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성명 뒤 反美 총공세]

- 리용호, 트럼프 원색비난 연설
"권모술수로 한생 늙어온 투전꾼, 惡통령, 거짓말 왕초, 과대망상"

- 北내부선 '反美 결전' 충성경쟁
김여정·최룡해·황병서 등 노동당·軍핵심 앞다퉈 집회
 

북한이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완전 파괴' 발언 이후 미국을 겨냥한 '막말 폭탄'을 쏟아내고 있다. 김정은이 직접 본인 명의 성명을 통해 '사상 최대의 초강경 조치'를 언급한 이후 북한 당·정·군은 조직별로 대규모 집회를 열고 '반미 결전'을 다짐했다. 평양 시내에선 23일 군중 10만명을 동원한 반미 집회도 열었다. 미국에 강하게 대응하는 모습을 국제사회에 보여주고 주민들의 불만을 외부로 돌리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제사회에 막말 쏟아낸 리용호

리용호 북한 외무상의 23일(현지 시각) 유엔 총회 기조연설은 지난 19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파격적 연설을 훨씬 넘는 고강도의 원색적 표현이 총동원됐다. 트럼프 대통령을 "투전꾼" "정신이상자" "거짓말의 왕초"라고 공격했고, "악(惡)통령"이라는 표현까지 사용했다. 리 외무상은 "반드시 트럼프로 하여금 그가 한 말 이상의 후과, 그가 책임지려야 도저히 책임질 수 없을 정도의 후과가 치러지도록 할 것"이라고도 했다. 또 "가차 없는 선제 행동"을 언급해 미국과 동맹국에 대해 선제 핵·미사일 공격을 할 수 있다는 협박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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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조선중앙통신은 24일“반미대결전에 총궐기하여 최후 승리를 이룩하기 위한 평양시 군중집회가 23일 김일성광장에서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이날 집회에 10만여 명의 각계각층 군중이 참가했다고 전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한 유엔 소식통은 "'최고 존엄'인 김정은에 대한 비판을 절대 그냥 넘어갈 수 없었겠지만 수위가 매우 높았다"며 "회의장 분위기가 매우 무거웠다"고 말했다. 기조연설에는 여러 차례 박수가 나오기 마련이지만 이날 20여 분간 이어진 리 외무상의 연설에는 끝날 때의 의례적 박수를 빼놓고는 거의 호응이 없었다. 리 외무상이 주목받는 상황이어서 대표단의 절반 정도는 자리를 지켰지만 분위기는 물론 일부 대표단 표정은 매우 어두웠다.

리 외무상은 이날 밤 뉴욕 친북 인사들과 함께 맨해튼의 '머킨 콘서트홀'에서 열린 '우륵 심포니 오케스트라' 공연장을 방문했다. 이 공연장에서 북한 대표부 인사들이 휴대폰으로 한국의 뉴스 사이트를 통해 리 외무상 관련 뉴스를 확인하는 모습이 수차례 포착됐다고 RFA는 보도했다.

북 내부서는 10만 군중 동원 반미 집회

북한 내부에서는 주민들까지 총동원해 '반미 대결전'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24일 "반미 대결전에 총궐기하여 최후 승리를 이룩하기 위한 평양시 군중 집회가 23일 김일성광장에서 진행됐다"며 10만여 명의 각계각층 군중이 참가했다고 보도했다. 집회에서 리일배 노농적위군 지휘관은 "최고 사령관 동지께서 명령만 내리시면 혁명의 붉은 총창으로 침략의 무리들을 모조리 쓸어버릴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23일 노동신문은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 부부장과 최룡해·김기남·최태복·김영철·리수용 당 부위원장, 조연준 제1부부장 등 노동당 핵심 간부들이 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에서 반미 집회를 열었다고 보도했다. 이 자리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총책인 리만건 당 군수공업부장은 "늙다리 미치광이(트럼프 대통령)의 망발에 대가를 받아낼 것"이라고 했다. 황병서 총정치국장이 참석한 북한군 수뇌부 집회에서는 리명수 군 총참모장이 나서 "선제타격으로 놈들을 쓸어버리고 남조선을 깔고 앉아 조국 통일의 역사적 위협을 이룩하자"고 했다.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박봉주 내각 총리 등 정부 쪽 인물들도 별도 집회를 열었다. 국책 연구소 관계자는 "북한의 각급 기관들이 김정은의 성명에 호응해 충성 경쟁을 하고 있다"며 "주민들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외부로 시선을 돌리려는 의도"라고 했다.

북한의 대남 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23일 성명에서 "트럼프와 같은 미치광이를 그대로 두면 온 겨레가 그토록 바라는 북남 관계 개선도 조국 통일도 이루어질 수 없다"며 "우리 국가의 '완전 파괴'를 떠벌린 대가는 아메리카 제국의 완전한 절멸로 계산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김정은은 자신이 주도권을 잡았다고 생각하고 트럼프의 강경 발언을 빌미로 핵무장 완성의 최종 관문을 넘으려 하고 있다"며 "도발을 위한 분위기 조성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9/25/201709250021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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