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美사령관 "北반응 없어"… NLL 넘어간 23일 밤 무슨 일이?]

北, 야간 기습출격에 방심했나? 전력 없어 레이더 가동 안했나?
北 SA-5 지대공미사일 포대 원산 밖 600㎞까지 탐지 가능… 실제 미사일 사거리는 250㎞
美, 원산 300~350㎞ 밖 비행… 北, 레이더로 잡아도 격추 못해
 

미국이 지난 23일 밤 전략폭격기 B-1B를 동해 북방한계선(NLL) 이북으로 전개하는 무력시위를 했지만, 북한은 전투기 발진 등의 대응을 전혀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빈센트 브룩스 주한 미군 사령관도 국회 정보위원장인 자유한국당 이철우 의원에게 "북한의 반응이 전혀 없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군 관계자는 이날 "B-1B는 완전한 스텔스기가 아니기 때문에 북한 레이더로 탐지할 수 있다"며 "북한이 B-1B를 포착했으면서도 무대응했을 수 있고, 전기 사정 등으로 레이더가 작동하지 않아 아예 놓쳤을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北, B-1B 북상 지켜봤나

B-1B는 스텔스 폭격기인 B-2와 달리 완전한 스텔스 기능을 적용해 설계하지 않았다. 공군 관계자는 "북한은 지금까지 수집해 온 정보를 토대로 B-1B 고유의 '레이더 피탐 면적'(RCS) 정보를 파악해 B-1B의 접근 여부를 판단할 능력이 있다"고 했다. 북한은 탐지 거리 500~600㎞의 조기 경보 레이더를 운용하는 등 상당 수준의 장거리 감시 능력을 갖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표적인 게 SA-5 지대공미사일 시스템의 일부인 P-14/5N84A 레이더다. 일명 '톨킹(Tall King)'이라고 하는 이 레이더의 최대 추적·감시 거리는 약 600㎞다. 이론적으로는 항공기가 제주도와 일본 규슈(九州) 북부를 잇는 선을 넘어 북상하는 순간부터 탐지할 수 있다. 북한은 과거에도 B-1B 출격을 파악하고 공개한 적이 여러 번 있다.
 
그럼에도 이번에 이렇다 할 북한 측 대응이 포착되지 않은 것을 두고는 몇 가지 가능성이 제기된다. 우선 북한 레이더가 가동되지 않았을 수 있다. 군 소식통은 "북한은 전력 사정이 나빠 레이더를 가동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야간에 이뤄진 기습 출격이라 방심하고 있었을 수도 있다"고 했다. 그러나 알고도 대응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 예비역 공군 관계자는 "B-1B를 탐지했더라도 비행 지역이 국제 공역이라 북한이 전투기를 출격시킬 명분이 애매했다"며 "낙후된 북한 전투기들을 멀리까지 출격시켜 봤자 미군을 상대하기 어렵다는 현실적 이유도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北 사격 통제 레이더 작동했나

전문가들은 대체로 '북한이 대응 출격을 하지 않았더라도 출격 상황은 파악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촘촘하게 구축해 놓은 대공 레이더망이 있기 때문이다. "지대공미사일을 준비하고 있었다"는 일부 관측도 이와 관련 있다. 지대공미사일 부대는 보통 '탐색용'과 '사격 통제용' 레이더를 운용한다. 북한 SA-5 지대공미사일(최대 사거리 250㎞) 포대는 탐색용으로 최대 탐지 거리 320㎞와 600㎞의 레이더를 운용한다. 지난 23일 밤 미 B-1B 폭격기 등은 원산에서 300~ 350㎞ 떨어진 곳에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탐지 거리 600㎞짜리 레이더에는 탐지됐을 가능성이 있다.

관심은 사격 통제 레이더를 가동했느냐다. 사격 통제 레이더는 지대공미사일을 발사·유도할 때 사용하는 공격용이다. SA-5용 사격 통제 레이더의 최대 추적·감시 거리는 300~350㎞ 정도다. 공군 관계자는 "단순 탐색 레이더와 사격 통제 레이더는 사용하는 주파수 대역이 다르다"며 "사격 통제 레이더에 포착되면 그 표적이 된 항공기에선 '레이더 경보 수신기'(RWR)가 작동해 파일럿도 이를 알 수 있다"고 했다. 23일 밤 B-1B 등 미 공군 전력은 SA-5 사격 통제 레이더의 최대 탐지 범위 내에 있었기 때문에 레이더가 작동했을 가능성이 있다. 다만 SA-5 미사일 사거리(250㎞) 밖에 있었기 때문에 발사했더라도 격추됐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조기경보기·헬기·수송기 출동했나

미국은 지난 23일 밤 출격한 B-1B 폭격기와 F-15C 전투기들이 공중급유기(KC-135)로부터 연료를 공급받는 사진을 공개했다. 일각에선 이 밖에도 조기경 보기, 수송기, 헬기 등이 함께 NLL을 넘어 무력시위를 벌였다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군 소식통들은 "NLL을 넘어 동해 공해상에서 무력시위를 벌인 것은 B-1B 폭격기와 F-15C 전투기 외에는 없다"고 밝혔다. 다만 유사시 조종사 구출을 위한 탐색구조 헬기 등 일부 항공기가 공중급유기와 함께 NLL 이남 동해 상공에서 대기하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9/26/201709260020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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