수인 '중의원 3분의 2'를 반드시 지켜야 한다. 하지만 아베 총리는 '중의원 3분의 2'라는 말 자체를 입 밖에 내지 않았다. 그는 이날 "이번 총선에서 자민당과 공명당이 합쳐서 '과반'(465석 중 233석)을 못 얻으면 퇴진하겠다"고 했다. 총선 목표를 3분의 2가 아니라 과반으로 낮춰 배수진을 친 것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9/29/201709290026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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