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쫓겨나는 北노동자… 노석조 기자 르포]
중동 국가들 北비자 갱신 중단, 쿠웨이트 '6000→2000명' 급감
 

노석조 기자
노석조 기자

23일(현지 시각) 오전 9시 쿠웨이트 수도 메디나쿠웨이트 남부 외곽의 사바 앗살렘 대학 캠퍼스 건설 현장. 섭씨 40도를 넘는 더위 속에서 이집트·인도 노동자들이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인사말을 건네자 이집트인이 "코리(Korean의 아랍어) 아니냐"며 단번에 알아봤다. 그는 "오랫동안 '코리 샤멜리(북한 사람)'와 같이 일했는데, 최근 들어 전기공 등 일부를 빼고는 대부분 북한으로 돌아갔다"고 했다. 그러면서 "건설 현장에서 (북한 노동자를) 못 본 지가 꽤 오래됐다"고 말했다.

북한의 잇따른 핵·미사일 도발로 국제사회가 대북 제재에 적극 동참하면서 중동에 나왔던 북한 해외 노동자들이 줄줄이 쫓겨가고 있다.

최대 6000명에 달했던 쿠웨이트 내 북한 노동자는 약 70%가 줄어 현재 2000여명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근 카타르에도 2022년 월드컵 경기장 건설 현장 등에 2000여명이 있었지만, 지금은 500여명으로 줄었다고 한다. 북한 노동자가 빠져나간 자리는 네팔·이집트 인력으로 대체됐다.

쿠웨이트와 카타르 등 중동 국가들은 지난 5월부터 북한 국적자에 대한 비자 갱신과 신규 발급을 중단하고 있다. 현지 소식통은 "오는 11월이면 걸프 지역에서 외화벌이를 하는 북한 노동자는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 라며 "이는 경제뿐 아니라 정치적으로도 걸프 국가들과 친밀한 관계를 맺어온 북한 김정은에게 상당한 타격이 될 것"이라고 했다.

북한은 1990년대 중반부터 외화벌이를 위해 걸프 산유국의 건설 현장 등에 노동력을 파견해 왔다. 최대 1만여명에 달했던 중동 파견 노동력을 통해 연간 1억달러(약 1100억원)를 벌었지만, 이번 제재로 안정적인 돈줄을 잃게 됐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9/27/201709270030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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