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국면에서 일부 일본 언론이 내놓는 오보(誤報)들이 도를 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불만 기류를 과장하느라 없는 말도 지어내기도 한다. 문제는 이런 보도들이 일본 정부 관계자들과의 '합작' 느낌이 있다는 점이다. 닛폰 TV는 21일 뉴욕 한·미·일 정상 오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800만달러 대북 지원에 대해 화를 냈다고 '아베 총리와 동행한 일본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그러나 그 자리에 배석한 우리 관계자들에 따르면 그렇게 볼 만한 상황은 없었다는 것이다. 상식적으로 정상회담 자리에서 상대국 정상을 향해 '화를 낸다'는 것은 생각할 수 없는 일이다.

앞서 산케이신문은 19일 유엔 오찬장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아베 총리에게 '북한 봉쇄에 필요한 힘이 신조(아베 총리)에게는 있는데 문재인 대통령에게는 없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 역시 믿기 어렵다. 만약 트럼프가 실제 이런 말을 했다고 해도 일본이 제3국 정상을 비난하는 내용을 흘려 보도되게 하는 것은 문제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7일 후지뉴스네트워크(FNN)는 트럼프 대통령이 아베 총리와의 전화 통화에서 대북 대화에 집착하는 한국을 '거지 같다'고 비판했다고 보도했다. 진위에 파악에 나선 청와대는 일본 정부로부터 '해당 보도가 사실이 아니다'는 확인을 받았다고 한다. 아사히신문은 지난 6월 존 매케인 미 상원의원 방한(訪韓)이 문재인 정부 홀대로 무산됐다고 전했다. 논란이 커지자 매케인 의원실이 직접 부인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그런데도 그 신문은 6월 방한한 미 국무부 차관과 한국 측 간에 사드 배치를 놓고 오가지도 않은 대화를 보도하기도 했다. 일반적 취재 보도로 보기 힘들다. 23일 백악관 고위 관계자는 청와대 측과의 통화에서 "그것이야말로 3국 공조에 균열을 일으키는 것이고 북한이 희망하는 상황"이라며 "미국의 입장을 일본 정부에 전달하겠다"고 했다고 한다.

현재 일본 조야에선 문 대통령에 대한 반감이 상당히 형성돼 있 다고 한다. 이것이 혐한 보도의 원인이라고도 한다. 북핵 사태가 최악으로 치닫는데 있는 힘을 다 합쳐도 모자랄 한·미·일이 이런 문제로 얼굴을 붉혀 누구를 이롭게 하자는 것인지 알 수 없다. 일본 언론은 통상 민주 국가와는 다른 특이한 대(對)정부 관계를 맺고 있다. 아베 총리가 마음먹기에 따라선 이 불필요한 이간질 보도를 중단, 자제시킬 수 있을 것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9/24/201709240189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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