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24일(현지 시각) 테러와 국가 안보 위협 등을 이유로 미국 입국을 금지하는 국가 명단에 북한을 집어넣었다.

백악관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차드·이란·리비아·소말리아·시리아·베네수엘라·예멘 등 8개국 국민의 미국 입국을 제한하는 '반이민 행정명령' 포고문(Proclamation)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다음 달 18일부터 발효되는 이번 조치는 기존 입국 금지 대상이던 이란·시리아·리비아·예멘·소말리아·수단 등 무슬림 6개국에서 수단이 빠지고 북한과 베네수엘라, 차드 등 3개국이 추가됐다. 지난 19일 유엔총회 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불량 정권'으로 지목했던 3개국(북한·이란·베네수엘라)이 모두 입국 금지 대상이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북한은 미국 정부와 전혀 협조를 하지 않고, (입국을 위한) 정보 공유에 필요한 조건도 모두 충족하지 못했다"고 입국 금지 이유를 설명했다.

지난 19일 유엔 연설에서 '북한 완전 파괴'를 언급한 이후 지난 21일 북한의 돈줄(금융)과 하늘길·뱃길을 틀어막는 전면적인 '세컨더리 보이콧(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의 기관·개인을 제재)' 조치를 단행한 데 이어, 24일에는 입국 금지 카드까지 꺼낸 것이다.

이번 조치로 북한 주민은 미국 이민은 물론 방문도 전면 금지된다. 외교관을 제외한 그 누구도 미국 땅에 발을 붙일 수 없다는 의미다. 다만 탈북자는 난민 신분으로 들어올 수 있다. 반면, 미국이 베네수엘라에 취한 입국 금지 조치는 정부 고위 관료와 직계가족에게만 적용된다. 리비아·예멘 등 나머지 국가들에 대해선 이민·관광 등 특정 목적의 입국만 금지해 숨통을 열어줬다.

이 때문에 이번 입국 금지는 '최고의 압박과 관여'라는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기조를 상징하는 조치라는 분석이 많다.

미 국토안보부 통계에 따르면 '입국신고서' 기준으로 미국에 들어온 북한 사람은 2013년 59명, 2014년 84명, 2015년 99명 정도다. 제재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워싱턴 외교 소식통은 "미국이 북한에 대해선 작은 틈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며 "미국에 들어오지 못하는 국가라는 '낙인(烙印) 효과'는 다른 나라의 입국 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대북 경제 제재를 책임지는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이날 ABC에 출연해 "대통령은 핵전쟁에 참여하고 싶어하지 않는다"며 "우리는 그것이 일어나지 않도록 모든 것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쟁을 막기 위해서라도 모든 비군사적 제재 수단을 쓰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므누신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은 '모든 (대북) 옵션이 테이블 위에 있다'고 했다"며 "대통령에게는 수많은 방안이 보고됐고, 대통령이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했다.

오바마 행정부에서 대북 제재를 담당했던 에드워드 피시맨 전 국무부 정책기획실 보좌관은 이날 미국의소리(VOA) 방송에서 대북 유엔 제재와 관련해 "1990년대 이라크 대통령이었던 사담 후세인을 겨냥한 제재는 무역·금융의 전면 차단을 담고 있어 (지금의 대북 제재보다) 훨씬 강력했다"고 했다. 아직 더 할 수 있는 대북 제재가 남아 있다는 것이다. 그는 "지금 상황에서 개성공단을 재개하는 것은 (제재 포기의 의미로) 수건을 던지는 것"이라고도 했다.

한편 LA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유엔총회 연설에 앞서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이 대통령에게 "북한 김정은을 '로켓맨'으로 부르는 등 개인적인 모욕은 하지 말라고 주문 했다"고 지난 22일 보도했다. 미 중앙정보국(CIA)이 북한 김정은을 분석한 결과 "자존심이 엄청나게 강한 만큼 큰 모욕감을 느꼈을 경우 치명적으로 반응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LA타임스는 김정은이 지난 21일 자신의 이름을 내건 성명에서 트럼프를 향해 '늙다리 미치광이' '깡패' 등의 막말을 쏟아낸 것은 김정은의 분노와 관련 있다고 분석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9/26/201709260019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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