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조롱에 회견 자청한 듯
 

25일(현지 시각) 미국 출국 직전 뉴욕의 한 호텔 앞에서 기자회견을 한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상기된 표정이었다. 최대한 또박또박 말하려고 애썼지만 목소리가 작아 잘 들리지 않았다. "트럼프가 끝내 선전포고를 했다" "(미국의 전폭기를) 쏘아 떨굴 권리" 등 초강경 발언을 하면서도 외워서 나온 듯 단어와 단어를 말하는 사이에 머뭇거렸다.

한 외신기자는 "마치 꼭 해야 하는 '숙제'를 하고 떠나려는 모습 같다"고 했다. 그는 2분여 발언을 마치고 기자들의 쏟아지는 질문을 외면한 채 현장을 떠나려다 돌아서서 "트럼프의 선전포고에 대처해 모든 선택안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최고 지도부의 작전 탁(테이블) 위에 올려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것도 미리 예정했던 발언을 빠뜨렸다가 추가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리 외무상이 기자회견을 자청한 것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지난 23일 리 외무상의 유엔 총회 기조연설 직후 또 한 번 '최고 존엄'인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을 '리틀 로켓맨'이라고 조롱한 것을 그냥 넘어갈 수 없었기 때문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에번스 리비어 전(前) 국무부 동아태수석부차관보는 이날 뉴욕타임스(NYT)에 "그들은 지도자가 공격당했을 때 대응하는 데 있어 선수들"이라고 했다.

한 외교 소식통은 "'미국 전폭기를 격추시키겠다'는 등 구체적인 공격 수단 까지 거론하긴 했지만 앞서 유엔 기조연설에서 '가차 없는 선제 행동으로 예방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했던 것과 비교해보면 비슷한 수위"라고 했다. 미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는 "북한이 실제 미 항공기 격추 능력을 갖췄는지 전문가들은 의심하고 있다"며 "구(舊)소련 시대에 머무르는 북한의 공군 전력은 미국과 동맹국에 별 위협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9/27/201709270033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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