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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인선] 트럼프·김정은의 막말 전쟁 뒤에서 생길 일
조선  |  @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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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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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김정은과 막말 전쟁해도 물밑선 '다음 단계' 모색 움직임
비핵화보다 핵 억지 방안 찾기가 워싱턴의 진심일 수도 있어
 

강인선 워싱턴지국장
강인선 워싱턴지국장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안보 참모들은 북핵에 대한 질문이 나오기만 하면 "모든 옵션은 테이블 위에 있다"고 한다. '군사적 방안을 쓸 수도 있다'는 얘기다. 부시·오바마 대통령도 각각 이라크와 이란을 상대할 때 똑같은 표현을 썼다. 부시는 결국 군사 대응을 했고 오바마는 하지 않았다.

워싱턴발 외교 수사(修辭)엔 전략적 계산이 담겨 있다. 월간지 '애틀랜틱'이 몇 년 전 5단계로 나눠봤다. 표현이 명확할수록, 그래서 해석조차 필요 없을 때 가장 강력했다. 표현이 모호하다면 행동이 따르지 않는 약한 경고다. 가장 약한 5단계의 전형적 사례는 2010년 천안함 피격 때 힐러리 클린턴 당시 국무장관이 "북한의 도발은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한 경우다. 미국이 뭘 하겠다는 건지 애매하다. '모든 옵션은 테이블 위에 있다'도 모호하긴 마찬가지다. 그래서 아무리 자주 거론돼도 강도는 5단계 중 네 번째 수준이다.

가장 강력한 1단계는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 때 케네디 대통령이 소련에 했던 경고다. 케네디는 "쿠바 핵미사일이 서구 어떤 국가를 향하든 미국은 소련이 미국을 공격한 것으로 간주하고 총력 보복을 하겠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19일 유엔 총회 연설에서 "미국과 동맹국들을 방어해야 한다면 북한을 완전히 파괴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쿠바 미사일 위기 때 케네디를 연상시키는 강력한 경고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칭 타고난 협상가이다. 그는 저서 '거래의 기술'에서 "나는 거래를 위해 거래한다. 거래는 나에게 일종의 예술이다"라고 했다. 트럼프는 "최악의 경우를 상정하고", "크게 생각하며", "최대한 선택의 폭을 넓혀 놓은 뒤", "남이 갖지 않은 영향력을 발휘해야 이긴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트럼프는 북핵도 이런 방식으로 접근해야 하는 '거래'로 보고 있는지도 모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합성한 사진. '북한 완전 파괴'를 언급한 트럼프 대통령의 유엔총회 연설에 대해 김 위원장이 21일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한 성명을 내고 "말귀 알아듣지 못하고 제 할 소리만 하는 늙다리"라며 "망발에 대한 대가를 반드시 받아낼 것"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22일 트위터 계정을 통해 "김정은은 자기 인민들을 굶주리게 하고 죽이는 일을 개의치 않는 분명한 미치광이"라며 "전례 없는 시험대에 오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AFP 연합뉴스

패트릭 크로닌 미국신안보센터(CNAS) 아시아태평양안보소장은 최근 인터뷰에서 북핵과 김정은에 대한 생각을 즉흥적으로 쏟아내는 듯한 트럼프의 트위터는 '전략적 커뮤니케이션'이라고 했다. 트럼프는 북핵 문제만큼은 이전 어떤 대통령보다도 진지하다는 것이다. 그는 "사람들은 트럼프를 신뢰하지 않는 데다 트럼프 정부가 너무 어수선해 보이기 때문에 미국의 북핵 정책도 그럴 것이란 선입견을 갖지만 내부를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대 압박과 관여'를 대북 정책 기조로 삼았다. 무력시위와 유엔 제재, 세컨더리 보이콧 등 금융 제재와 '북한 완전 파괴' 연설 등은 '최대 압박'의 정점을 향해 가는 전략일 것이다. 문제는 최대 압박이 관여로 넘어가지 않고 어느 한쪽의 오판과 오해로 누구도 원치 않는 군사적 충돌로 이어질 가능성이다. 긴장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는 뒷문을 열어두는 법이다. 케네디는 동생인 로버트 케네디 법무장관을 비밀특사로 활용해 정확한 소통과 협상을 시도했다. 트럼프도 중국이나 북한과의 막후 해결을 구상 중일 수 있다. 상상력을 발휘하자면, 사위 쿠슈너나 딸 이방카에게 역할을 맡길 수도 있다.

지난 몇 달 워싱턴에선 북핵 해결을 위해 상상 가능한 거의 모든 대안이 쏟아져 나왔다. 속 시원한 해결책은 없었다. 하지만 무엇이 가능하고 무엇이 불가능한지에 대한 집단적 검토는 이뤄졌다. 그것이 워싱턴이 움직이는 방식이다. 이후 분위기가 조금씩 변하고 있다. 이제 인정할 건 인정하고 실현 가능한 목표를 향해 움직이자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고공에선 트럼프와 김정은이 말 폭탄을 쏟아내며 원거리 담력 대결을 벌이고 있지만 물밑에선 언젠가 하게 될 미·북 대화의 형식 등 다음 단계에 대한 구상이 흘러나온다. '비핵화'처럼 비현실적 목표보다는 우발적 전쟁을 막고 북핵 사용을 억지할 방안부터 찾자는 것이다. 미국은 북한과 최소한의 신뢰 구축을 통해 위기 확산을 막을 방법을 찾고 싶을 것이다. 트럼프와 김정은의 막말 전쟁보다는 워싱턴의 물밑에서 일어나는 이런 흐름이 미국의 진심일 수 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9/24/201709240189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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