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문제로 인한 한반도 긴장 고조 때문에 유럽 일부 국가에서 내년 2월 열리는 평창 동계올림픽 불참 가능성을 잇따라 시사하고 있다. 카를 슈토스 오스트리아 올림픽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22일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상황이 나빠지고 선수 안전을 보장하지 못한다면 한국에 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독일 내무부도 같은 날 '평창올림픽의 안전 문제에 대해 정부가 적절한 시기에 발표하겠다'며 안전 문제를 거론했다. 앞서 프랑스 로라 플레셀 스포츠장관은 라디오 방송에서 "북핵 상황 악화로 안전을 확신할 수 없으면 프랑스 팀은 불참할 것"이라고 했다.

오스트리아 올림픽위원회는 불참 시사 발언이 논란되자 24일 평창조직위원회에 "현 상황이 올림픽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을 확신한다"는 공식 입장을 전달했다. 프랑스 플레셀 장관도 22일 파리에 있던 노태강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에게 "평창에 간다는 것이 공식 입장"이라며 언론의 과장 보도라고 했다. 하지만 올림픽을 4개월여 앞두고 겨울 스포츠의 종주국들에서 이런 말들이 나오는 것 자체가 심각한 일이다. 만약 올림픽에 임박해 북한이 핵·미사일 추가 도발이라도 한다면 불참 도미노가 일어나지 말라는 법이 없다.

1972년 독일 뮌헨 올림픽 때 최악의 테러가 발생했지만 올림픽은 34시간 만에 재개됐다. 동서 냉전으로 1980년 모스크바 올림픽과 1984년 LA 올림픽이 반쪽 대회가 됐지만 안전 문제로 올림픽 불참 사태가 벌어진 적은 없었다. 2015년 11월 프랑스 파리에서 130여 명이 숨지는 IS 테러에도 불구하고 2주 만에 140여 개국 정상이 참여하는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가 예정대로 개최됐다. 여기에는 어떤 테러와 폭력에도 굴하지 않 는다는 국제사회의 메시지가 담겨 있다.

북한 핵·미사일은 세계 평화에 대한 위협이고 국제사회 전체에 대한 협박이다. 만약 안전을 이유로 평창올림픽에 불참한다면 북한의 협박에 굴복하는 것이다. 김정은이 가장 바라는 것이기도 하다. 지금 북핵 위기가 최악을 치닫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럴수록 국제사회가 북한 집단을 향해 단호하게 결속된 의지를 보여줬으면 한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9/25/201709250300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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